국제대회가 끝나면 늘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패배가 확인되면 우리는 말한다. “각성해야 한다.”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면 모든 것은 다시 조용해진다. 그리고 다음 대회가 열리면 같은 이야기가 또 반복된다.
도대체 왜 우리는 늘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도 바꾸지 못하는 것일까?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보자. 대한민국 체육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라, 구조를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수없이 지적되어 왔다. 선수 육성 시스템의 부재, 지도자 교육의 한계, 단기 성적 중심의 구조, 데이터와 과학적 훈련의 부족.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기존 구조를 바꾸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프로그램 하나를 도입하는 일이 아니다. 권한 구조를 바꾸고,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고, 평가 기준을 바꾸는 일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누군가는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변화는 멈춘다. 그래서 우리는 늘 선수와 감독에게 책임을 돌리는 가장 쉬운 방식을 선택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야 한다. 국제 스포츠는 이미 시스템 경쟁의 시대로 들어섰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유소년 발굴부터 선수 관리, 데이터 분석, 스포츠 과학까지 철저한 구조 속에서 선수들을 성장시키고 있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개인의 재능과 지도자의 헌신에 의존하고 있다. 이 방식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야구의 패배는 단순한 경기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시스템이 없는 스포츠가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그리고 이 문제는 야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축구도, 농구도, 다른 종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종목만 다를 뿐 구조는 비슷하다. 그래서 이제는 더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대한민국 체육은 지금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유소년 선수 육성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학교와 협회, 프로가 연결되는 장기적 선수 육성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지도자 교육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경험에 의존한 지도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스포츠 과학을 기반으로 한 지도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성과 평가 기준을 바꿔야 한다. 단기 성적이 아니라 선수 성장과 장기 경쟁력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 있는 리더십이다. 변화는 선언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제 구조를 바꾸는 결정과 실행이 필요하다.
매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문제를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를 바꾸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늘 “각성해야 한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이 더 이상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각성은 선언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체육이 정말 변화를 원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구호가 아니다.
구조를 바꾸는 결단과 실행이다. 오늘도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혁신, 변화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또 다시 같은 말을 몇 달 뒤에 반복하며 이야기 할 것이다.

#사진 - 이형주 교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