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에 본부를 둔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iddle East Eye)'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한 군사작전 발사 직전 그 행동을 잠시 멈췄다. 이유는 단 하나, 다가오는 이슬람 최대 성지순례 핫즈(Hajj)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핵심국이 워싱턴에 직접 경고를 전달했다. 메카와 메디나에 모이는 150만에 달하는 무슬림 순례자가 자칫 전쟁의 한복판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시계를 잠시 멈춰 세운 것이다. 그러나 외교 소식통은 분명히 말한다. "작전은 취소된 것이 아니라 연기된 것이다."
군사작전과 신앙 일정이 충돌한 순간
올해 핫즈는 5월 24일에 막을 올린다. 이슬람력 둘힛자(Dhu al-Hijjah)의 본격적 의식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26일에는 아라파트 평원의 집회, 27일에는 희생제, 이드 알 아드하(Eid al-Adha)가 따른다. 일정은 29일 또는 30일까지 이어진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약 150만 명의 외국인 순례자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한 해 이슬람 세계가 가장 거룩한 시간으로 여기는 그 자리에, 정작 이란을 향한 미국의 군사작전 계획이 부딪쳤다.
배경에는 2026년 들어 격화된 미국·이스라엘·이란의 분쟁이 있다.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군사력 증강 이후, 이란 핵 시설과 군사 거점에 대한 미국의 추가 타격 가능성이 거듭 거론되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SNS를 통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마감 시한까지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시한 직전, 군사 시계의 분침이 거꾸로 돌아갔다. 일부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 승인을 단 "한 시간" 앞두고 걸프 지도자들의 긴급 개입으로 발걸음을 멈췄다고 전한다.
사우디·카타르·UAE의 '핫즈 카드'
‘미들이스트아이’는 걸프 고위 관리 2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을 연기한 결정적 사유를 밝혔다. ▶첫째, 핫즈 기간 이란에 대한 공습이 시작되면 수십만 명의 순례자가 걸프 일대에 발이 묶이게 된다는 점이다. ▶둘째, 이드 알 아드하로 이어지는 이슬람의 거룩한 시간에 미국의 폭격이 가해질 경우, 이슬람 세계에서 워싱턴의 정치적 위상이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게 된다는 경고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미국 고위 관리는 ‘미들이스트아이’에 "이런 대화가 실제로 오간 게 사실이다"라고 확인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항공·교통·치안 모든 영역에서 거대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했다. 카타르와 UAE의 항공 허브 또한 같은 우려를 공유한다. 동남아·남아시아에서 출발한 순례 항공기 대부분이 그 허브를 거쳐 사우디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메카의 흰 천과 펜타곤의 침묵
5월 22일 현재, 이미 수십만 명의 순례자가 메카에 들어와 있다. 흰 이흐람(Ihram)을 두른 그들의 발걸음은 카바를 향한다. 사우디 당국은 폭염 대비책과 보안 인력을 최대 수준으로 가동 중이다. 같은 시각 펜타곤은 침묵하고 있다. ‘미들이스트아이’가 인용한 세 명의 관리는 모두 "핫즈 기간이 지나면 전쟁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이 라마단 기간에는 이란을 공격한 전례가 있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거론된다. 다만 그때와 지금의 결정적 차이는, 150만에 달하는 무슬림이 사우디 영토에 모여 있다는 점이다. 신앙의 시간이 일시적이나마 강대국의 군사 시계를 멈춰 세운 셈이다. 분석가들은 미국이 과거 위장 신호로 이란을 방심하게 한 사례가 있음을 상기시키며, "연기"라는 표현 너머의 가능성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성지순례 앞에서 잠시 칼집에 들어간 강대국의 칼
이번 사건은 단순한 군사 일정 조정이 아니다. 신앙의 시간이 어떻게 국제정치의 흐름을 잠시나마 굴절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 준 드문 장면이다. 펜타곤의 칼날이 사막의 흰 천 앞에서 잠시 손을 멈췄다. 그러나 잠시이다. 핫즈가 끝나는 5월 말 이후, 군사 시계의 초침은 다시 똑딱이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