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스페이스X 개인청약 ‘0주’... 231만주는 어디로
AI부동산경제신문 | 경제

[서울=이진형 기자]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하며 ‘세기의 상장’을 완성했다. 기업가치는 단숨에 2조 달러를 돌파했고 월가는 수수료 잭팟을 터뜨렸지만, 역대 최대 공모주를 기대했던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0주 배정’이라는 초유의 금융 쇼크가 발생했다. 국내 증권사가 인수단 공시까지 올리며 모집했던 수천억 원의 청약금이 단 한 주도 전환되지 못한 채 환불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 시장에서의 냉혹한 현실과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
2조 달러 거물 된 스페이스X, 머스크는 인류 최초 ‘조만장자’ 등극
15일 금융투자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스페이스X는 공모가인 135달러보다 19.22% 뛰어오른 160.95달러로 첫날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최고 176.52달러까지 치솟으며 30%가 넘는 폭발적인 랠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종가 기준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은 무려 2조 1,046억 달러(약 3,198조 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코스피 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1.7배를 웃도는 규모로, 테슬라와 브로드컴을 제치고 글로벌 시총 6위 자리에 안착했다. 이번 상장으로 스페이스X 지분 70%를 보유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개인 자산은 1조 1,000억 달러(약 1,670조 원)로 추정돼, 인류 역사상 최초의 ‘조만장자(Trillionaire)’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이번 메가 딜을 주도한 글로벌 주간사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역시 역대급 수익을 올렸다. 스페이스X가 조달한 총공모 자금은 750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스페이스X는 월가 은행들과의 협상을 통해 수수료율을 통상 기준보다 훨씬 낮은 0.7% 수준으로 통제했으나, 판돈 자체가 워낙 컸던 덕에 총 5억 달러의 수수료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공동 주간사인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는 각각 1억 달러(약 1,520억 원)에 달하는 이례적인 인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7600억 몰렸는데 배정은 ‘영(0)주’… 미래에셋증권 청약 전액 무산
스페이스X가 연일 상장 대박 승전고를 울린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 투자자 주장은 비명으로 가득 찼다.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전문투자자(개인 및 법인)를 대상으로 사모 형태로 모집한 5억 달러(약 7,600억 원) 규모의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이 최종 미배정으로 결론 났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투자설명서(S-1)에 글로벌 IB 20여 곳과 함께 공동 인수단(Underwriter)으로 이름을 올렸고, 당초 전체 물량의 0.4% 수준인 보통주 231만 4,815주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상장 첫날 폭등이 확실시되었던 탓에 국내 청약 시장에서는 1~2분 만에 판돈이 완판되는 등 광풍이 불었다. 그러나 상장 직전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미래에셋증권 측에 판매 가능한 물량을 단 한 주도 배정하지 않겠다는 최종 결정을 통보했다.
냉혹한 월가 배정 룰… 미즈호 ‘62억 불’ 주문장 대비 규모·질에서 밀렸다
글로벌 IB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단순한 ‘코리아 패싱’이라기보다는, 글로벌 공모주 시장의 철저한 배정 원칙과 주관사의 막강한 권한이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실제 이번 스페이스X 상장 배정 프로세스는 일반 공모와 완전히 다르게 진행됐다.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단순히 신청 금액의 크기뿐 아니라 계좌 내 실제 보유 자금 규모, 상장 직후 매도 가능성(단타 배제), 일론 머스크 생태계와의 장기적 파트너십 관계를 현미경 검증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국부펀드와 장기투자 전용 펀드에 물량이 집중됐고 소매투자자 몫은 철저히 배제됐다.
특히 주문장의 체급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일본 미즈호증권의 경우 미국 현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무려 62억 달러 규모의 거대 주문장을 주관사에 들이밀어 약 22억 달러어치의 물량을 따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이 모아온 주문은 약 10억 달러(전문투자자 사모 약 5억 달러 포함) 수준으로 미즈호의 6분의 1에 불과했다. 미래에셋그룹이 2022년 이후 스페이스X에 수천억 원을 투자한 ‘초기 주주’라는 프리미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주관사의 배정 재량권 앞에서는 개인 및 국내 청약 주문장의 매력도가 떨어졌던 셈이다.
주가 40% 폭락에 환차손 민원까지… 금융감독원 배경 파악 착수
이번 ‘0주 사태’의 후폭풍은 거세다. 공모 청약에 참여했던 국내 전문투자자들은 증거금을 돌려받기는 했지만, 청약 기간 내 환율이 약 19원가량 하락하면서 계좌상 심각한 환차손 피해를 떠안게 됐다.
개인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증시에도 반영됐다. 지난 5월 장중 8만 7,800원까지 치솟았던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15일 기준 5만 1,500원까지 주저앉으며 두 달 만에 40% 넘게 폭락했다. 스페이스X 지분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글로벌 IB로서의 위상에 신뢰를 보냈던 주주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진 탓이다.
사태가 커지자 금융감독원도 즉각 전수 조사 및 배경 파악에 나섰다.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규정을 준수했는지, 특히 환율 변동성 리스크나 미배정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고지와 설명 의무를 다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자산운용업계의 희비도 엇갈렸다. 스페이스X 공모주를 배정받아 신규 상장 버프를 누리려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등 일부 액티브 ETF들은 공모주 확보 실패로 인해 상장 첫날 장내에서 비싸게 주식을 매수해 편입하는 등 운용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반면, 애당초 공모 참여가 제한되어 상장 후 수시 편입 특례 조항을 준비해 둔 ‘TIGER 미국우주테크’, ‘KODEX 미국우주항공’ 등 패시브 ETF들은 계획대로 상장 후 2영업일 이내에 스페이스X 주식을 최대 25%까지 채워 넣을 예정이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의 초기 지분 투자자로서 기업 선구안은 증명했으나, 글로벌 거대 자본이 격돌하는 초대형 미국 IPO 시장에서 국내 리테일 고객 물량을 확약받아오는 협상력과 트랙 레코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과제를 남겼다”고 촌평했다.
AI부동산경제신문 | 편집부
이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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