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인의 반복적인 연락과 위치 확인, 지나친 질투와 인간관계 간섭. 처음에는 관심이나 애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상대의 일상을 통제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수준으로 반복된다면 교제폭력이나 스토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신호일 수 있다.
정부가 교제폭력·스토킹의 위험을 조기에 알아차릴 수 있도록 폭력성향과 집착·강압적 통제, 생명 위협 등 10가지 고위험 징후를 담은 ‘레드플래그 10’ 확산에 나섰다.
성평등가족부는 6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열린 ‘2026 인권축제’에서 대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레드플래그 10’ 캠페인을 진행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대학생·전문가와 현장 간담회도 열고 교제폭력·스토킹의 위험신호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집착과 통제도 ‘레드플래그’
정부가 제시한 ‘레드플래그 10’은 교제폭력이나 스토킹이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한 고위험 징후다.
10가지 징후는 폭력 성향, 집착 성향 및 강압적 통제, 갈등 심화, 생명 위협, 범행·신고 전력, 보호조치 위반, 피해자 비난 및 책임 전가, 음주·약물, 높은 불안, 고립 상황이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폭행이나 직접적인 신체 위협만을 위험신호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하거나 누구를 만나는지 통제하고, 연락에 즉시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행동도 반복되고 강도가 높아지면 강압적 통제의 징후가 될 수 있다.
또 헤어지겠다는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피해자에게 폭력의 책임을 돌리는 행동,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를 위반하는 행동도 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제시됐다.
교제폭력 신고 10만5천 건…스토킹도 4만4천 건
교제폭력과 스토킹 신고 규모도 적지 않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12에 접수된 교제폭력 신고는 10만5,327건, 스토킹 신고는 4만4,687건으로 집계됐다. 스토킹 신고 건수는 확정 전 통계다.
정부는 교제폭력과 스토킹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특성 때문에 초기 위험신호를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피해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법무부·성평등가족부·대검찰청·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지난 7월 교제폭력·스토킹 대응 강화를 위한 4대 분야 20개 과제를 발표하고 ‘레드플래그 10’ 보급을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위험신호 발견했다면 ‘혼자 해결’보다 도움 요청
‘레드플래그 10’의 목적은 상대방에게 특정 행동이 나타났다는 이유만으로 교제폭력이나 스토킹 가해자로 단정하는 데 있지 않다.
여러 위험신호가 반복되거나 강도가 높아지고, 피해자가 두려움을 느끼거나 일상생활을 바꿔야 할 정도라면 위험 수준을 살펴보고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긴급한 위험이 있는 경우 경찰 112에 신고할 수 있다. 교제폭력·스토킹 등 폭력 피해에 대한 상담과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여성긴급전화 1366을 통해 24시간 365일 상담받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전문상담기관과 의료기관, 법률구조기관, 보호시설 등으로 연계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성평등가족부는 형사·민사·가사 사건 등에 대한 무료 법률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형사절차 지원을 위해 지난 2년간 변호사 375명이 활동했으며 피해자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필요한 법률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접근하면 피해자에게 위치 알림…보호조치도 강화
정부는 위험신호를 알리는 것과 함께 고위험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6월부터는 전자장치를 부착한 스토킹 등 가해자가 일정 거리 안으로 접근할 경우 피해자가 스마트폰으로 가해자의 접근 위치와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가해자 위치정보 피해자 알림’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고위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민간경호와 지능형 CCTV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스토킹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 등을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는 2027년 4월 시행될 예정이다.
대학가로 들어간 ‘레드플래그 10’
성평등가족부가 이번 캠페인 장소로 대학을 선택한 것도 청년층이 일상적인 관계 속에서 위험신호를 보다 일찍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6일 성신여대 현장에서는 ‘레드플래그 10’과 함께 피해 발생 시 이용할 수 있는 상담·법률지원 제도가 안내됐다. 원민경 장관과 성신여대 인권상담소 관계자, 대학생,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등이 참여한 간담회에서는 교제폭력·스토킹의 특성과 위험신호를 인지했을 때의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됐다.
성평등가족부는 앞으로 대학 등 청년층과의 접점을 확대해 ‘레드플래그 10’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교제폭력·스토킹 위험신호를 조기에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예방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교제폭력과 스토킹은 폭행이나 협박이 발생한 뒤에야 위험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감시와 집착, 인간관계 통제, 책임 전가처럼 관계 속에서 먼저 나타나는 신호가 있다.
정부가 ‘레드플래그 10’을 확산하는 이유도 폭력이 심각해진 뒤 대응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위험이 커지는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피해자를 신고·상담·보호체계와 연결하는 데 있다.
자료출처: 성평등가족부 「교제폭력·스토킹 위험 신호, 대학생과 함께 알린다」(2026.10.5), 관계부처 합동 「스토킹·교제폭력 대응 강화 방안」,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