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 거대한 공급의 파고가 일어날 조짐이다. 정부가 그동안 다주택자의 '우회로'로 지적받아온 매입임대아파트 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세제 압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구적으로 보장되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의 종료 가능성이 공식화되면서, 서울 내에서만 약 2만 5,000가구에 달하는 '잠겨 있는' 아파트 매물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과도한 혜택' 정조준한 정부… 7월 세제 개편안에 쏠린 눈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지난 8일 개최된 경제·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매입임대아파트 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조정대상지역 내 매입임대아파트 사업자에게 영구적으로 주어지던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은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과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며 정책적 기조 변화를 시사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고, 기보유 주택이 실수요자들에게 돌아가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구 부총리는 "잠겨 있는 매물이 실거주자에게 환원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정 기간의 매각 유예 기간을 부여한 뒤,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완전히 종료하는 방안을 오는 7월 발표될 하반기 세제 개편안에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 서울 아파트 2.4만 채 '의무 기간 종료'… 강남·한강벨트 매물 기대감
매입임대 제도는 지난 2017년 세입자의 거주 안정을 목표로 도입되었으나, 이후 아파트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며 2020년 8월 신규 등록이 중단된 바 있다. 문제는 기존에 등록된 사업자들이 누리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었다. 임대료 상승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대신 양도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합산에서 배제되는 혜택을 누려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세제 혜택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에 매물이 풀릴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서울 내 매입 임대 아파트는 총 4만 3,682채다. 이 중 올해 의무 임대 기간이 만료되는 물량만 2만 4,267가구에 달한다. 특히 강남 3구와 이른바 '한강벨트'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물량이 포함되어 있어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 '전·월세 대란' 부작용 우려… 임차인 보호 대책 마련 절실
하지만 급격한 정책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매입임대 사업자들이 집을 팔기 위해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게 되면, 해당 주택에 거주하던 임차인들이 갈 곳을 잃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바로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 주거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매물 유도 정책이 자칫 임대주택의 멸실로 이어져 전·월세 시장을 뒤흔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임차인에 대한 정교한 주거 안정화 방안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며 "현재 주택 매수가 어려운 취약 계층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정책의 성패는 매물 유도를 통한 가격 안정 효과와 임대차 시장의 균형 사이에서 얼마나 정교한 줄타기를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는 하반기 세제 개편안 발표 전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등 보완 조치를 검토하며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2026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최대 분수령은 매입임대 사업자의 '양도세 중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영구적 혜택'이라는 성역을 건드린 만큼, 다주택자들의 셈법은 어느 때보다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번 조치가 시장 정상화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전·월세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촉매제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