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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칼럼] "눈에는 눈" vs "원수를 사랑하라": 이슬람 율법과 십자가 사이 숨 막히는 진실

이슬람의 복수와 기독교의 용서: 끼사스(Qisas)의 칼날과 십자가의 역설

끼사스(Qisas)의 감옥을 허무는 십자가의 역설

보복의 율법 끝에서 만난 하나님의 얼굴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뜨거운 지평선 위로 초승달이 떠오르는 중동의 밤은 깊고도 고요하다. 오랜 기간 이 땅의 흙먼지를 마시며 무슬림 형제들의 숨결 곁에서 살아온 나에게, 이슬람은 단순한 연구 대상이 아닌 피와 살이 섞인 삶의 현장이었다. 시장통에서 마주치는 이들의 소박한 미소 뒤에는 때로 천 년을 넘게 이어온 엄격한 율법의 골조가 흐른다. 그중에서도 기독교인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면서도, 동시에 가장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대목이 바로 '보복'과 '용서'에 관한 문제이다.

 

거울을 비추듯 마주 선, 두 세계: 끼사스(Qisas)의 정의

 

이슬람의 형법 체계를 지탱하는 핵심 기둥은 '끼사스(Qisas)'이다. 이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동해복수(同害復讐)의 원칙이다. 꾸란은 명시한다. "믿는 자들이여, 살인에 대하여 너희에게 보복(끼사스)이 규정되었느니라. 자유인은 자유인으로, 노예는 노예로, 여성은 여성으로..."(꾸란 2:178). 처음 이 구절을 접했을 때 서구 지성사나 기독교적 가치관에 익숙한 이들은 가슴이 서늘해지는 폭력성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척박한 광야에서 부족 간의 끝없는 살육을 막아야 했던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끼사스는 역설적으로 '절제된 정의'의 시작이었다. 누군가 내 가족을 한 명 죽였을 때 상대 가문 전체를 몰살시키던 광기 어린 복수의 시대에, 이슬람 율법은 "딱 그만큼만"이라는 한계선을 그어준 것이다. 이는 인간이 가진 파괴적인 본성을 법의 테두리 안에 가두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현실의 삶 속에서 무슬림들은 이 끼사스를 '공동체의 질서'로 이해한다. 누군가 죄를 지었을 때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당해야만 흐트러진 우주의 균형이 바로 잡힌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에게 보복은 단순한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신이 명령한 정의를 수행하는 경건한 의무가 되기도 한다.

 

율법의 완성인가, 한계인가: 디야(Diya)와 자비

 

흥미로운 점은 이슬람 율법 역시 보복의 칼날 위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끼사스 원칙 바로 뒤에는 항상 '디야(Diya)'라 불리는 보상금과 용서의 길이 열려 있다.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를 용서하고 경제적 보상을 택할 때, 신은 그것을 더 큰 선으로 여기신다. "누구든지 형제로부터 어느 정도 용서를 받는다면, 관습에 따라 호의로 보답할지니라. 이것은 주님으로부터 오는 경감이자 자비니라"(꾸란 2:178).

 

나는 현장에서 수많은 중재자가 피해자의 천막을 찾아가 용서를 비는 광경을 보았다. "알라의 이름으로 자비를 베풀어 달라"라는 호소 앞에, 서슬 퍼런 칼을 들었던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가해자의 손을 잡는 장면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이것은 인간적인 도덕률을 넘어선, 신 앞에서의 항복이다. 그러나 여기서 용서는 '정의의 대가를 지불했거나, 혹은 포기했을 때' 주어지는 조건부 자비의 성격이 강하다.

 

기독교적 용서의 파격: 율법을 넘어선 십자가

 

이제 고개를 돌려 기독교의 핵심인 십자가를 바라본다. 성경 역시 구약에서는 끼사스와 매우 유사한 원칙을 제시했다.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출애굽기 21:24).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산상수훈을 통해 인류가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차원의 길을 제시하신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마태복음 5:39).

 

기독교의 용서는 '끼사스'의 균형이나 '디야'의 보상을 전제하지 않는다. 그것은 철저하게 일방적이며, 무조건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사랑이다. 이슬람이 정의를 통해 평화를 구한다면, 기독교는 십자가의 희생을 통해 정의를 충족시키고 평화를 창조한다.

 

기독교 신학에서 보는 용서는 가해자가 자격이 있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이 하나님께 탕감받을 수 없는 일만 달란트의 빚을 졌음을 깨달을 때 비로소 터져 나오는 '은혜의 전염'이다. 그동안 내가 목격한 가장 놀라운 변화는,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자로 삼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었다. 그것은 끼사스의 논리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하늘로부터 내려온 영적인 신비이다.

 

고백과 통찰: 두 세계가 만나는 지점

 

이슬람의 끼사스는 인간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적 마지노선을 제공한다. 그것은 죄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며, 인간의 악함을 직시하게 한다. 반면, 기독교의 복음은 그 죄의 값을 인간이 치르게 하는 대신, 창조주가 직접 짊어지신 사건이다.

 

중동에서 만난 무슬림 친구들은 십자가의 도를 들을 때마다 큰 충격을 받는다. "어떻게 신이 인간을 대신해 죽을 수 있느냐"라는 그들의 질문은 사실 "어떻게 정의를 포기하면서까지 용서할 수 있느냐"라는 외침과 같다. 나는 그들에게 대답한다. "하나님은 정의를 포기하신 것이 아니라, 그 정의의 칼날을 우리 대신 자기 아들에게 꽂으심으로 사랑을 확증하셨다"라고. 이것이 바로 기독교의 복음이 외치는 '대속'의 핵심이다.

 

현실 생활에서 어쩌면 우리는 끊임없이 나에게 상처 준 이들을 향해 마음속의 끼사스를 집행한다. "저 사람이 나에게 준 만큼 나도 갚아줘야지"라는 생각은 우리 영혼을 옥죄는 감옥이다. 이슬람의 율법이 그 감옥의 벽을 질서 있게 쌓아준다면, 복음은 그 벽 자체를 허물고 원수를 형제로 부르는 자유를 준다.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우리 안의 보복을 멈추기 위하여

 

지금 지구촌 안에는 수많은 보복의 소식과 용서의 갈망이 교차한다. 파키스탄의 탈레반을 향한 공습이나 테헤란의 분노는 인간이 가진 끼사스 본능의 현대적 표출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율법의 칼날이 지배하는 그 땅에도, 보상 없는 용서와 대가 없는 사랑이 스며들 때 진정한 치유가 시작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슬람의 보복(끼사스)를 정죄하기 전에,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서 작동하는 미세한 보복의 심리를 성찰해야 한다. 율법은 우리를 거울처럼 비추어 우리가 얼마나 큰 용서가 필요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할 뿐이다. 그 깊은 깨달음 끝에 우리는 비로소 십자가 아래에서 무슬림 형제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다. 그들도, 우리도, 결국은 하나님의 감당할 수 없는 자비가 필요한 연약한 인간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배운 가장 귀한 진리는 바로 이것이다. "정의는 세상을 지탱하지만, 사랑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보복의 율법이 정의를 외칠 때, 우리는 십자가의 고요한 용서로 대답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가 갈구하는 가장 강력한 영적 울림이자 통찰이다. 우리의 손에 들린 정의의 칼날이 상대를 베기 전에, 우리의 영혼을 먼저 도려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이제 그 보복의 칼을 내려놓고, 대가 없는 용서라는 문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작성 2026.02.24 01:47 수정 2026.02.24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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