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팔면 서울 끝” 토허제 세금 압박에 갇힌 ‘비거주 1주택자’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 직후 서울 아파트 매물 3000건 증발
정부, ‘세 낀 1주택’ 매도 허용 카드 꺼냈지만 시장선 “공급 확대 효과 제한적” 분석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얼어붙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재개되자 시장에 나왔던 급매물이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제한적 매도 길을 열어주겠다고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지금 서울 집을 팔면 다시는 못 들어온다”는 불안감이 짙게 퍼지고 있다.
11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5682건으로 집계됐다. 양도세 중과 시행 직전인 9일(6만8495건)과 비교하면 이틀 만에 약 3000건이 줄어든 수치다.
5월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본격 시행되면서 절세 목적의 급매물이 사실상 소진됐고, 시장은 다시 ‘매물 잠김’ 국면으로 들어가는 분위기다. 최근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는 점도 집주인들의 버티기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에서 상승세를 나타냈다. 강남권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양도세 유예가 끝난 데다 가격까지 오르기 시작하자 매물을 거둬들이는 다주택자들이 늘고 있다”며 “급하게 팔 이유가 사라졌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같은 시장 흐름 속에서 정부도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 낀 집’ 매물 유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새벽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2년 내 입주를 전제로 무주택자의 매수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입자가 있는 1주택자에게도 매도 기회를 열어주되, 매수자는 무주택자로 제한하고 기존 임차인의 계약 기간 종료 이후 입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입주 유예 기간은 최대 2년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대통령 발언 직후 “비거주 1주택자 역시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게 된다”며 사실상 제도 도입 방침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 기대만큼 매물이 대거 쏟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세제 부담이 커지더라도 상당수 집주인이 매도 대신 실거주를 선택하거나, 기존 주택을 처분한 뒤 더 선호도 높은 지역의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세입자의 임대차 기간을 보장해야 하는 데다 구체적인 매도 조건도 아직 확정되지 않아 단기간에 매물이 폭증하긴 어렵다”며 “향후 1~2년간 서울에서 3만~4만 가구 정도가 순차적으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자금 여력이 있는 경우에는 실거주 목적의 상급지 갈아타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결국 다른 주택을 매수하게 될 것”이라며 “주택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공급 확대 효과보다 ‘수요 이동’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강남권 고령층 가운데 장기보유특별공제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구축 아파트 매물이 일부 나올 수 있다”면서도 “이미 연초부터 상당 물량이 시장에 나왔기 때문에 극적인 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오히려 세금 부담에도 집을 계속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질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고가주택일수록 갈아타기 과정에서 활용 가능한 대출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현금 여력이 부족한 비거주 1주택자는 움직이기 쉽지 않다”며 “세제 개편 시점과 보유세 기준일 사이에 시간차도 있어 상당수는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방 거주자들의 경우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매도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과거 서울 아파트 투자로 충분한 시세 차익을 거둔 지방 자산가들 가운데 일부는 매도에 나설 수 있다”면서도 “상당수는 ‘지금 서울 집을 팔면 다시는 서울에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강하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세제 압박과 규제 완화를 동시에 꺼내 들었지만, 시장은 여전히 ‘서울 집 버티기’로 움직이고 있다.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와 달리, 서울 아파트를 둘러싼 희소성 심리는 오히려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