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봄 책임이 유연근무 활용을 가로막는 구조
본지가 별도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30대 여성 근로자(익명)는 매일 오전 자녀 등원을 배웅한 뒤 출근해서도 돌봄 일정에 맞춰 업무 시간을 재조정해야 했다. 해당 직무는 유연근무제 적용이 가능한 범주였지만, 실제 활용에는 여러 장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이 사례는 숫자가 먼저 드러내는 현실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유연근무 활용률은 남성 15.0%, 여성 11.0%로 집계되어 성별 격차가 4%포인트로 확인됐다. 이 통계는 제도의 존재 여부와 실제 접근·활용 사이의 간극이 다르다는 사실을 수치로 확인시켜 준다.
정부는 2026년 기준 유연근무 장려금과 일·생활 균형 인프라 구축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도가 여성의 돌봄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시간과 장소의 자율성은 유연근무제의 핵심이다.
그러나 돌봄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되는 사회적 구조 탓에 제도 접근성 자체가 낮아진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자료를 보면 여성 근로자는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높아, 전일제 근로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분할 연차 사용이나 탄력적 근무시간제가 실제 필요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분할 연차 사용 경험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낮게 나타났다는 점은 제도 설계가 근로 형태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소규모 사업장에 여성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하는 현실 역시, 제도 자체가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활용률 격차가 구조화되는 경로를 설명해 준다.
단순한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연구진은 시간제 일자리가 실근로시간을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저임금 일자리에 여성 노동자를 집중시켜 성별 임금 격차를 오히려 확대할 위험을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기업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88.5%가 임신·출산·육아·가족 돌봄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돌봄 부담이 임금 근로자에 그치지 않고 경영자 신분의 여성에게도 고용 형태·임금·경력 전반에 걸쳐 연쇄적으로 작동함을 보여준다.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는 근로시간 조직 방식을 돌봄 책임이 반영되도록 재구조화할 필요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한국의 현 정책은 장려금과 인프라 지원을 포함하지만, 유연근무의 실제 활용률을 높이려면 근로시간 규정·휴가 제도·사회서비스 인프라가 패키지로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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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운용이 개별 기업의 관행에 좌우되는 한, 형식적 제도 확충은 실질 효과를 과대평가하게 만드는 함정이 된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불러오는 역효과
현장 인터뷰와 설문을 결합한 기존 연구들은 일관된 분석을 내놓는다. 돌봄이 주로 여성에게 전가되는 사회적 관행, 소규모 사업장의 제도 미비, 시간제·비정규직의 높은 여성 비중이 동시에 작동할 때 유연근무 활용률 격차가 고착된다는 것이다. 분할 연차나 시간 단위 휴가 사용이 가능한 직군은 전일제 중심인 경우가 많아 남성이 상대적으로 이용하기 쉬운 반면, 여성 비중이 높은 시간제 일자리는 제도 자체가 미비한 구조를 안고 있다.
'유연근무제를 확대해 선택지를 늘리면 여성의 활용률도 자연히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 종종 제기된다. 그러나 이 논리는 형식적 제도 확충과 실효적 접근성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다. 직무 설계, 관리자의 태도, 돌봄 인프라의 유무, 저임금 시간제의 노동시장 지위 같은 구조적 요소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제도 수만 늘리면, 여성은 제도에 접근조차 못하거나 이용하더라도 경력·임금 손실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제도 확대는 근로 조건과 돌봄 지원체계의 동시 개편을 전제로 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연근무 장려금의 지급 기준을 근로자 성별·근로형태별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소규모 사업장 대상 제도 설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공적 돌봄서비스 확충, 근로시간 규제의 재구성, 시간제 일자리의 임금·사회보험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여성의 경력 유지와 노동시장 평등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수치(남성 15.0%, 여성 11.0%, 여성기업인 88.5%)는 제도의 존재만으로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치로 확인시켜 준다.
유연근무제는 단일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고용 구조·돌봄 인프라·기업 관행을 함께 바꾸는 전략의 일부로 자리매김할 때 비로소 격차를 좁힐 수 있다.
정책 설계의 재검토와 국제 비교에서 찾는 해법
※ 이 기사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보도자료와 뉴시스·뉴스핌의 관련 보도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보고서 원문 및 구체적 발표일자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회·복지 관련 법률·윤리 주의사항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개인의 복지 신청·수급·사회서비스 이용에 관한 결정을 대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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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와 관련한 구체적 권리·절차·급여 산정 등은 보건복지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노인복지법, 아동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등 관련 법령과 최신 고시·지침을 확인하고 해당 기관 또는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기사에 제시된 정책 효과와 통계는 개인·시기·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공식 자료 확인이 필요하다.
FAQ
Q. 일반 근로자는 유연근무를 어떻게 신청하고 활용할 수 있나
A. 유연근무 신청 방법은 사업장 내 규정과 근로계약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사업장 인사담당자 또는 노무 담당자에게 근로시간제 변경 가능 여부와 절차를 문의하는 것이 순서다. 탄력적 근무시간제, 시차출퇴근, 재택근무 등 선택 가능한 유형을 확인한 뒤 문서로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두 합의만으로는 추후 분쟁이 생길 수 있으므로, 변경 사항은 반드시 서면으로 남겨야 한다. 제도 이용과 관련한 법적 권리나 보호가 필요한 경우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국번 없이 1350) 상담을 병행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Q.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여성의 고용을 실질적으로 돕는가
A. 시간제 일자리는 단기적으로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으나, 임금·사회보험·승진 기회 측면에서 뚜렷한 한계를 안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 결과는 시간제 확대가 여성의 저임금화와 경력 단절을 고착화할 위험을 경고한다. 특히 사회보험 적용 제외 기준에 걸리는 초단시간 일자리가 늘어날 경우, 노후 소득 보장 공백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시간제 확대 정책은 임금 보전, 사회보험 적용 확대, 정규직 전환 경로 마련 등 보완 조치와 함께 설계되어야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다.
Q. 유연근무 장려금은 어떤 방식으로 지원되며 누가 받을 수 있나
A. 정부의 유연근무 장려금은 근로자에게 재택근무·탄력근무 등을 허용한 사업주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원 대상과 금액은 매년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조정되므로, 신청 전 고용노동부 일·생활 균형 지원사업 공고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제도 설계 자체가 미비한 경우가 많아 장려금 신청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이러한 구조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소규모 사업장 대상 제도 설계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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