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17
17. 처음으로 실패한 날
그날은 조금 다른 아침이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복도가 평소보다 조용했다. 아니, 조용한 것이 아니라 무거웠다. 간호사들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발걸음이 빠른데도 소리가 작았다. 영수는 그 공기를 느끼며 평소보다 천천히 들어왔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조용히 자리를 찾으려 했다.
복도 끝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낮지만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여자 어른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낮은, 흐느끼는 소리.
영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병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안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니, 한 사람이 이야기하고 한 사람은 울고 있었다.
울고 있는 사람은 아주 젊은 여자였다. 스무 살이 조금 넘어 보였다.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날카롭게 말하는 사람은 나이가 더 많은 여자였다. 관계를 알 수 없었다.
영수는 그 앞에서 멈추었다.
말의 내용은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잘못을 한 것 같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따지고 있었다. 우는 사람은 변명도 하지 않고 그냥 울기만 했다.
영수는 그 장면을 보며 무언가가 불편해졌다. 저 사람이 힘들어 보였다. 울고 있는 사람이. 혼자 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잠시 서 있다가, 문을 두드렸다.
작게. 톡.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영수는 말했다.
"저… 물 가져다드릴까요?"
말하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왜 그 말이 나왔는지 자신도 몰랐다. 그냥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나온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 물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나이 많은 여자가 영수를 보았다. 눈빛이 차가웠다.
"필요 없어요."
그리고 다시 젊은 여자를 향했다. 영수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되었다.
영수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복도로 나와서 영수는 잠시 벽에 기대었다.
얼굴이 뜨거웠다. 창피한 것인지, 당황한 것인지, 억울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셋 다였다.
도우려고 했다. 진심으로. 그런데 필요 없다는 말을 들었다. 무시를 당했다. 그 짧은 눈빛이 아직 남아 있었다. 너는 여기 왜 있냐는 눈빛.
영수는 잠시 눈을 감았다.
틀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가서는 안 됐던 것일까. 아니면 말이 틀렸던 것일까. 타이밍이 틀렸던 것일까.
물을 가져다드릴까요. 그 말이 얼마나 맞지 않는 말이었는지, 지금은 알 수 있었다. 그 사람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영수의 개입이 그 공간에 어울리지 않았다. 두 사람만의 일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끼어든 것이었다.
알았지만 늦었다.
그는 벽에서 몸을 떼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발이 무거웠다. 평소에는 복도를 걸으면 무언가를 해야 하는지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여도 나서기 싫었다.
또 틀리면 어떡하지.
그 생각이 발을 묶었다.
그날 오전 내내, 영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복도 의자에 앉아 있었다. 물통을 채워야 할 것이 보였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보호자가 두리번거리는 것이 보였지만 다가가지 않았다. 그냥 앉아 있었다.
그 앉아 있음이, 처음 물 한 그릇을 가져갔던 날의 앉아 있음과 달랐다. 그때는 다음에 또 나설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담긴 앉아 있음이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한 것 같아서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 차이를, 영수는 어렴풋이 느꼈다.
점심 무렵, 남자가 지나가다 영수를 보았다.
"오늘 왜 거기 있어?"
영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남자는 잠시 영수를 보다가 옆에 앉았다. 진료실로 가야 할 것 같은 사람이 옆에 앉았다. 그 사실이 조금 이상했다.
"무슨 일 있었어?"
영수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말했다. 아침에 있었던 일을. 병실 문 앞에 갔던 것을. 물을 물어봤던 것을. 차갑게 무시당한 것을.
말하는 동안 얼굴이 다시 뜨거워졌다.
남자는 끝까지 들었다. 중간에 끊지 않았다. 영수가 다 말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잘못한 게 있어."
영수는 고개를 들었다. 예상한 말이었다. 하지만 듣는 것은 달랐다.
"뭐가요?"
"그 방에 들어가면 안 됐어."
영수는 그 말을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왜요?"
"두 사람 사이의 일이었으니까."
남자는 계속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우리가 먼저 정할 수 없어. 저쪽이 필요하다고 해야 해."
영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그럼 그냥 지나쳐야 했던 건가요?"
"그 순간에는. 그래."
그 말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분명히 힘든 사람이 있었는데. 분명히 도움이 필요해 보였는데. 그냥 지나치는 것이 맞는 것인가.
남자는 그 표정을 읽은 것 같았다.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틀리지 않아."
그 말에 영수는 조금 숨을 쉬었다.
"하지만 방법이 틀릴 수 있어. 마음이 맞다고 방법도 맞는 건 아니거든."
영수는 그 말을 천천히 되새겼다.
마음이 맞다고 방법도 맞는 건 아니다.
그것은 위로가 아니었다. 하지만 거짓말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 말이 더 정직하게 느껴졌다. 괜찮다거나, 잘 했다거나, 다음에 잘 하면 된다거나 하는 말보다.
남자는 잠시 더 앉아 있었다.
"영수야."
"네."
"오늘 오전에 물통 비어 있던 거 봤어?"
영수는 멈추었다.
"네."
"왜 안 채웠어?"
영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또 틀릴까 봐 아무것도 안 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게 이유였다.
남자는 기다리다가 말했다.
"물통 채우는 건 방법이 틀릴 일이 없어."
그 말이 영수의 가슴 어딘가를 건드렸다.
"한 가지가 틀렸다고, 모든 게 틀린 건 아니야."
영수는 그 말을 들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오전 내내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보였는데 하지 않았다. 틀릴까 봐.
그것이 더 큰 실수였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수도 일어났다. 그리고 물통 쪽으로 걸어갔다.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채웠다. 손이 아까보다 덜 무거웠다.
아침의 그 방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두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영수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알아야 하는 일도 아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날 오후, 영수는 다시 움직였다.
아침처럼 서툴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하지만 조심한다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더 잘 보려고 했다. 필요한 것이 진짜 무엇인지. 내가 들어가야 하는 자리인지 아닌지.
그 판단을 배우는 것이, 아마 가장 어려운 것일 것 같았다. 물 한 그릇보다, 빗자루질보다 어려운 것. 언제 나서고, 언제 물러서는지를 아는 것.
집으로 돌아오면서 영수는 생각했다.
오늘은 실패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실패가 끝은 아니었다. 남자가 말한 것처럼, 한 가지가 틀렸다고 모든 게 틀린 건 아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오늘 실패한 덕분에 알게 된 것이 있었다. 마음이 맞다고 방법도 맞는 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언제 나서야 하는지를 배우려면, 언제 나서지 말아야 하는지도 배워야 한다는 것.
골목이 가까워졌다. 저녁 연기 냄새가 났다. 어딘가에서 밥이 되고 있었다.
영수는 그 냄새를 맡으며 걸었다. 오늘 하루가 무거웠지만, 그 무게가 완전히 나쁜 것은 아니었다. 무거운 것이 모두 짐인 것은 아니었다. 어떤 무게는 배운 것의 무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