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나돌루 통신사에 의하면, 최근 유럽 의회는 망명 신청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안전한 원천국' 명단을 도입하는 새로운 이민 규제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방글라데시, 인도, 모로코 등을 포함한 특정 국가 출신이나 EU 후보국 시민들의 신청서를 우선으로 검토하여 부적격자를 빠르게 가려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신청자가 해당 국가에서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직접 입증해야 하며, 특정 연고가 있는 제3국으로의 송환 절차도 간소화될 전망이다. 지지자들은 이 조치가 이민 행정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 기대하는 반면, 인권 단체들은 개별 심사의 공정성이 훼손되어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해당 규정이 최종 시행되려면 향후 유럽 이사회의 공식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냉정한 효율의 성벽, 유럽이 지워버린 ‘이웃’의 얼굴
2026년 2월 10일, 유럽 연합(EU)의 심장부에서는 인류애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인도주의적 보호’의 등불이 희미해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럽 의회(AP)는 망명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국경 관리를 강화하는 새로운 이민 규정을 통과시켰다. 찬성 408표라는 숫자는 질서와 통제라는 명분 아래 ‘안전’을 정의하려는 권력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184표의 반대와 60표의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다. 이 침묵은 효율성이라는 칼날에 잘려 나갈 누군가의 생존권에 대한 유럽의 마지막 양심이자 비명이다.
이번 규정의 가장 가혹한 지점은 망명 신청자에게 지워진 ‘입증책임’이다. 과거에는 국가가 신청자의 상처를 먼저 살피는 최소한의 온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전쟁터와 탄압의 현장에서 맨몸으로 탈출한 이들이 낯선 타국의 책무자 앞에서 자신이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객관적 증거’를 스스로 내놓아야 한다. 증명할 수 없는 고통은 존재하지 않는 고통으로 간주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특히, ‘안전한 출신 국가’ 리스트의 공식화는 행정적 편의주의의 정점을 보여준다. 방글라데시, 이집트, 튀니지 등 인권 유린의 보고가 끊이지 않는 국가들이 단지 ‘행정상의 안전지대’로 묶였다. 이 명단에 포함된 국가 출신자들은 사실상 개별적인 사연을 검토받기도 전에 ‘가속 심사’라는 이름의 급행열차를 타고 본국으로 송환될 처지에 놓였다. 국가가 정한 ‘안전’이라는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사형 선고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정치는 외면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국경의 외주화’다. EU는 후보국이나 경유지를 ‘완충 지대’로 삼아 망명객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려 한다. 가족이 있거나 언어적 연결고리만 있어도 제3국으로 밀어낼 수 있는 이 규정은, 유럽이 지고 있던 인권의 짐을 가난한 주변국에 떠넘기는 행태다. 이는 결국 지중해를 거대한 무덤으로 만드는 위험한 항로를 더욱 음지로 숨어들게 할 뿐이다.
우리는 물어야 한다. 과연 우리가 누리는 이 평온한 일상이 타인의 절규를 막아 세운 성벽 위에서만 가능한 것인가. 효율성이라는 이름의 지도가 누군가의 마지막 생존줄을 끊어내고 있다면, 그 지도는 이미 방향을 잃은 것이다. 유럽이 다시 그린 이 차가운 지도는 우리에게 ‘안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상실해 가는 ‘공감의 영토’가 어디인지 뼈아픈 질문을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