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 테이블 위에 놓인 것은 종이 한 장이 아니다. 수십 년 쌓인 불신과, 두 달 넘게 이어진 전쟁의 피로와, 7천만 이란 국민의 자존심이 그 위에 함께 놓여 있다. 2026년 6월 1일, 이란 의회 의장 무함마드 바케르 갈리바프가 미국을 향해 칼날 같은 한마디를 던진다. "이란 국민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어떤 합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같은 시각 워싱턴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좋은 합의에 가까워졌다며 낙관을 흘리지만, 정작 합의문 초안을 더 강경하게 뜯어고쳐 테헤란으로 되돌려 보낸다. 평화는 정말 가까운가, 아니면 또 한 번 멀어지는가. 말과 행동 사이의 깊은 골을 들여다본다.
이 줄다리기의 뿌리는 깊다. 이번 전쟁은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시작됐고, 그 불길은 봄을 지나 초여름까지 잦아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란이 "보장(guarantee)"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이유는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한때 맺었던 핵 합의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기억이 테헤란의 뼛속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데인 자는 같은 불을 두 번 믿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이란에 협상이란 선의를 주고받는 자리가 아니라, 상대가 먼저 약속을 깨지 못하도록 빗장을 거는 자리다. 트럼프가 내놓은 조건은 명확하다.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갖지 않아야 하며, 호르무즈 해협은 통행료 없이 양방향으로 즉시, 제한 없이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당위(must)'의 언어를 테헤란이 거부한다는 데 있다.
이 단호한 메시지의 주인공은 의장에 재선된 갈리바프다. 그는 새 의회 상임 간부단의 취임 선서식 직후 연단에 올라 미국을 정조준한다. "외교 전선의 병사들은 적의 말과 약속을 믿지 않는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약속을 이행하는 대가로 반드시 손에 쥐어야 할 실질적 성과"라는 것이다. 빈말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 배경에는 미국 측의 흔들림이 자리한다. 트럼프는 측근들과의 회의 끝에 합의 초안에 변경 사항을 달아 되돌려 보냈고, 협상은 또 한 주 늘어진다. 그가 고집한 것은 이란의 핵 약속과 호르무즈 재개방에 관한 더 강경한 문구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협정 조건을 한층 더 죄었으며 새 틀을 이란이 검토하도록 돌려보냈다고 전한다. 그사이 이란 외무부는 최종 합의는 없다고 못 박고, 외무장관 아바스 아락치는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고만 밝힌다. 한쪽은 임박을 외치고 다른 쪽은 미완을 말한다. 같은 테이블, 전혀 다른 풍경이다.
5월 말 테헤란의 공기는 팽팽하다. 갈리바프의 언어는 협상가의 것이라기보다 전사의 것에 가깝다. "우리는 지금 역사를 쓰는 거대한 전쟁에서 적을 밀어내고 있다. 혁명 지도자가 강조했듯, 이 전쟁에서 승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결과 결속"이라고 그는 외친다. 적을 물러서게 한 것은 군사력과 방어 태세만이 아니라 국민의 저항과 단결이며, 이 승리의 비밀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사회관계망 글은 더욱 날카롭다. "우리는 대화가 아니라 미사일로 양보를 얻어낸다. 협상에서는 그저 그것을 이해시킬 뿐이다. 어떤 합의든 승자는 서명 다음 날의 전쟁에 더 잘 준비된 쪽"이라는 섬뜩한 경구다. 전문가들의 우려도 깊다. 나토방위대학의 리처드 와이츠는 합의가 늦어질수록 전투가 재개될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한다. 광장에서 최고지도자의 초상을 든 한 여인의 손끝에는, 협정문 한 줄로는 다 담기지 않는 두려움과 결기가 함께 떨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