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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벽을 넘어 새로운 길을 잇다. - 제이페이퍼 문윤정 대표

보수적인 건설 시장 한가운데에서 작은 종이 한 장으로 균열을 다스리는 회사

좋은 아이디어가 좋은 투자자를 만나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길을 걷는다

 

제이페이퍼 문윤정 대표 = 자료제공

 

제이페이퍼의 시작은 고정관념에 대한 의문을 던지면서였다. 문득 제지업체와 건설현장의 눈높이를 연결해 본 문윤정 대표의 시선은 종이 그 자체보다 ‘어디에 쓰이느냐’에 가 있었다. 그는 종이를 건설 자재로 가져와, 건물 내외부의 크랙을 보수하고 예방하는 전문 종이 필름을 만들기 시작했다. 안전과 관행, 긴 역사가 신뢰를 대신하는 보수적인 건설 시장에서, 기존 공법을 대체하는 신공법으로 승부를 건 셈이다.


 

  건설 자재는 제품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시공자다. 신공법이었던 제이페이퍼의 방식은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문 대표는 연구개발과 영업을 직접 맡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공자들을 하나씩 교육했다. 새로운 공법을 이해시키고, 현장에서 직접 시공을 도우며 조직을 키워왔다. 제조와 시공, 영업을 동시에 떠안으면서 “마치 스무 개의 사업을 한꺼번에 하는 것 같은” 시간이 이어졌다.


 

  그가 바라본 시장은 분명 보수적이었지만, 필요는 분명했다. 내진설계를 위한 콘크리트 강도와 연성의 균형 속에서 크랙은 피할 수 없는 결과물이고, 이를 반영구적으로 보수할 수 있는 자재는 거의 부재한 상태였다. 제이페이퍼는 크랙을 메우는 시공 대신, 종이로 덮어 균일하게 만드는 방식을 채택했다. 기존 지점토 방식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던 상황에서 종이 테이프를 들고 나타난 문 대표에게 처음에는 다들 “미친 소리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이 방식의 장점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늘어났다.

 

문 대표의 제트테이프 시공 영상 등을 볼 수 있는 QR코드/ 자료제공 제이페이퍼

 

  이 과정에서 문 대표의 경력은 오히려 낯설지만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원래 백화점 마케팅을 하던 사람이다. 건설업계 경력도, 인맥도 없었고, 대부분 남성이 포진한 현장에서 젊은 여성 대표라는 점은 더 많은 허들을 마주하게 했다. 그럼에도 그는 하나씩 배우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정석대로 일을 쌓는 방식을 택했다. 스펙을 추구하기보다, 실제로 필요한 제품을 기획하고, 그 기획을 끝까지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말도 안 되는” 제이페이퍼의 길을 믿어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종이 테이프 방식을 처음 시장에 내밀었을 때 업계는 의심이 많았고, 심지어 회사의 직원들조차 회의적인 쪽이었다. 그때 끝까지 가능성을 봐준 단 한 사람이 있었다. 코스닥 상장사이자 글로벌 회사로 발돋움한 모 제조업의 대표이사였다. 그는 지금 자동차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제네시스와 벤츠 등 글로벌 브랜드에 공급을 이어가고 있다. 이 인물은 과감히 제이페이퍼에 투자자로 참여했지만,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방식으로 문 대표를 도왔다. 간단한 답만 건네고, 판단은 다시 돌려주는 ‘산파술’ 같은 태도였다. 


 

  그 뒤 제이페이퍼는 건축물의 모든 크랙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국내 유일의 반영구적 크랙 방지·보수 테이프 ‘제트테이프(Jet Tape)’를 통해 기존 공법의 한계인 크랙 재발생과 품질 저하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건설현장과 긴밀히 연계한 제품 기획과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하며, 다년간의 크랙 없는 납품 실적과 국내외 특허 4건, 100% 국내 자체 생산으로 기술력과 신뢰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자 감소와 공기 단축으로 건설사의 경제성을 높이고 브랜드 가치 향상에 기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에폭시 바닥 및 외벽 크랙 보수 영역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도 서서히 변화가 나타났다. 제이페이퍼의 주력 제품은 페인트나 벽지 시공 전에 석고보드 등 보드의 이음새를 하나의 벽처럼 정리해 주는 종이 트림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공정이지만,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 퍼즐 조각처럼 이음새가 드러난다. 입주민들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크랙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졌다. 순식간에 붕괴된 일명 순살 아파트 사건 이후, 보이지 않는 균열은 더 이상 기술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은 여전히 저단가 자재 사용의 유혹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자재비를 비율로 단순 계산하면 10 배 차이가 나도 실제 금액의 절댓값 차이는 크지 않다. 물론 입주자가 느끼는 효용은 그를 훨씬 초과하겠지만 단가표의 수많은 숫자 속에서 % 수치만 놓고 이율을 계산하는 게 현장의 문제다.


 

  문 대표는 이 흐름에서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좋은 제품을 싸게 내놓고 박리다매를 노리는 구조 대신, 가치에 걸맞은 가격을 받되 효과로 증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오늘의집이나 다이소에서 볼 수 있는 저가 시장이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제조업의 발전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대신 건설사 시장이라는 주축 영역을 중심으로, 고단가이지만 성능과 지속성을 갖춘 자재를 공급하며 브랜드를 쌓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실제로 건설 경기 침체로 저단가 경쟁에 의존하던 업체들이 흔들리는 요즘, 제이페이퍼는 오히려 흔들림이 적다. 보수적인 시장 안에서 가치와 철학으로 버티는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제이페이퍼의 제품이 시공에 사용되는 건설현장의 모습 / 자료제공 제이페이퍼


  한편으로 그는 제조업 창업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스타트업에 정책자금이 한창 몰리던 시기에 각종 모임을 찾아다녀 보았지만, 제조업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원천 기술을 가진 국내 제조업체들은 중국산 저가 공산품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도움을 구할 선배도 마땅치 않았다. 제이페이퍼에 입사한 젊은 직원들 가운데에도 사업을 하다가 자금 문제로 그만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문 대표는 이들에게서 “돈이 없어서 그만뒀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으며, 오히려 돈이 없을 때 가장 창의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키워 왔다.


 

  그래서 그는 정부 차원에서 비전 있는 중소 제조업 대표들을 묶어, 투자와 성장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본은 넘치지만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반대로 방향과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회사들도 많기 때문이다. 서로의 존재를 모르니 갈 곳 잃은 자본을 캔들차트만 보고 투자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이음새를 정리하고, 크랙을 단정하게 마무리하듯이 그의 시선은 항상 문제점을 예리하게 분석한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깔끔히 해결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 대표의 연구개발은 항상 새로운 제품과 공법을 기획하는 방향으로 향해 있다. 그렇기에 제이페이퍼의 미래는 마치 크랙을 마감한 종이 필름 표면처럼 순탄히 펼쳐질 것이다.

작성 2025.12.17 09:56 수정 2025.12.1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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