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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필 칼럼] 우리는 모두 부상자다

상처는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

며칠 전 설거지를 하다 가위에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을 살짝 베었다. 피도 거의 나지 않았고, 한두 시간 후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며칠 내내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이러다 곪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살다 보면 이런 경험을 한다. 작은 상처가 오히려 더 오래 신경 쓰이고, 큰 상처는 생각보다 빨리 아무는 경험. 몸만 그런 게 아니다. 마음도 똑같다.

 

별 뜻 없이 던진 말 한마디가 하루를 통째로 망치는 경우가 있다. 반면 꽤 큰 충격도 시간이 지나면 담담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상처의 깊이는 크기가 아니라 그때 그 사람이 어떤 상태였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큰 상처만 주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내가 별것 아니라고 여긴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상대방에겐 크게 박힐 수 있다. 그 사람에겐 그날 하루가, 일주일이 통째로 지옥 같을 수 있다.

 

진료실에서 종종 그런 일을 겪었다. 반려동물 상태를 설명해 드리던 중 보호자가 농담처럼 "수의사 선생님들은 다 돈 많이 버시겠어요" 하고 웃으며 말한 적이 있다. 그 한마디가 그날 내내 마음에 걸렸다. 아마 그분은 그 말이 내게 상처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상처를 주는 사람 대부분은 악의가 없다. 그냥 무심코 한 말이다. 어쩌면 그게 더 무섭다. 악의가 있었다면 차라리 조심이라도 할 텐데, 무심코 던진 말은 아무런 필터 없이 그대로 상대에게 꽂힌다. 말을 내뱉기 전에 '지금 이 말이 저 사람에게 어떻게 닿을까'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 그게 배려의 시작이다.

 

상처는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적인 거라 크고 작음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그가 아프면 그냥 아픈 거다. 내가 아프면 그냥 아픈 것처럼.

 

우리는 모두 삶이란 전쟁터에서 마음에 크고 작은 내상을 안고 살아가는 부상자들이다. 내상이라 눈에 보이지 않으니 서로의 상처를 온전히 알기 어렵다. 그래서 더더욱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친절해야 한다.

 

오늘, 누군가를 죽이는 차가운 말 대신 누군가를 살리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보면 어떨까. 나부터 그렇게 해보려 한다.

 

 

[박근필]

그로쓰 퍼실리테이터

읽고 쓰고 말하는 삶으로 당신의 성장을 돕습니다

박근필성장연구소장, 수의사, 

칼럼니스트, 커리어 스토리텔러

저서;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독저팅, 필북, 필레터, 필라이프 코칭 운영

부산 시청 특강 외 다수 출강

이메일 : tothemoon_park@naver.com

 

작성 2026.03.10 17:11 수정 2026.03.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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