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변호사 한병철의 글로벌 법률 가이드⑥] 벌금 한 번에 추방, 정말 끝일까
국적이 달라도 법 앞에 다툴 권리는 똑같다
◇ 카톡 한 통이 시작되는 순간
오후 1시 28분. 카카오톡 한 통이 들어온다. 가납벌과금(확정 전 미리 내는 벌금)에 대한 납부명령서가 곧 발송될 예정이라는 안내, 그리고 음주운전 벌금 500만 원을 즉시 납부하라는 메시지가 차례로 뜬다. 글자를 다 읽기 전에 손이 떨린다. 다음 줄이 더 무섭다.
강제 출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따라붙는다. 한국에 온 지 6년. 회사도 다니고, 월세를 모아 전세로 옮겼고, 한국말도 이제 어느 정도 한다. 그런데 한 번의 실수로 오늘 밤부터 짐을 싸야 하는가. 음주운전, 폭행, 사기, 상해 등 죄명이 무엇이든 흐름은 비슷하다.
벌금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러나 시작이 곧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한 한 외국인 노동자의 첫마디도 그것이었다.

◇ 외국인에게는 벌금이 끝이 아니다
같은 벌금형도 한국인과 외국인에게는 무게가 다르다. 한국 사람은 벌금을 내고 나면 사건이 거기서 닫힌다. 외국인은 벌금을 내고서야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
출입국·외국인사무소(외국인의 비자와 체류를 관리하는 기관)는 출국명령(한국에서 나가라는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비자 연장 신청을 거절(체류기간 연장불허)할 수 있으며, 이미 받은 비자를 취소(체류허가 취소)할 수도 있다. 이름은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한국을 떠나야 한다.
문제는 정작 다툴 시간을 놓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점이다. 비자 때문에 신고도 못 하고, 비자 때문에 다투지도 못 하고, 비자 때문에 그냥 짐을 싸는 흐름이 반복된다. 한국말이 서툴러 변호사 사무실 문을 여는 일조차 무겁다.
30일이 지나면 출국명령 자체에 다툴 길이 좁아지고, 90일이 지나면 행정소송 청구 자체가 막힌다. 이 두 숫자를 모른 채 시간을 흘려보낸 외국인이 가장 많다.
한국에서 6년, 7년, 10년을 살아온 사람의 인생이 30일이라는 숫자 앞에서 통째로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차피 외국인이라 안 된다는 체념 한 마디가 가장 값비싼 한 마디다. 실제로는 다툴 길이 분명히 있다. 한 갈래도 아니고 세 갈래다.
◇ 행정청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사람들은 흔히, 벌금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곧바로 출국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다르다. 대법원은 외국인의 체류기간 연장이 행정청이 권리를 새로 만들어 주는 처분(설권적 처분)이라고 보면서, 행정청에 폭넓은 재량이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폭넓은 재량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행정청은 신청인의 자격, 체류 목적, 공익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반드시 참작해야 한다.
핵심은 벌금 액수가 아니라 행정청이 그 사정을 실제로 따져봤느냐다. 따져 보지 않은 채 내부 지침만으로 자동 처분한 경우, 그 자체가 재량을 행사하지 않은 위법한 처분이 된다.
행정청이 지침에 해당하니 어쩔 수 없다고 답하는 순간, 그 처분은 이미 위법성 시비를 안고 있다. 지침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 처리 기준일 뿐, 외국인 한 사람의 운명을 자동으로 결정하는 법률이 아니다.
실제 사례가 그것을 보여 준다. 광주지방법원은 2025년 11월, 외국인 숙련기능인력에게 같은 방식으로 내려진 체류기간 연장불허 처분을 취소했다. 행정청이 지침의 벌금 기준만 보고 개별 사정을 따지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혈중알코올농도 0.094%의 음주운전으로 벌금 500만 원을 받은 외국인의 출국명령·체류기간연장불허·체류허가취소 세 처분을 모두 취소한 바 있다. 15년 합법 체류, 반성, 가족관계 등을 종합해 비례원칙(처분이 지나친지 따지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 오늘 할 일, 며칠 안에 할 일, 절대 하지 말 일
지금부터 시간 단위로 행동을 갈라야 한다.
