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기업과 노동조합 간 임금 및 성과급 협상이 잇따라 타결되며 대기업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생산 현장의 기반을 떠받치는 2·3차 협력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내몰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대표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과 성과급 지급을 이어가는 동안, 실제 생산과 부품 공급을 담당하는 2·3차 밴더 업체들은 원가 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 “버티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중소 협력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원자재 가격 상승, 전기요금 인상, 물류비 증가, 최저임금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이어졌지만 납품단가는 사실상 제자리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대기업과 직접 계약하는 1차 밴더 업체들이 원가 인상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거나, 오히려 단가 인하 압박을 지속하면서 하청 구조 아래에 있는 2·3차 업체들로 부담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제조업체 대표는 “대기업은 ESG 경영과 지속가능 경영을 강조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가장 약한 고리인 하위 협력업체들이 희생되고 있다”며 “납품을 중단하면 거래가 끊길 수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적자를 감수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노조 협상 타결로 임금과 성과급이 오르면 결국 그 부담 일부는 협력업체 단가 압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작 현장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은커녕 고용 유지조차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공급망 구조가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3차 밴더 기업들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연구개발 투자와 품질 개선이 어려워지고, 이는 결국 제품 품질 저하와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전자산업처럼 정밀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산업일수록 협력업체의 지속가능성이 핵심 경쟁력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글로벌 ESG 평가에서도 최근에는 단순히 본사의 친환경 정책이나 사회공헌 활동뿐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상생 구조와 협력업체 보호 여부까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반영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이익 일부가 공급망 전반으로 보다 건강하게 순환될 수 있는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제 전문가는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와의 상생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1차 밴더 중심 구조를 넘어 2·3차 협력업체까지 실질적인 이익이 전달될 수 있어야 품질 안정화와 산업 생태계 유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가능경영은 단순한 보고서나 평가 대응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가 함께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