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종양 환자 15명 예비연구 발표…기존 치료와 비교한 후속 연구 필요
- 의료현장 도입 전 허가 범위·의료진 교육·추가 비용 함께 살펴야
국산 내시경 수술로봇 기술이 산업통상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 해당’ 판정을 받았다.
국내 의료로봇 기술이 국가적으로 보호·관리할 필요가 있는 기술 범주에 포함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가핵심기술 판정은 환자 치료효과나 기존 내시경 치료보다 우수한 성능을 인증하는 제도가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510(k) 결정도 모든 소화기 수술이나 암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승인이 아니다.
국산 의료로봇의 성과를 정확히 평가하려면 국가핵심기술 판정이 확인한 산업적·전략적 가치, FDA가 허용한 제품의 사용 범위, 환자 연구에서 확인된 임상적 근거를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국가핵심기술 판정은 ‘보호할 기술인가’를 판단
엔도로보틱스는 자사의 내시경 수술로봇 시스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 가운데 ‘복강경, 내시경 및 영상유도 수술로봇 시스템의 설계·제조·제어 기술’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산업통상부로부터 받았다고 6일 밝혔다. 판정일은 지난 1일이다.
국가핵심기술은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커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과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말한다. 해당 여부 판정은 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정부 고시에 정해진 국가핵심기술 범위에 포함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관은 기술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술 수출이나 해외 인수·합병 등이 진행될 때는 국가 연구개발비 지원 여부와 거래 형태 등에 따라 관련 법률에서 정한 승인 또는 신고 절차도 적용될 수 있다.
이번 판정은 해당 기술을 국가 차원에서 보호·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기존 의료기기보다 치료효과가 뛰어나다거나 합병증이 적다는 임상적 평가와는 성격이 다르다. 모든 소화기 질환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의료기기 허가나 건강보험 적용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FDA 결정은 ‘510(k) 판매 허용’
엔도로보틱스의 내시경 로봇 플랫폼 ‘로보페라(ROBOPERA)’는 2025년 9월 24일 FDA의 510(k) 결정을 받았다.
FDA 데이터베이스에는 로보페라가 2등급 의료기기인 ‘내시경 및 부속품’으로 분류돼 있다. 결정 내용은 기존에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비교 대상 의료기기와 ‘실질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이다.
510(k)는 새 의료기기의 사용 목적과 기술적 특성, 안전성, 성능을 기존 의료기기와 비교해 미국 내 유통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다. 고위험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효과를 별도로 심사하는 시판 전 승인인 ‘PMA’와는 다르다.
따라서 로보페라의 510(k) 결정은 FDA가 정한 범위에서 미국 시장에 제품을 유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치료보다 우수한 결과를 보장하거나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든 시술을 승인했다는 뜻은 아니다.
FDA도 510(k)의 실질적 동등성 결정이 의료기기 관련 모든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제조사는 표시사항과 품질관리, 이상사례 보고 등 별도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사용 범위는 소화관 조직을 잡아 들어 올리는 보조
FDA가 공개한 로보페라의 사용 목적은 구체적이다.
내시경 수술을 할 때 식도·위·결장·직장의 조직과 점막을 잡아 들어 올리는 용도로 사용한다. 소장은 사용 부위에서 제외됐다. 병원에서 관련 교육을 받은 의사가 사용하도록 정해져 있다.
이 기기는 내시경 끝부분에 로봇 겸자를 장착하고 의료진이 조작기로 겸자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내시경으로 점막을 절개하거나 병변을 떼어낼 때 조직을 잡아 시야를 확보하고, 절제 후에는 점막을 모아 클립으로 닫는 과정을 보조할 수 있다.
스스로 병변을 진단하거나 수술을 진행하는 자율로봇은 아니다. 의료진이 직접 기구를 조작하는 수술 보조장비에 가깝다. FDA도 로봇 보조 수술기기는 사람의 직접적인 통제 없이 수술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회사가 제시하는 활용 가능성과 규제기관이 허용한 사용 범위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FDA 표시사항에는 소화관 조직과 점막을 잡아 들어 올리는 기능이 명시돼 있다. 특정 암의 치료효과나 재발 방지, 생존기간 연장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다.