1. 오늘 안에 할 일
처분서를 받은 날짜를 분 단위까지 정확히 기록한다. 처분서를 어떻게 받았는지(우편·문자·방문 통지)도 함께 적어 둔다.
행정처분에 다툴 수 있는 기간은 짧고, 90일을 넘기면 다툴 길 자체가 닫힌다. 동시에 외국인등록증, 여권,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주거 임대차계약서, 통장 거래내역, 자격증, 세금 납부 내역, 한국 내 가족 관계를 보여 주는 자료를 한 폴더에 모은다. 한국말이 어려우면 처음부터 통역이 가능한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다.
2. 다음 며칠 안에 할 일
세 갈래 절차를 동시에 검토한다. 첫째는 출국명령 자체에 대한 이의 제기, 둘째는 행정심판(법원에 가기 전에 행정청에 다시 따지는 절차), 셋째는 행정소송(법원에 정식으로 처분을 다투는 일)이다.
세 절차는 순서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건의 내용에 따라 어떤 카드를 먼저 쓸지 달라진다. 여기에 출국기한 유예 신청(나가야 하는 날짜를 미뤄 달라고 내는 신청)을 1~2개월 단위로 갱신해 나간다.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에 머물 수 있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1년 6개월에서 2년 가까이 체류 시간을 확보한 사례도 적지 않다.
3. 절대 하지 말 일
처분서를 받고 그냥 30일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출입국에 직접 전화해 자기 입장을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통화 내용은 그대로 기록으로 남고, 불리한 진술 한 줄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는다.
같은 나라 친구에게 들은, 이렇게 하면 된다는 조언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사람마다 비자 종류와 사실관계가 다르고, 같은 출국명령이라도 결과는 같지 않다.
◇ 변호사가 들어가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변호사를 처음 만나는 자리는 짐을 싸는 자리가 아니라 종이를 정리하는 자리다.
첫째, 어떤 자료가 결정적 증거가 되는지 가른다. 약식명령서, 벌과금 납부증명서, 근로계약서, 임대차계약서, 세금 납부 내역, 회사가 발급해 주는 재직증명서는 거의 모든 사건에서 무게를 갖는다. 합법 체류 기간이 길수록, 벌금을 자진 납부한 사실 같은 준법 의지가 보일수록 유리한 사정으로 정리된다.
둘째, 절차의 순서를 정한다. 출국명령 이의, 행정심판, 행정소송, 출국기한 유예 신청을 어떤 순서로 어느 시점에 내느냐에 따라 한국에 남아 있을 수 있는 기간이 크게 달라진다.
셋째, 타이밍을 판단한다. 처분서를 받자마자 곧바로 다툴 사안인지, 자료를 더 모은 뒤 움직여야 할 사안인지 가른다.
넷째, 실수를 막는다. 출입국에 길게 진술하다가 불리한 자백을 남기는 경우, 같은 처지 친구의 말만 믿고 신청 시기를 놓치는 경우, 형사 재판에서 가볍게 자백한 한 줄이 행정 절차에서 발목을 잡는 경우를 미리 차단한다.
같은 외국인이라도 비자 종류, 합법 체류 기간, 가족 관계, 직장의 안정성에 따라 같은 사건이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변호사가 들어가는 자리는 결과를 약속하는 자리가 아니라, 흩어진 사정을 법원이 알아볼 수 있는 언어로 다시 쓰는 자리다.
◇ 시간을 버는 사람만이 권리를 지킨다
한국 법은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다툴 권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 권리를 쓰는 방법을 모를 뿐이다.
벌금형 한 번이 곧바로 추방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행정청이 기계적으로 처분했는지, 개별 사정을 충분히 따졌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결과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지지만, 다툼을 시작했느냐와 시작하지 않았느냐의 차이는 분명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짐을 싸는 일이 아니라 종이를 모으는 일이다. 카톡 한 통 앞에서 떨고 있는 그 6년차 노동자에게도 다툴 길은 분명히 남아 있다. 시간을 버는 사람만이 권리를 지킨다.
한병철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 변호사
(대한변협 인증 형사전문변호사 · 부동산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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