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세계를 이해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세계를 조각내어 이해한다. 학문은 분과로 나뉘고, 지식은 전문화되며, 인간은 자연과 자신을 구분한다. 모든 것은 하나다는 이러한 분리의 습관에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저자 하인리히 페스는 독일의 이론물리학자로, 양자장론과 입자물리학을 연구해 온 학자다. 그는 과학자의 언어로 말하지만, 그 문제의식은 철학적이다. 세계는 과연 분리되어 존재하는가, 아니면 본질적으로 하나인가.
이 책의 핵심은 현대 물리학, 특히 양자역학이 제시하는 통찰을 통해 ‘개별적 존재’라는 관념을 재검토하는 데 있다. 고전물리학은 세계를 독립된 입자들의 집합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입자가 독립적 실체라기보다 상호 얽힘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얽힘(entanglement)은 두 입자가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상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 발견은 단지 물리학의 기술적 성취가 아니라, 존재론적 질문을 촉발한다.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이 존재 역시, 독립된 개체라기보다 거대한 관계망의 한 표현은 아닐까.
페스는 과감하게 말한다. 우주는 근본적으로 하나의 양자상태이며, 우리가 경험하는 분리는 관측과 인식의 산물일 수 있다고. 이는 범신론적 직관이나 동양철학의 통합 사유와도 닿아 있지만, 그는 신비주의로 미끄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수학적 구조와 물리학적 이론을 통해 논증을 전개한다. 세계가 하나라는 주장은 종교적 위안이 아니라 과학적 가설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도발적이다.
이러한 논의는 오늘의 시대적 맥락과도 무관하지 않다. 기술은 세계를 초연결 상태로 만들었지만, 사회는 오히려 더 단절되고 분열되어 있다. 정치적 양극화, 생태 위기, 전 지구적 감염병의 경험은 ‘분리된 주체’라는 근대적 전제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만약 우리가 근본적으로 연결된 존재라면, 책임과 윤리의 기준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환경 파괴는 외부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파괴가 되고, 타인의 고통은 남의 일이 아니다. 페스의 논지는 물리학을 넘어 윤리학의 지평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이 책은 쉽게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세계가 하나라는 가설은 매혹적이지만, 그것이 곧 모든 차이를 지우는 동일성의 논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차이와 개별성은 여전히 우리의 경험 세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문제는 ‘분리’와 ‘연결’을 어떻게 함께 사유할 것인가이다. 페스의 작업은 통합을 선언하기보다, 통합을 사유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제시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물리학 교양을 쌓는 차원을 넘어, 자신의 존재 방식을 재고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나는 고립된 개인인가, 아니면 거대한 우주의 한 표현인가. 만약 후자라면, 나의 선택과 태도는 어떤 책임을 동반하는가.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확신이 아니라, 더 넓은 틀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일지도 모른다.
연결 독서로는 부분과 전체를 권한다. 현대 물리학의 형성과 철학적 함의를 탐색한 이 책은 과학이 세계관을 어떻게 바꾸어왔는지 보여준다. 또한 엔드 오브 타임은 시간 개념을 재해석하며 존재의 근본 구조를 질문한다. 이들과 함께 읽을 때, ‘하나의 세계’라는 문제의식은 보다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과학은 점점 더 세밀해지고, 인간의 삶은 점점 더 파편화된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모든 것은 정말로 하나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형이상학적 호기심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방향을 가늠하는 나침반이 될 수도 있다. 황금독서클럽은 이처럼 시대의 전환기에 사유의 좌표를 넓혀주는 책들을 함께 읽는다. 세계를 다시 묶어 사유하는 경험에 관심이 있다면, 조용히 한 자리를 내어두어도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