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com, pub-9005101102414487, DIRECT, f08c47fec0942fa0

[오키나와역사] 74. 서양인이 기록한 류큐 왕국의 얼굴 ‘레키오(Lequio)’

대항해시대, 유럽 문헌에 등장한 류큐인의 이름

토메 피레스가 본 레키오의 상도덕과 인간성

레키오는 왜 동아시아 무역의 신뢰 상징이 되었는가

16세기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가 개막되며 서양 세력이 동아시아 해역으로 진출했을 때, 그들이 가장 먼저 접한 세련된 상인 집단은 류큐 왕국(琉球王國)의 상인들이었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AI 생성]

 

포르투갈인들은 이들을 레키오(Lequio,Lequios)라 불렀으며, 이 명칭은 유럽 세계가 류큐를 인식하는 최초의 창구가 되었다. 레키오는 단순한 음차 표기가 아니라, 당시 류큐가 국제 무역 질서 속에서 차지하던 위상을 반영한 이름이었다.

 

레키오라는 명칭은 ‘류큐(琉球)’의 발음을 포르투갈어식으로 옮긴 결과로 이해된다. 1511년 포르투갈이 말라카(Malacca)를 점령하면서, 이미 그곳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류큐 상인 집단이 유럽인의 시야에 들어오게 되었다. 

 

말라카는 동서 해상 교역의 결절점이었고, 류큐는 중국,일본,동남아시아를 잇는 중계 무역의 핵심 축이었다. 이로 인해 유럽의 항해 지도와 기록에는 류큐 열도가 레키오스라는 이름으로 표기되기 시작했다.

 

포르투갈의 외교관이자 약제사였던 토메 피레스(Tomé Pires)는 동방제국기(Suma Oriental)에서 레키오인을 극찬했다. 그는 레키오인을 “매우 정직하고 신용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라 기록하며, 담보 없이도 외상 거래가 가능할 만큼 상거래 질서가 엄격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레키오인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동포를 노예로 팔지 않는 원칙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시 노예 무역이 일상적이던 동남아시아에서 매우 이례적인 윤리 의식이었다.

 

레키오인은 무력을 과시하는 집단은 아니었으나, 정당한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는 단호했다. 피레스는 레키오인들이 신용을 저버린 상대에게는 끝까지 대가를 회수했다고 기록했다. 

 

이는 류큐가 단순히 온화한 나라가 아니라, 규범과 신뢰 위에서 움직이는 자율적 해양 국가였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상업 활동은 중국 비단과 도자기,일본의 금과 구리,동남아 향료를 잇는 광범위한 네트워크 위에서 이루어졌다.

 

유럽 문헌에는 레키오 외에도 고레스(Gores)라는 명칭이 등장한다. 이는 고려(Goryeo)와의 혼동 또는 류큐 집단 내부의 특정 세력을 지칭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중요한 점은, 16세기 유럽 세계가 류큐를 단순한 변방이 아니라 동아시아 항로의 핵심 거점으로 인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군사력이 아닌 신뢰와 교역으로 구축된 국제적 명성이었다.

 

레키오라는 이름으로 기록된 류큐인의 이미지는 ‘무력에 의존하지 않는 해양 상업 국가’의 전형이었다. 이 평판은 중국 책봉 체제 안에서도 독자적 정체성을 유지했던 류큐의 외교 전략과 맞닿아 있다. 

 

레키오의 윤리와 자부심은 오늘날 오키나와에 남아 있는 ‘이치리바쵸데(一度会えば皆兄弟:한 번 만나면 형제)’ 정신으로 계승되고 있다.


 

 

레키오는 단순한 외래 명칭이 아니라, 류큐 왕국이 세계와 맺은 관계의 결과물이다. 16세기 유럽인이 목격한 레키오인의 정직함과 인간성은 오늘날에도 오키나와 문화 정체성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류큐는 무력보다 신뢰로 기억된 드문 해양 국가였다.

