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혼합진료 제한 정책’은 의료계와 보험업계 모두에 큰 영향을미치고있다. 혼합진료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와 비급여 진료를 함께 시행하는 의료 행위를 말한다. 즉, 환자가 일부는 보험으로, 일부는 본인 부담으로 치료받는 형태이다. 정부는 이 중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비중이 높은 일부 진료를 과잉진료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선별적으로 혼합진료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의 배경에는 비급여 진료비의 급격한 증가가 있다. 최근 몇 년간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큰 비급여 항목이 급증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환자 부담이 늘어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정부는 의료적 필요성이 낮거나 상업적으로 남용되는 진료에 대해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보험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모든 진료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의료적 타당성을 기준으로 선별적으로 제한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보험시장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최근 각 보험사에서 경쟁적으로 출시한 ‘표적항암약물허가치료비’ 특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의 암보험에서도 항암약물치료를 보장했지만, 보장금액이 높지 않아 고가의 표적항암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표적항암제를 대상으로 한 고액 보장형 특약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특약의 보험금 지급 기준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식약처에서 허가한 표적항암제를 투여해야 하고, 해당 약을 허가된 효능·효과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 이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벗어나면 보험금이 부지급될 수 있다. 다만, ‘암질환심의위원회’를 거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승인한 요법으로 사용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문제는 현실에서 이러한 기준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점이다. 환자는 자신이 투여받는 약이 표적항암제인지, 약관에 명시된 보상대상 성분명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약관의 별표에는 ‘표적항암제 의약품 및 성분명’이 열거되어 있지만, 의약품의 허가 효능과 범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경될 수 있어, 단순히 이름이 일치한다고 해서 무조건 보상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실제 치료를 받았음에도 보험금이 부지급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결국 암보험의 핵심은 여전히 ‘암진단비’다. 암진단비는 보험금 지급 조건이 명확하고, 치료비는 물론 생활비와 간병비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보장 수단이다. 비급여 특약은 이를 보완하는 역할로 두어야 하며, 주(主)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보험 설계의 본질은 ‘가능한 한 현실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고액의 비급여 특약보다 중요한 것은 진단 즉시 생활을 지탱할 수 있는 확실한 보장, 즉 암진단비다. 화려한 특약보다, 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손에 쥘 수 있는 현실적인 보장 — 그것이 바로 암보험의 진정한 중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