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차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만기 30년의 ‘순수 고정금리’ 주담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며 주요 시중은행의 금리 상단이 연 6%대 중반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변동 위험을 원천 차단한 초장기 상품이 가계대출 지형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단순한 상품 출시를 넘어, 금리 변동성에 취약했던 국내 가계부채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려는 당국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은행채 금리 상승과 맞물려 일제히 반등했다.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 완화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시장금리가 반응한 결과다.
은행들은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대출 문턱을 높이며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섰고, 이는 실수요자들에게 실질적인 이자 부담과 대출 절벽이라는 이중고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등장한 ‘30년 만기 순수 고정금리’ 상품은 양날의 검과 같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이 상품은 기존의 5년 고정 후 변동으로 전환되는 혼합형과 달리, 대출 기간 내내 금리가 고정된다.
당국은 이를 통해 금리 상승기마다 반복되는 가계 경제의 타격을 막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초기 설정 금리가 기존 상품보다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차주들이 향후 금리 하락 시 누릴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초장기 고정형을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대출 한도’의 변화다. 순수 고정금리 상품은 금리 변동 리스크가 없다고 간주되어, 대출 한도를 조이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동일한 소득이라도 고정금리를 선택하면 대출 가능 금액이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이는 대출 한도에 민감한 실수요자들에게 강력한 유인책이 될 수 있으나, 일각에서는 높은 이자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한도를 늘리는 방식이 가계의 장기적인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결국 30년 고정금리 주담대의 연착륙 여부는 ‘안정성’과 ‘수익성’ 사이의 균형점에 달려 있다. 금융당국은 특정 상품으로 인한 시장 과열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가계대출의 질적 개선이라는 명분을 강조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 이번 초장기 고정금리 도입이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돕는 안전판이 될지, 혹은 차주들에게 장기적인 고금리 부담을 지우는 족쇄가 될지는 향후 출시될 상품의 금리 경쟁력과 시장의 선택에 의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