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내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싸고 교통 약자가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다수 시민은 자리를 비워두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정작 임산부인 당사자들은 주변의 따가운 눈총과 오해를 피하려 이용을 기피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회장 김경선)와 공항철도(주)가 지난 5월 27일 오후 2시부터 서울 검암역 대합실 및 환승통로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2026년 임산부 배려 공동 캠페인’은 이러한 사회적 단면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번 행사는 일반 시민이 초기 임신부의 일상적 고충을 직접 경험하고 인식을 전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기획됐다.

현장에서는 시민들이 무거운 특수 체험복을 착용하고 ‘바닥에 완전히 앉았다가 홀로 일어나기’ 미션을 수행하는 체험존이 운영됐다. 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은 “단순한 동작 하나에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몸이 무거워 균형을 잡기 힘들었다”며 “외관상 티가 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들이 대중교통에서 겪을 고통을 비로소 실감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주사위를 굴려 10월 10일 임산부의 날 등 관련 상식을 알아보는 퀴즈 코너와 응원 메시지를 포스트잇에 적어 나무 그림을 완성하는 ‘배려를 키우는 나무’ 이벤트가 진행되어 유동 인구가 많은 환승역 시민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와 협회가 앞서 진행한 정밀 실태조사 지표를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 교통 약자 보호 문화의 현주소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대중교통 좌석 비워두기 항목에는 임산부(69.3%)와 일반인(68.6%) 모두 높은 필요성을 인정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남양유업(주)과 (주)마이필 등 민간 기업의 기념품 후원과 맞춤형 육아 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 앱 ‘아이마중’ 다운로드 행사도 이어져 실천 의지를 북돋웠다.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교통 약자들이 체감하는 온도가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협회의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일반 시민의 82.6%는 “임산부를 위해 자리를 양보하거나 배려한 경험이 있다”고 자평했으나, 실제 배려를 받았다고 응답한 임산부는 56.1%에 불과해 심각한 인식의 괴리를 보였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임산부 배려석의 실제 이용률과 편의성 지표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배려석을 실제로 이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9.5%로, 전년도의 92.3%와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좌석 이용 과정에서 정신적 불편함이나 불쾌감을 느꼈다는 응답은 기존 42.4%에서 60.9%로 급증했다.
임산부들이 지정 좌석 이용을 꺼리는 구체적인 사유를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경직된 시선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미 앉아 있는 승객에게 비켜달라는 압박이나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21.0%로 가장 높았고, “좌석에 앉았을 때 주변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이 심리적으로 너무 부담스럽다”는 답변도 9.3%를 차지했다. 이외에 일반석이 차라리 마음 편하다는 응답(6.3%)과 임신 초기여서 굳이 티를 내고 싶지 않다는 속사정(4.9%)이 뒤를 이었다.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었으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엄존하는 셈이다.

김경선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환승 거점인 검암역에서 많은 시민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준 덕분에 우리 사회의 따뜻한 온정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면서도 “제도적 배려석 설치를 넘어 임산부들이 눈치 보지 않고 안심하며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실천적 환경을 구축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적 인프라를 만드는 데 적극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일반인의 높은 인식과 달리 임산부들의 실제 체감도 및 이용 만족도는 하락하고 있는 역설적 실태를 고발했다. 공동 캠페인을 통한 직접 체험과 인식 개선 활동은 교통 약자 보호의 필요성을 활자 밖으로 끌어내어 시민들의 자발적인 좌석 비워두기와 양보 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정석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확보만으로는 저출생 시대의 교통 약자 보호 체계를 완성할 수 없다. "앉아 있는 사람의 시선이 두렵다"는 임산부들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의 배려 문화가 아직 형식에 치우쳐 있음을 방증한다. 대중교통 안에서 교통 약자가 눈치 보지 않고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 의식의 함양과 지속적인 대국민 캠페인이 이어져야 할 시점이다._ 패밀리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