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말은 호메이니의 영묘 앞에서 또렷이 울려 퍼졌다. 2026년 6월 4일,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서면 메시지가 대독되며, "악의의 적은 패배했다"는 승리 선언이 테헤란 하늘에 던져졌다. 정작 그 자신은 한 번도 단상에 서지 않았다. 모습 없는 지도자의 승리 선언이라는 이 기묘한 풍경 속에, 오늘의 이란이 처한 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우연히 권좌에 오른 인물이 아니다. 그의 아버지이자 이란을 수십 년간 통치한 알리 하메네이는 2026년 초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군사작전 중 공습으로 사망했다. 그 충격 속에서 이란의 전문가의회(헌법상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시아파 성직자 기구)는 약 열흘 만에 그의 아들 모즈타바를 제3대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모즈타바는 아버지를 앗아간 그 공습에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오랫동안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의 건강과 소재를 둘러싼 의문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그러므로 이번 메시지는 단순한 추모사가 아니라, "지도자는 건재하다"는 사실을 안팎에 알리려는 정치적 신호이기도 하다.
대독된 메시지에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명확한 승리를 주장했다. 그는 적이 군사적 전장과 거리에서 결정적 타격을 입고 "깊고 의미심장한 굴욕"을 겪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적의 전략이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옮겨갔다고 진단했다.
군사적으로 패한 적이 이제는 국민의 저항 의지를 꺾고 지도부의 판단에 혼란을 심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에 절망을 퍼뜨리는 모든 행위가 결국 적을 돕는 일이라며, 국민에게 단결과 경계, 상호 신뢰를 당부했다. 또한 약 80년 전 강대국들이 세운 '주둔지' 이스라엘을 거론하며, 이들이 유프라테스강 동쪽에 강력하고 독립적인 이란이 서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메시지는 6월 4일 테헤란 남부 호메이니 영묘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낭독되었다. 1989년 세상을 떠난 이란 이슬람 혁명의 창시자 호메이니의 37주기에 맞춘 자리였고, 수많은 추모객이 운집했다. 상징의 무게를 빌려 메시지의 권위를 높이려는 선택이다.
전략 분석가들은 이 '승리 선언'을 다르게 읽는다. 임박한 휴전이나 평화 협상을 앞두고 국민을 미리 준비시키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현실의 협상은 교착에 빠져 있다. 이란은 동결 자산의 즉각 해제와 레바논 헤즈볼라 문제의 동시 해결을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는다. 더욱이 이 선언 며칠 뒤, 이스라엘과 이란은 다시 격렬한 미사일 공방을 주고받았다. 승리의 언어와 전장의 포성이 또 한 번 어긋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