FDA 심사에는 환자 대상 임상시험 포함되지 않아
FDA 510(k) 심사자료에는 기기의 움직임과 내구성, 내시경 호환성, 비상정지 기능, 소프트웨어, 생체적합성, 사용편의성 등에 관한 시험 결과가 담겼다.
동물실험에서는 내시경 점막하박리술 상황을 재현해 로봇 겸자의 조작성과 정확도를 평가했다. 점막하박리술은 위나 대장의 점막 아래층을 절개해 병변을 한 덩어리로 떼어내는 내시경 치료다.
동물실험에서는 비교 대상 기기와 실질적으로 동등한 정확도가 확인됐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사람에게서 동일한 치료효과가 확인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FDA에 제출된 510(k) 요약문에는 이번 심사에서 환자 대상 임상시험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기재돼 있다. FDA 결정만으로 기존 내시경 치료보다 시술시간이 짧거나 출혈·천공이 적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이유다.
병변을 완전히 제거하는 비율이나 재발률, 의료진의 숙련도 차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추가 비용을 고려해도 경제적인지 등도 별도의 환자 대상 비교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위 종양 환자 15명 연구서 초기 가능성 확인
환자에게 실제 적용한 초기 연구도 발표됐다.
고려대학교 의료원 연구진은 2024년 6월부터 9월까지 위 종양 환자 15명에게 로봇 보조 내시경 점막하박리술을 시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Gastrointestinal Endoscopy’에 게재됐다.
연구에 참여한 15명 모두 병변을 한 덩어리로 제거했으며, 현미경 검사에서도 절제면에 종양이 남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전체 시술시간은 28.8분이었다. 절제한 조직이 손상된 사례는 4건이었다.
이번 연구는 위 병변 치료에 로봇팔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 첫 환자 대상 예비연구라는 의미가 있다. 다만 참여자가 15명으로 적고, 기존 내시경 치료를 받은 대조군이 없었다.
따라서 이 연구만으로 로봇을 사용하지 않은 치료보다 시술이 빠르거나 합병증이 적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연구 대상도 위 종양 환자였으므로 다른 장기의 질환이나 일반적인 소화기 환자에게 같은 결과를 적용할 근거로 삼기 어렵다.
환자 대상 연구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연구가 FDA 심사의 근거로 사용됐는지도 구분해야 한다. 해당 연구 결과가 FDA 510(k) 결정에 직접 활용됐다고 볼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의료현장 확산에는 허가 이후의 검증 필요
의료기관이 내시경 수술로봇을 도입했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에서 허가받은 사용 목적과 범위에 맞는 환자를 선정하고, 의료진이 기기 조작과 응급상황 대응교육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
시술 도중 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거나 조직 손상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존 내시경 치료로 전환할 수 있는 대응체계도 필요하다. 로봇을 사용한 시술의 합병증과 병변을 완전히 제거한 비율을 기존 치료와 비교해 지속적으로 살피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
환자에게는 로봇 사용이 치료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기존 치료와 비교해 확인된 장점과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 일회용 기구와 장비 사용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면 예상 부담액도 시술 전에 알려야 한다.
도입 이후에는 시술 건수만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기 이상이나 부작용, 치료 결과를 꾸준히 수집해야 한다. 이러한 자료가 축적돼야 국산 내시경 로봇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어떤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추가 비용을 감수할 만큼 임상적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FDA도 로봇 보조 수술을 고려하는 환자는 의료진의 해당 기기 교육과 경험, 다른 치료방법의 장단점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의료기관에는 기기를 사용하는 의료진의 훈련과 자격을 관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기술 가치와 환자 치료효과는 따로 평가해야
국산 내시경 로봇이 국가핵심기술 판정과 FDA 510(k) 결정을 받은 것은 기술 보호와 해외시장 진입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 내시경에 부착해 조직을 여러 방향으로 잡아당길 수 있는 설계도 복잡한 치료내시경을 보조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환자에게 중요한 기준은 기술의 국적이나 ‘로봇’이라는 명칭이 아니다. 기존 치료와 비교해 어느 환자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추가 위험과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가 확인돼야 한다.
국가핵심기술 판정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기술인지를 판단한다. FDA 510(k)는 정해진 용도에서 미국 시장에 제품을 유통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실제 치료효과의 크기와 기존 치료보다 나은지는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교연구와 장기 추적자료가 답해야 할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