작성 2026.02.11 06:55 수정 2026.02.11 06:59

RSS피드 기사제공처 : 오키나와포스트 / 등록기자: 임영상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국민배우’ 안성기를 앗아간 식탁 위 비극, 기도 폐쇄 사고가 남긴 뼈아..
분노가 터질 것 같을 때,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분노가#성경이말한다 #야고..
설문을 받고도 “그래서 뭘 고쳐야 하지?”가#AI로1시간절약 #설문분석 ..
‘소리가 예쁜데’ 점수가 안 나오는 이유#콩쿠르비하인드 #입시비하인드 #..
올바른 다이어트 방법 ②#단백질식단#접시구성#식단관리#다이어트방법#건강한..
전도서 1장 6절 묵상#전도서1장6절#바람과마음#흔들림속중심#말씀위에서기..
무궁화신문) 예수그리도. 세계칭찬주인공 및 대한민국칭찬주인공으로 선정하..
부동산 퇴로 없는 잔혹사. 5월9일 다주택자 비명
설원 위의 제2의 김연아? ‘여고생 보더’ 유승은, 세계를 홀린 은빛 비..
불안이 올라올 때,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성경이말한다 #이사야41장10절..
은혜는 ‘감동’인가?#은혜 #은혜오해 #일상신학연구소 #신학쇼츠 #말씀적..
자료 조사를 해 놓고도 결론이 흐릿하면#AI로1시간절약 #자료조사 #비교..
콩쿠르에서 ‘안전한 연주’가 밀리는 이유#콩쿠르비하인드 #입시비하인드 #..
올바른 다이어트1#식사시간#식단관리#다이어트방법#건강한감량#다이어트오해
전도서1장5절 묵상#전도서1장5절#반복되는하루#시간의흐름#돌고도는인생#동..
"양도세 유예 없다" 확정에 서울 아파트 매물 급증... 강남권 급매물 ..
긴 글 읽다가 “그래서 핵심이 뭐야?”#AI로1시간절약 #문서요약 #핵심..
긴장을 없애려 할수록 더 흔들리는 이유#콩쿠르비하인드 #입시비하인드 #무..
서울뷰티허브 2026 참여기업 100곳 모집… K-뷰티 수출 올인원 지원..
같은 곡인데, 왜 누구는 붙고 누구는 떨어질까#콩쿠르비하인드 #입시비하인..
운동 열심히 하는데 왜 살이 안 빠질까#운동다이어트#살이안빠지는이유#다이..
전도서 1장 1절 묵상#전도서1장1절#전도자의말씀#삶에서길어올린신앙#왕의..
상을 기준으로 진로를 정할 때의 위험#콩쿠르비하인드 #입시비하인드 #진로..
지도 흔적이 너무 선명한 연주#콩쿠르비하인드 #입시비하인드 #지도흔적 #..
absolute를 했는데 내가 원하는 위치로 안옵니다. #Shorts
콩쿠르가 끝난 뒤, 바로 점검해야 할 것#콩쿠르비하인드 #입시비하인드 #..
다이어트가 자꾸 실패하는 진짜 이유#다이어트실패이유#건강한감량#다이어트오..
결국 살을 빼는 건 운동이 아니라 구조다#체중감량#생활습관#몸관리#회복중..
유튜브 NEWS 더보기

신의 구제 금융, 은혜언약의 이해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20)

유배된 생명이 겪어야 할 존재론적 망명 생활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9)

평택 진위 쌍용 대단지, 평당 900만원대 마지막 선택의 시간

겹겹이 쌓인 영혼의 결함과 일상의 일탈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8)

낙원을 잃어버린 인류가 마주한 두 개의 그림자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7)

당신의 운명이 태어나기 전에 결정된 이유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6)

2월8일방송 아주특별한 하나님과의 인터뷰(3) 기도에 대하여 질문7가지

단 한 입의 열매가 무너뜨린 인류의 낙원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5)

과녁을 빗나간 화살과 선을 넘어버린 발걸음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4)

AI 시대에 살아남기

[속보]트럼프,약값 잡았다! 위고비 20만원대 충격인하

자유라는 이름의 양날의 검이 빚어낸 거대한 비극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3)

말보다 라인으로 신뢰를 쌓는 벨루나뷰티

인간을 파트너로 격상시킨 신의 파격적 계약 조건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2)

모든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거대한 신의 경영학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1)

AI도 복제할 수 없는 신성한 설계도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

공허한 무의 공간에 채워진 존재의 찬란함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

우리가 지금 이들을 만나야 하는 이유 #관세협상

설계도를 현실로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8)

거대한 설계도 위에 그려지는 우리의 오늘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