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질병관리청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배포한 감염병 예방 공공 홍보물에 한국 고유의 전통 음식인 '송편' 대신 중국 중추절(中秋節)의 대표 상징인 '월병(月餠)' 이미지를 대거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국가 보건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이 국가적 정체성과 전통문화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홍보물 제작 및 검수 과정의 총체적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은 질병관리청이 공식 소셜미디어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개한 '추석 연휴 건강 관리 및 감염병 예방 수칙' 카드뉴스 및 포스터에서 비롯됐다. 해당 홍보물에는 명절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배경 일러스트로 한복과 전통 가옥, 보름달 등과 함께 상차림 음식이 배치되었는데, 마땅히 들어가야 할 우리 떡 송편 대신 중국식 한자가 각인된 전형적인 중국 전통 디저트 월병이 선명하게 삽입되어 있었다. 이를 발견한 시민들과 네티즌들은 즉각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해당 이미지를 공유하며 강력한 항의를 쏟아냈다.
시민들은 "대한민국 정부 기관이 추석을 홍보하면서 왜 중국 중추절 음식을 갖다 붙이느냐", "대한민국 질병청인지 중화인민공화국 위생건강위원회인지 분간이 안 간다", "기본적인 상식과 문화적 주권 의식이 완전히 실종됐다"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특히 최근 중국 일부 누리꾼들과 매체들이 한국의 추석을 두고 '중국의 중추절을 모방하고 훔쳐 간 문화'라는 식의 왜곡된 주장을 지속하며 동북공정에 이은 '문화공정'을 노골화하고 있는 예민한 시점에서, 국가기관이 이러한 왜곡의 빌미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뼈아프게 제기되고 있다.
역사·민속학 전문가들 역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엄중히 경고하고 나섰다. 한국의 추석(한가위)과 중국의 중추절은 음력 8월 15일이라는 날짜만 동일할 뿐, 명절의 기원과 제례의 성격, 음식 문화가 근본적으로 판이하다. 한국의 추석은 고대 신라의 가배(嘉俳)에서 유래하여 한 해의 농사를 갈무리하고 조상께 햅쌀로 빚은 솔향 가득한 송편을 올리며 감사하는 농경 감사 제례의 의미가 중심이다. 반면 중국의 중추절은 원나라 시기 봉기 일화 등에서 유래하여 달에게 제사를 지내고 가족의 단합과 장수를 기원하며 둥근 월병을 나눠 먹는 관습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기관의 홍보물은 국가의 공적 메시지이자 정체성을 대변하는 얼굴"이라며 "사소한 그래픽 하나에도 엄격한 문화적 고증과 주권 의식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공공기관의 만연한 외주 용역 의존과 무책임한 '부실 검수 관행'이 꼽힌다. 공공기관들이 홍보물 제작을 디자인 대행사에 일괄 외주를 주면서, 제작 업체들이 비용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글로벌 스톡 이미지 사이트에서 'Mid-Autumn Festival' 등으로 검색된 저가 중국풍 그래픽 소스를 무비판적으로 무단 차용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를 최종 검수하고 국민에게 배포하는 주무 부처 공무원들조차 기본적인 역사적·문화적 분별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무사안일하게 결재를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은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뒤늦게 해당 홍보물의 게시 상태를 점검하고 수정 조치에 나섰으나, 어떤 경위로 이러한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공식 해명이나 대국민 사과는 내놓지 않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가의 공공 홍보물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국가의 품격과 민족적 자긍심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공공기관 전반의 문화적 감수성 결여와 나태한 행정 편의주의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공공 저작물 제작 시 우리 고유 문화를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국가 표준 가이드라인의 수립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