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렌징 폼으로 세수한 뒤 얼굴이 뽀드득거려야 개운하다고 느끼셨나요, 안타깝게도 그 기분 좋은 소리는 노폐물이 씻겨 나간 소리가 아니라, 내 피부를 지켜주던 소중한 천연 방어막이 통째로 뜯겨 나간 비명일지도 모릅니다.

유독 길고 고되었던 하루를 보낸 날, 욕실로 들어가 클렌징폼을 손바닥에 듬뿍 짭니다. 몇 번만 슥슥 비벼도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르는 하얗고 풍성한 거품을 얼굴에 얹으면, 오늘 하루 쌓인 먼지와 피로는 물론 마음의 묵은 때까지 씻겨 내려가는 듯한 개운함이 찾아옵니다.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어푸어푸 물세안을 마치고 수건으로 물기를 살포시 훔쳐낼 때, 손바닥에 닿는 피부가 뽀드득 소리를 내면 비로소 완벽하게 씻었다는 깊은 안도감이 들지요. 하지만 수건을 걸어두고 욕실 문을 채 나서기도 전에, 마치 고무줄로 얼굴을 사방에서 잡아당기는 듯한 강렬한 속당김이 찾아옵니다.
화장대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피부가 바짝 메마르고 당기는 느낌에, 우리는 다급하게 스킨과 에센스를 손에 잡히는 대로 덧바르곤 합니다. 나이가 들더니 피부가 확실히 건조해졌네 라며 애꿎은 세월을 탓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우리가 매일 겪는 이 기묘한 속건조의 사투는 정말 나이 탓일까요, 사실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풍성한 거품 속에 그 범인이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 물과 기름은 원래 절대로 섞이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얼굴에 낀 기름진 피지와 화장품을 물로 씻어내려면, 이 둘을 억지로 이어 붙여줄 강력한 화학 물질이 필요합니다. 대량 생산되는 수많은 클렌징 제품 속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합성 계면활성제가 바로 그 역할을 합니다. 이 성분은 무척이나 일 잘하고 부지런한 비서와 같습니다. 유통기한 내내 부드러운 거품을 유지해 주고, 얼굴 위 기름기를 흔적도 없이 지워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이 비서가 너무 과하게 부지런하다는 점입니다. 씻어내야 할 노폐물과 피지만 쏙 골라내면 좋을 텐데, 우리 피부가 외부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며칠 동안 정성껏 만들어둔 소중한 천연 수분 보호막까지 밀어붙이듯 함께 쓸어버립니다. 뽀드득거리는 그 개운한 소리는 사실 피부의 수분 성벽이 완전히 허물어져 맨살이 그대로 노출되었다는 위험 신호였던 셈입니다.
화장품으로 아무리 좋은 영양을 주려 해도, 하루에 두 번씩 세안 단계에서 장벽을 통째로 걷어내 버린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피부가 자꾸 예민해지고 각질이 가뭄 난 것처럼 일어나는 진짜 이유는 깨끗이 씻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과하게 씻어내어 피부가 숨 쉴 틈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진짜 건강한 클렌징은 얼굴 위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청소가 아니라, 나쁜 것은 비우고 좋은 것은 부드럽게 지켜주는 조율 입니다. 손끝에 닿는 느낌이 조금 미끈거리고 어색하더라도, 피부 본연의 유수분 밸런스를 깨뜨리지 않는 순한 성분을 고르는 눈이 필요합니다.
오늘 밤에는 세안을 마친 뒤 거울 속 내 살결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뽀드득한 자극 대신 조금은 심심하지만 편안하고 촉촉한 마무리를 선물해 주는 건 어떨까요. 거품의 화려함을 조금 덜어내고 피부가 원래 가지고 있던 튼튼한 장벽을 지켜줄 때, 우리의 살결은 비싼 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속에서부터 스스로 물을 머금은 듯 촉촉하고 맑은 본연의 생기를 되찾기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가 속았던 뷰티 상식의 기막힌 반전
과거의 믿음- 세수하고 나서 피부가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씻겨야 개운하고 깨끗한 것이다.
오늘의 진실- 뽀드득한 느낌은 피부를 보호하는 수분막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경고입니다. 건강한 세안 후에는 장벽이
유지되어 약간 부드럽고 촉촉한 감촉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과거의 믿음- 거품이 아주 풍성하고 단단하게 잘 나야 세정력이 좋은 제품이다.
오늘의 진실- 거품의 양은 세정력보다는 합성 계면활성제와 거품 형성제가 많이 들어갔다는 뜻입니다. 거품이 조금 덜
나거나 묽더라도 피부 자극이 적은 약산성 클렌저가 장벽 건강에 훨씬 이롭습니다.
과거의 믿음- 뽀드득 세안 후 당기는 느낌은 바로 미스트나 스킨을 뿌리면 해결된다.
오늘의 진실- 무너진 피부 장벽 위에 급하게 수분을 뿌리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근본적인 속건조를 해결하려면
세안 단계에서부터 수분막을 갉아먹는 강한 세정 성분을 피해야 합니다.
설민규 대표는 수하코스메틱의 대표이자 건강뷰티큐레이터로서 천연화장품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전문메디컬코스메틱회사에서 쌓은 4년간의 경력을 바탕으로, 50여 곳의 피부과와 성형외과 원장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코칭과 컨설팅을 진행해왔다. 100여 건의 피부 관련 병원 및 업체 담당자 제품시연과 코칭을 통해 현장 중심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서울 피부과 학술세미나 및 포럼에서 상담 및 부스참여의 경험으로 현재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뷰티 솔루션을 추구하며, 현재 비건 기초화장품 및 필링제품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천연 화장품을 통해 건강한 아름다움을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