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동계 스포츠의 역사가 2026년 2월 13일을 기점으로 새롭게 쓰였다. 빙상 강국을 넘어 설상 종목에서도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 중심에는 17세의 나이로 전 세계를 제패한 ‘스노보드 천재’ 최가온(세화여고)이 있다.
최가온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개최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종 90.25점을 획득,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미국의 클로이 김(88.00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는 한국 스키가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이래 획득한 사상 첫 번째 금메달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불사조’의 투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승부였다. 결선 1차 시기, 최가온은 두 번째 점프 후 착지 과정에서 슬로프 턱에 걸려 거칠게 굴렀다. 한동안 미동도 하지 못한 채 설면에 누워 있는 최가온의 모습에 현장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의료진이 급히 투입되었고, 전광판에는 한때 ‘기권(DNS)’ 표시가 뜨며 메달 꿈이 무산되는 듯했다.
부상의 고통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나선 2차 시기 역시 순탄치 않았다. 최가온은 다시 한번 전도되며 실전 감각을 찾지 못한 채 11위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승부처는 마지막 3차 시기였다.
‘기술’ 위에 빛난 ‘전략’… 황제를 압도한 90.25점
최가온은 영리했다. 눈이 내리는 악조건과 몸 상태를 고려해 무리한 고난도 기술보다는 비거리와 착지의 순도에 집중했다. 900도와 720도 회전을 완벽하게 이어가는 ‘클린 런’을 선보인 최가온은 전광판에 90.25점이라는 숫자가 새겨지는 순간 태극기를 높이 들었다. 뒤이어 마지막 순서로 나선 클로이 김이 최가온의 점수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3차 시기에서 실수를 범하며 최가온의 금메달이 최종 확정됐다.
‘최연소’ 타이틀까지 강탈… 한국 스노보드의 찬란한 미래
이번 우승으로 최가온은 기록 제조기가 됐다. 2008년 11월생인 그는 만 17세 3개월의 나이로 금메달을 획득, 2018 평창 대회에서 클로이 김이 세웠던 이 종목 최연소 기록(17세 10개월)을 경신했다.
리비뇨의 차가운 눈바람 속에서도 최가온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두 번의 좌절을 딛고 마지막 시도에서 금빛 비행에 성공한 17세 소녀의 드라마는 전 세계 스포츠 팬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도전’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