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고등 교육 GE 학점 절반 축소 논란…인문학 위기, 대학 자율성 침해 우려까지

필리핀 고등 교육 커리큘럼 대폭 개편 논란

직업 시장과 교육의 본질 사이에서

필리핀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

필리핀 고등 교육 커리큘럼 대폭 개편 논란

 

필리핀 고등 교육 위원회(CHEd)가 대학 일반 교육(GE) 학점을 현행 36학점에서 18학점으로 절반 축소하는 개편 초안을 제시하면서 학계와 시민 사회의 강한 반발을 샀다. 2026년 5월 6일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Ateneo de Manila University)이 공개한 성명에 따르면, CHEd는 5월 5일 공청회에서 이번 '재구성(reframing)'이 '직업 시장의 현재 요구에 대응'하고 '고용에 즉시 투입 가능한 졸업생'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는 이 개편안이 인문학과 사회과학 교육을 사실상 붕괴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CHEd의 개편 초안은 두 가지 층위의 논란을 낳고 있다. 첫째, GE 필수 학점을 36학점에서 18학점으로 줄이면서 인문학·사회과학 과목이 다른 과목에 통합되거나 아예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둘째, 기존에는 최소 학점 기준만 규정하던 CHEd가 이번에는 자율 대학에 대해 GE 학점 상한선을 36학점으로 설정하려 하고 있어, 1994년 고등 교육법에 명시된 CHEd의 권한 범위를 초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율 대학들의 교육 자율성을 보장하는 법적 근거를 CHEd가 스스로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 측은 CHEd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하며 개편안의 전제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대학 측은 수직적·수평적 학습 성과 연계는 커리큘럼 내용의 급진적 변화 없이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GE 커리큘럼의 문제가 과목 구성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해당 커리큘럼을 가르치는 방식과 적절한 교육 자료·지원 부족에 있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학점 수를 줄이는 것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아테네오의 핵심 논지다.

 

직업 시장과 교육의 본질 사이에서

 

이 개편안이 실행될 경우 파장은 커리큘럼에 그치지 않는다. 인문학·사회과학 담당 교수들의 강의 수요가 급감해 대규모 고용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학계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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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오 교수진은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전인적 인간 발달'이어야 하며, 인문학은 그 과정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직업 시장의 단기 수요에만 맞춘 교육 설계가 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의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역량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필리핀의 IT·서비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에 대한 고용시장 수요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CHEd 개편안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려 했다는 점은 일정 부분 인정된다. 그러나 학계 전문가들은 직업 역량과 인문학적 소양이 상충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임을 지적한다. 비판적 사고, 윤리적 판단, 문화적 이해는 IT 산업을 포함한 모든 직종에서 장기적 직무 역량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법적 쟁점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1994년 고등 교육법은 자율 대학에 교육과정 설계의 광범위한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CHEd가 상한선 설정을 통해 이를 제한하려 한다면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복수의 법학자와 교육 전문가들이 이 조항의 위법성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

 

이번 필리핀의 GE 커리큘럼 논쟁은 한국의 고등 교육 정책 방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에서도 취업률 중심의 대학 평가 지표와 인문사회계열 학과 통폐합 논란이 반복되어 왔다.

 

필리핀의 사례는 직업 중심 교육 개편이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부작용—인문학 과목 소멸, 교수 고용 불안, 대학 자율성 침해—을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국내 정책 입안자들에게 참고 사례가 된다.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의 공식 성명은 이번 논쟁에서 교육 공동체가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정책 참여 주체로 나섰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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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d가 개편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지속할지, 또는 절차를 강행할지에 따라 필리핀 고등 교육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인문학을 교육의 주변부로 밀어낼 것인지, 핵심 역량으로 재확인할 것인지—그 선택의 결과는 단기 취업률 통계가 아닌 수십 년 뒤 사회 구성원의 역량으로 나타날 것이다.

 

FAQ

 

Q. 필리핀 CHEd의 GE 커리큘럼 개편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바꾸려 하는가?

 

A. CHEd는 대학 일반 교육(GE) 필수 학점을 현행 36학점에서 18학점으로 절반 삭감하는 초안을 2026년 5월 5일 공청회에서 공개했다. 동시에 자율 대학에 대해 GE 학점 상한선을 36학점으로 설정하려 하고 있어, 학점 축소와 자율성 제한이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대학 교육과정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인문학·사회과학 과목이 통합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Q.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은 왜 개편안에 반대하는가?

 

A. 아테네오는 문제의 원인이 커리큘럼 구성 자체가 아니라 교수법, 교육 자료, 제도적 지원 부족에 있다고 진단한다. 학점 수를 줄이는 것은 표면적 처방에 불과하며, 오히려 인문학·사회과학 교원의 대규모 고용 불안과 교육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학 측은 수직·수평적 학습 성과 연계는 과격한 커리큘럼 개편 없이도 달성 가능하다는 점을 CHEd에 공식 의견서로 전달했다.

 

Q. 이번 필리핀 사례가 한국 교육 정책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A. 한국에서도 취업률 위주 대학 평가와 인문사회계열 학과 구조조정 압력이 지속되어 왔다. 필리핀의 사례는 단기 직업 역량 중심의 교육 개편이 인문학 소멸, 교수 고용 불안, 대학 자율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직업 역량과 인문학 소양은 상충이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임을 전제로 교육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제공한다.

 

작성 2026.05.11 03:42 수정 2026.05.11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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