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축·문화재·종교시설 이전 반발…"존치형 개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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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진형 기자] 정부가 서울 강남권의 주택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서울 서리풀 공공주택지구’ 조성 사업이 거센 주민 반발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그린벨트’로 불리는 서초구 우면동 일대 서리풀 2지구 주민들이 대대로 이어온 집성촌 공동체와 종교시설을 지키기 위해 강제수용에 맞선 법적 대응을 공식화하면서, 2028년 착공 목표를 세운 정부의 공급 일정에 변수가 생길지 주목된다.
“50년 참았는데 강제 철거라니”... 2지구 주민들 ‘존치형 상생안’ 청원
서리풀 2지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성당에서 기자간담회 및 현장 설명회를 열고,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지구 내 송동마을·식유촌 및 우면동성당을 개발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존치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달 내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원장을 맡은 성해영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정부는 지난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환경 보전을 이유로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철저히 묶어두었다”라며 “이제 와서 갑자기 보존 가치가 없다며 공공개발을 위해 강제 수용하겠다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서리풀지구는 서초구 원지·신원·염곡·내곡동 일대의 1지구(201만 8,000㎡, 1만 8,000가구)와 우면동 일대의 2지구(19만 3,000㎡, 2,000가구)로 나뉘어 총 2만 가구 규모로 추진 중이다. 이 중 주민 반대가 집중된 곳은 2지구 내 유일한 거주지인 송동마을과 식유촌(총 76가구)이다.
주민들은 개발 자체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두 마을과 성당 부지가 서리풀지구 전체 면적의 1.88%에 불과한 만큼, 원주민 정착지를 그대로 두고 주변 비거주지를 개발하는 ‘존치형 상생 개발’을 도입해도 정부의 2만 호 공급 목표를 달성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법정보호종 서식처 훼손 및 조선 시대 문화재 매장 가능성 지적
주민 측은 전면 철거형 개발이 진행될 경우 발생할 환경적·문화적 손실도 제기하고 있다. 우면산 기슭에 자리 잡은 이 일대는 생태적 가치가 높아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참매, 새매, 맹꽁이, 소쩍새 등 7종의 법정보호종과 20여 종의 시·도 지정 보호종이 서식하는 생태축으로 확인된 바 있다.
역사·문화적 불확실성도 제기된다. 서리풀 2지구 일부 구간은 조선 단종의 장인·장모 묘역을 비롯해 ‘여산 송씨 묘역 추정지’ 등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유물산포지)으로 분류되어 있다. 대책위는 공사 과정에서 정밀 발굴조사가 개시되어 실제 유물이 출토될 경우,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원형 보존 조치 등으로 인해 도리어 전체 사업 기간이 무기한 지연되는 리스크를 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면동성당의 백운철 주임신부는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토지 보상금이 아니라 수백 년간 이어온 삶의 터전과 공동체를 지키는 보존”이라며 “이번 행정소송은 종교의 자유와 재산권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묻는 소송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토부 “사업 기조 유지하되 최근 주민 소통 의사 보여… 의견 수렴할 것”
공공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상 국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강제수용은 개인의 다툼 절차가 사전에 제한되어 있어 주민들의 법적 저항이 쉽지만은 않은 구조다. 실제로 주민들은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설명회를 두 차례 무산시켰으나, 관련 법령에 따라 설명회 자체가 생략된 채 지난 11일 2지구 공공주택지구 지정이 기습 고시됐다.
그럼에도 주민들이 청원서 제출, 행정소송 제기, 서명운동 등 배수의 진을 치고 있어 사업 시행자인 LH와 국토부로서도 전면적인 강행군에는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강남권 요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과 장기전세주택(미리내집) 등을 2028년 12월 착공하겠다는 로드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일단 지정된 사업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원론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주민들과의 대화 창구를 열어두겠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송동마을과 식유촌의 면적 비중은 2% 미만으로 작지만, 전체 사업의 상징성이나 연계성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라며 “그동안 주민 반발이 워낙 거세 소통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었는데, 최근 주민 대책위 측에서 정부와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온 만큼 본격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밟아 수용 가능한 대안이 있는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AI부동산경제신문 | 편집부
이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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