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사기는 더 이상 일부 지역이나 특정 유형의 사건으로 한정하기 어렵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전세사기 피해 인정 사례는 2025년 기준 누적 3만 명 수준에 이르며, 피해자의 상당수가 20~30대 청년층으로 나타난다. 전세를 통해 주거 이동을 시작하는 세대가 가장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전세사기는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김민형 대표의 『전세사기 제로』는 전세 계약을 ‘잘 고르는 요령’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 해석과 절차 관리의 문제로 재정의한다. 이 책은 전세사기를 특정 가해자의 일탈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등기부, 선순위 권리, 보증 가입 여부, 특약 문구 등 복합적인 요소가 어떻게 맞물릴 때 사고로 이어지는지를 단계별로 짚는다.
저자인 김민형 대표는 광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임대차 계약 현장을 지속적으로 다뤄온 인물이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한 전세 분쟁과 보증금 반환 문제는, 계약 체결 순간보다 사고 이후의 대응 단계에서 피해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세사기 제로』가 계약 이후의 대응을 비중 있게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의 2장부터 후반부까지는 전세 계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 유형과, 실제 분쟁 상황에서 임차인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응 절차를 정리한다.
보증금 미반환, 임대인의 파산이나 잠적, 경매 진행 시 대응 순서 등은 단순한 이론 설명이 아니라 행정·법적 절차의 흐름을 기준으로 설명된다. 전세사기가 ‘피해 발생’에서 끝나지 않고 ‘회수 가능성’의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분은 실효성이 크다.
최근 전세 시장은 역전세, 전세가율 상승, 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 등으로 계약 구조가 더욱 복잡해졌다. 단순히 “등기부를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 책은 등기부 확인을 출발점으로 삼되, 계약금 지급, 특약 작성, 전입신고·확정일자 확보, 보증 가입 여부 판단까지 이어지는 순서를 하나의 흐름으로 제시한다. 전세사기를 피하는 핵심은 개별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확인의 ‘순서’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제도적 측면에서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둘러싼 법·행정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피해자 인정 요건 완화, 우선매수권 부여, 금융 지원 등 다양한 보완책이 논의·시행 중이다. 그러나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결국 임차인이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세사기 제로』는 이 지점에서 제도를 ‘알아야 할 정보’가 아니라 ‘사용 가능한 도구’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이 책의 특징은 전세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신 전세 계약을 하나의 거래로 보고, 거래에는 반드시 리스크 관리와 사후 대응이 따른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특히 2030 독자에게 전세는 자산 형성의 수단이기 이전에 생활 안정의 기반이다. 보증금을 잃는 순간, 주거와 자산 모두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세사기 제로』는 전세사기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위험을 구조적으로 낮추기 위해 무엇을 확인하고, 언제 행동해야 하는지를 비교적 명확한 언어로 정리한다. 전세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필요한 것은 운이나 감이 아니라 절차에 대한 이해다. 이 책은 전세 계약을 앞둔 2030에게 그 절차를 다시 한 번 점검하게 만드는 참고서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