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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과 시간이 만나는 단 하나의 신비로운 교차점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21)

하늘의 보좌를 버리고 인간의 한계 속으로 걸어 들어오신 분

완전한 신성과 온전한 인성이 빚어낸 구원의 유일한 통로

어제의 하나님이자 오늘의 인간이며 영원한 중보자이신 그리스도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21문

 

Q. 21. Who is the Redeemer of God’s elect? A. The only Redeemer of God’s elect is the Lord Jesus Christ, who, being the eternal Son of God, became man, and so was, and continueth to be, God and man in two distinct natures, and one person, for ever.
문 21.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자들의 구속자는 누구입니까? 답.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자들의 유일한 구속자는 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하나님의 영원한 아들이시지만 사람이 되셨고, 그래서 영원토록 두 가지 뚜렷한 본성을 가진 하나님이자 사람이셨으며,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러하실 한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한 분이시요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자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 (딤전 2:5)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요 1:14)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에 나게 하신 것은 (갈 4:4)
그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 (골 2:9)
예수는 영원히 계시므로 그 제사장 직분도 갈리지 아니하느니라 그러므로 자기를 힘입어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들을 온전히 구원하실 수 있으니 이는 그가 항상 살아 계셔서 그들을 위하여 간구하심이라 (히 7:24-25) 

 

AI 이미지 (제공: 미디어 울림)

 

인류 역사상 수많은 성인과 철학자들이 인간의 고통을 해결하려 노력해왔다. 소크라테스는 지혜를, 붓다는 해탈을, 칸트는 도덕법칙을 제시했다. 그러나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21문은 인류의 비참을 해결할 유일한 해답으로 어떤 '이론'이나 '방법'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인물을 지목한다. 

 

이는 기독교의 가장 독특하고도 신비로운 선언인 '성육신(Incarnation)'과 '위격적 연합(Hypostatic Union)'에 관한 고백이다. 구속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님이면서 동시에 사람이어야 한다는 이 논리는, 단순히 신학적 유희가 아니라 인간의 실존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필연적인 조건이다.

 

왜 구속자는 하나님이어야 하는가? 인간이 저지른 죄는 영원하고 무한하신 하나님께 대한 반역이기에, 그 죄값을 치르기 위해서는 무한한 가치를 지닌 희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유한한 인간은 결코 무한한 공의를 만족시킬 수 없다. 또한, 왜 그는 사람이어야 하는가? 죄를 지은 당사자인 인간을 대신하여 고난을 받고 죽어야 했기 때문이다. 신은 고난을 받을 수 없고 죽을 수 없기에, 우리와 같은 살과 피를 입으셔야만 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불가능해 보이는 두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유일한 분이다. 그는 무한한 능력을 가진 창조주이면서, 배고픔과 슬픔과 죽음을 경험하는 연약한 피조물의 자리에 기꺼이 서셨다.

 

철학적으로 볼 때, 그리스도의 존재는 '무한'과 '유한'의 모순을 해결하는 열쇠다. 파스칼이 말한 '인간의 위대함과 비참함' 사이의 거대한 심연을 메울 수 있는 존재는, 그 두 세계에 동시에 발을 딛고 있는 자뿐이다. 그리스도는 하늘의 완벽함을 땅의 비참함으로 끌어내리지 않으면서도, 땅의 비참함을 하늘의 영광으로 끌어올리셨다. 이는 단순한 신화적 변신이 아니라, 두 가지 뚜렷한 본성이 혼합없이, 변화없이, 분열없이, 분리없이 한 인격 안에 거하는 신비로운 연합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그리스도의 인성은 우리에게 깊은 위로를 준다. 그는 관념 속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관찰자가 아니라, 우리의 신경과 감각으로 고통을 느끼신 공감자다. 히브리서가 증언하듯 그는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히 4:15)다. 

 

우리가 겪는 소외와 죽음의 공포를 그가 직접 겪으셨기에, 우리는 그분 안에서 비로소 진정한 이해를 발견한다. 또한 그가 '영원히' 하나님이자 사람으로 계신다는 사실은, 우리의 연약한 인성이 하나님 앞에서 영원히 수용되었음을 보증한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21문은 구원이 인간의 상상력이나 도덕적 투쟁의 산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구원은 하나님이 직접 인간의 역사 속으로 뚫고 들어오셔서 몸소 이루신 사건이다. "그리스도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히 교리적인 지식이 아니라,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의 기반이 된다. 그는 우리의 죄를 갚으실 만큼 거룩하신 하나님이시며, 우리의 손을 잡아주실 만큼 가까이 계신 분이다. 이 유일한 구속자를 만나는 것이야말로 비참의 상태에 놓인 인간이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찬란한 반전이다.

 

우리는 종종 '나를 정말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외로움에 빠진다. 그리스도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님의 육체적 대답이다. 그는 신학 책 속에 갇힌 논리가 아니라, 지금도 인간의 본성을 입고 우리를 변호하시는 살아있는 중보자다. 그분이 유일한 구속자라는 말은 독선이 아니라, 오직 그분만이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어둠까지 내려와 보셨다는 사랑의 증거다.
 

 

 

허동보 목사 | 수현교회
저서 | 『왕초보 히브리어 펜습자』, 『왕초보 헬라어 펜습자』, 『왕초보 히브리어 성경읽기』, 『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 『부와 기독교신앙』, 『그와 함께라면』, 『만남』 외

 

 

 

작성 2026.02.12 09:48 수정 2026.02.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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