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이색 직업] 수건 한 장으로 열기를 다스린다… 일본 ‘열파사’의 뜨거운 예술
사우나 증기를 부채질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아우프구스’ 전문가들 단순한 노동 넘어 화려한 퍼포먼스와 향기 테라피 결합된 ‘종합 힐링 서비스’ 전국 열파사 대회까지 개최… 사우나 문화를 예술로 승화시킨 일본의 새로운 직업군
일본 전역에 '사우나 붐'이 일면서 단순히 땀을 빼는 공간이었던 사우나가 하나의 문화 공연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수건 한 장으로 뜨거운 증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고객에게 강렬한 열기를 선사하는 이색 직업, '열파사(熱波師, 넷파시)'가 있다.
독일의 '아우프구스(Aufguss)'에서 유래한 이 직업은 이제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과 결합하여 하나의 전문 직업군으로 정착했다. 단순한 부채질을 넘어 음악, 향기, 그리고 화려한 수건 돌리기 기술이 어우러진 열파사의 세계를 조명해 본다.
■ 1. 열파사란 누구인가? : 증기를 지휘하는 마이스터
열파사는 사우나 안에서 달궈진 돌(사우나 스톤)에 물을 부어 발생하는 뜨거운 증기인 '로류(Löyly)'를 수건이나 부채를 이용해 고객에게 직접 보내는 전문가를 말한다.
열기를 배달하는 기술: 단순히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수건을 휘두르는 각도와 속도에 따라 '부드러운 열기'부터 '강렬한 열풍'까지 조절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뜨거운 바람은 고객의 체감 온도를 순간적으로 높여 노폐물 배출과 혈액순환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향기와 음악의 조화: 숙련된 열파사는 아로마 오일을 배합해 심신 안정을 돕는 향기 테라피를 병행한다. 최근에는 각자의 개성에 맞는 음악을 배경으로 화려한 수건 댄스를 선보이며 사우나를 하나의 공연장으로 만든다.
■ 2. 예술이 된 부채질 : ‘전국 열파사 대회’의 열기
일본에서는 열파사의 전문성을 기리고 기술을 겨루기 위한 ‘전국 열파사 대회(아우프구스 챔피언십)’가 정기적으로 개최될 만큼 그 위상이 높다.
엄격한 심사 기준: 대회에서는 단순히 바람이 센 것만을 보지 않는다. 수건을 돌리는 화려한 기술(Acrobatic), 증기를 골고루 분산시키는 능력(Distribution), 그리고 고객과의 호응과 테마의 일치성(Storytelling)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프로 팀의 등장: 인기가 높아지면서 특정 사우나 시설에 소속된 프로 열파사뿐만 아니라,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하는 프리랜서 열파사 팀도 등장했다. 이들의 공연 예약은 아이돌 콘서트 못지않게 치열하며, 팬덤까지 형성될 정도다.
현장의 목소리: 대회에 참가한 한 열파사는 "사우나 안의 열기는 생명력과 같다"며 "극한의 온도 속에서 고객들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만족해하는 표정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 3. 사우나 강국 일본의 새로운 성장 동력
열파사라는 직업의 성장은 일본 사우나 산업의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몸을 씻는 장소를 넘어 '정신적 치유(整う, 토토노우)'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니즈를 정확히 관통했다.
젊은 층의 유입: 과거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던 사우나가 열파사들의 화려한 퍼포먼스 덕분에 MZ세대의 새로운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건강과 엔터테인먼트의 결합: 열파사는 단순 노동자가 아닌 '헬스케어 아티스트'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 자격증 과정이 신설되고 교육 기관이 늘어나는 등 직업적 전문성이 정교하게 강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 일본식 열파사 문화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북미로 역수출될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 특유의 섬세한 서비스 정신이 가미된 열파 기술이 세계적인 웰니스 트렌드와 결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 “수건 한 장에 담긴 진심, 힐링의 정점이 되다”
일본의 열파사는 수건 한 장으로 사람의 체온과 마음을 동시에 움직이는 독특한 직업이다.
이들이 사우나실 안에서 흘리는 땀방울은 고객에게는 최고의 휴식이 되고, 자신에게는 직업적 긍지가 된다.
전국 대회를 통해 기술을 연마하고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이들의 노력은,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진심을 다하면 독보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펼쳐지는 열파사들의 퍼포먼스는 앞으로도 일본을 넘어 전 세계 사우나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언론사 연합 기자단은 앞으로 글로벌 이색 문화를 연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