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과 인도의 과학 협력 강화, 그 의미는?
유럽연합(EU)의 과학 연구 기금 프로그램인 'Horizon Europe'에 인도가 준회원국으로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과학 기술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4월 8일 EU와 인도 양측이 공식 예비 협의를 시작하면서, 이는 단지 유럽과 인도 간의 양자 협력을 넘어 글로벌 과학 협력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움직임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과학 기술 강국들에게는 새로운 협력 기회와 함께 경쟁 환경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Horizon Europe은 정확히 어떤 프로그램이고, 왜 국제 과학계에서 주목받는 것일까요? 이 프로그램은 EU가 글로벌 혁신을 이끄는 주요 원천으로 자리 잡은 연구 및 혁신 지원 프로젝트로,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약 955억 유로(약 138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바탕으로 운영됩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 목표는 기후 변화, 인간 건강, 디지털 전환 등 인류가 직면한 국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유럽연합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의 연구자들과 협력을 강화하며 각종 기술과 혁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 간 경계를 넘어 공동 연구와 교류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국가 중심 연구 지원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접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Horizon Europe은 세 가지 주요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기초과학 우수성 강화를 위한 '우수 과학(Excellent Science)' 부문에서는 유럽연구위원회(ERC) 보조금과 마리 스크워도프스카-퀴리 행동(MSCA) 등을 통해 연구자 개인의 창의성을 지원합니다.
둘째, '글로벌 과제 및 유럽 산업 경쟁력(Global Challenges and European Industrial Competitiveness)' 부문에서는 건강, 문화·창조성·포용사회, 시민안보, 디지털·산업·우주, 기후·에너지·모빌리티, 식량·바이오경제·천연자원·농업·환경 등 6개 클러스터로 나뉘어 실질적 문제 해결에 집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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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혁신적 유럽(Innovative Europe)' 부문에서는 유럽혁신위원회(EIC)를 통해 혁신 기업과 스타트업을 지원합니다. 4월 8일 시작된 EU와 인도의 예비 협의는 양측의 과학 기술을 결합하려는 구체적인 첫걸음입니다.
인도가 준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하게 된다면, 인도의 연구자 및 기관들은 유럽 회원국의 연구자와 동일한 조건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인도의 과학 역량 강화로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 이전, 공동 특허 개발, 인력 교류 등 다양한 형태의 실질적 협력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열어주게 됩니다. 인도는 이미 상당한 과학 기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의 화성 탐사선 망갈리안 성공,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COVID-19 백신 개발, IT 및 소프트웨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등이 그 증거입니다. 하지만 연구 자금의 규모와 국제 협력 네트워크 측면에서는 여전히 확장의 여지가 큽니다.
Horizon Europe 참여를 통해 인도는 EU의 수많은 선도 연구 기관과의 연계를 확보하게 되며, 이는 인도 과학 연구 생태계의 질적 도약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EU 측에서도 인도와의 협력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EU는 과학 분야에서 인도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공동 연구를 통해 상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가 직면한 기후 변화 문제, 대규모 인구에 대한 보건 의료 도전 과제, 급속한 디지털화 과정 등은 Horizon Europe의 주요 연구 분야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러한 협력은 실험실 수준의 연구를 넘어 대규모 실증과 현장 적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게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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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rizon Europe 프로그램과 글로벌 과제 해결의 방향
이번 협의가 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우선 유럽 연구 기관들과 협력하며 국제 과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의 연구자들에게는 협력 파트너의 다양성이 증가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은 이미 Horizon Europe에 제3국 연구자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과 기후 변화 등 여러 분야에서 EU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습니다.
인도의 참여는 이러한 협력 네트워크가 더욱 다층화되고 복잡해짐을 의미합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Horizon 2020(Horizon Europe의 전신) 기간 동안 약 200여 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약 6,000만 유로의 연구비를 확보했습니다. 주요 참여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 나노기술, 에너지, 교통 등이었습니다.
Horizon Europe 시대에도 이러한 협력은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배터리, 수소 에너지 등 한국의 강점 분야에서 EU와의 협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Horizon Europe 참여가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연구 협력 환경의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 대응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서 인도의 대규모 실증 역량과 한국의 첨단 기술이 결합될 경우, 양국 모두 EU와의 협력에서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유사한 기술 영역에서 자금 지원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미 EU와의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1년 한-EU 녹색 동맹이 출범했고, 2022년에는 디지털 파트너십이 체결되었습니다. 이러한 양자 협력 틀은 Horizon Europe과 같은 다자 협력 플랫폼에서의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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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국은 EU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심화하고, Horizon Europe 내에서 한국 연구자와 기관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협력 구조의 미래를 살펴보면, EU와 인도의 파트너십은 단순 협력을 넘어 '공동 문제 해결'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를 차지하며, 기후 변화에 매우 취약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동시에 14억 명이 넘는 인구를 위한 보건 의료 시스템 개선, 지속 가능한 농업 기술 개발, 스마트 시티 구축 등 다양한 도전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Horizon Europe의 지원을 통해 이러한 과제를 해결한다면, 그 성과는 인도뿐만 아니라 유사한 조건의 다른 개발도상국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응 전략과 새로운 협력 가능성
EU는 Horizon Europe을 통해 국제 협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현재 이스라엘,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터키 등이 준회원국 또는 관련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영국도 Brexit 이후 재가입을 협상 중입니다.
인도가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면,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경제권이 Horizon Europe의 정식 파트너가 되는 사례가 됩니다. 이는 향후 중국, 일본,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참여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협력 확대에 대해 신중한 시각도 존재합니다. 일부에서는 준회원국 확대가 제한된 연구 자금의 분산을 초래하고, EU 회원국의 연구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또한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유출 방지, 연구 윤리 기준의 차이 등 실질적인 협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도 지적됩니다. 그러나 EU는 이러한 우려를 관리하면서도 글로벌 협력을 통한 혁신이 궁극적으로 유럽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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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위협보다는 기회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역량을 여러 분야에서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EU 및 인도와의 삼각 협력도 가능합니다.
둘째, Horizon Europe에 대한 한국 정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을 강화하여 한국 연구자와 기업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셋째, EU-인도 협력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한국도 Horizon Europe과의 협력 수준을 준회원국에 준하는 형태로 격상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부터 'Horizon Europe 참여 지원 사업'을 운영하며 한국 연구자의 제안서 작성, 컨소시엄 구성, 프로젝트 관리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더욱 확대하고, EU 주요 연구 기관과의 MOU 체결, 공동 연구센터 설립, 연구자 교류 프로그램 강화 등 다각도의 협력 채널을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한국의 강점 분야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바이오헬스, AI 등에서 EU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체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인도의 Horizon Europe 참여는 단순히 두 지역 간의 협력 확대에 그치지 않고 국제 과학 기술 협력 지형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유럽의 연구 생태계는 점차 글로벌화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확장하고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국제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EU-인도 협력의 진전을 주시하면서, 한국도 과학 기술 외교를 강화하고 다자간 협력 플랫폼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은 글로벌 과학 기술 혁신의 주요 행위자로서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