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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쉬워졌는데, 농업현장은 왜 더 어려워졌을까?

AI는 더 이상 ‘다루는 기술’이 아니다

어려움의 정체는 AI가 아니라 디지털이다

AI교육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한 단계

기술은 빨라졌고, 요구는 더 직접적이 됐다

 

2026년이 시작되자마자 농업 현장의 공기가 달라졌다. 2025년과 비교해 보면 체감 온도는 확연히 다르다. AI 관련 농업교육 의뢰가 눈에 띄게 늘었고, 그 요청의 성격도 변했다. “AI를 이해하고 싶다”는 질문보다 “이걸로 바로 결과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앞선다. 교육 대상이나 과정 설계보다 결과물이 먼저 거론되는 상황이다. AI는 이미 즉각적인 산출물을 만들어 주는 도구가 되었고, 현장은 그 속도를 체감하고 있다.

 

이 변화는 자연스럽다. 생성형 AI는 질문을 던지는 즉시 문서를 만들고, 이미지를 만들고, 기획안을 뽑아낸다. 기다림이 사라진 시대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AI는 쉬워졌는데, 농업 현장은 오히려 더 어렵다고 말한다. 같은 도구를 두고 누군가는 “이제 너무 쉽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도저히 못 쓰겠다”고 말한다. 이 간극은 단순한 개인 역량의 문제가 아니다. 현장 전체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AI는 발전했는데, 교육은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가?

 

AI 기술 자체는 분명히 진입 장벽을 낮췄다. 과거에는 명령어를 외우고, 복잡한 설정을 이해해야 했다면 이제는 말하듯 입력하면 된다. ‘AI를 다룬다’는 표현이 어색해질 정도로 AI는 일상적인 도구가 됐다. 이제 AI는 배우는 대상이 아니라 사용하는 대상에 가깝다.

 

그런데 농업 현장에서는 왜 여전히 AI가 어렵게 느껴질까. 이유는 명확하다. AI는 반드시 디지털 도구 위에서만 작동한다.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 각종 스마트 기기가 없으면 AI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AI는 쉬워졌지만, 디지털 환경은 여전히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온다.

 

더 복잡한 구조적 문제도 있다. 농업 AI교육을 기획하고 의뢰하는 담당자들은 대부분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세대다. 디지털 환경이 기본값인 세대에게 파일 다운로드, 전송, 편집은 너무 당연한 행위다. 그래서 이 간극이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장에서 “AI가 어렵다”는 말은 종종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거나 “의지가 부족하다”는 오해로 이어진다. 하지만 실제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 있다.

AI를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차이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보인다. AI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농업인은 대부분 기술 자체보다 디지털 흐름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파일을 주고받고, 앱을 설치하고, 계정을 관리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 이들에게 AI는 하나의 앱일 뿐이다.

 

반대로 AI를 어려워하는 농업인은 AI의 개념보다 그 앞단에서 막힌다. 결과물을 어디에 저장해야 하는지, 저장된 파일을 다시 찾는 방법이 무엇인지,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전송하려면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에서 혼란이 생긴다. AI가 만들어 준 결과물은 존재하지만, 그 결과물을 손에 쥐지 못한다.

 

이 차이는 지능의 문제가 아니다. 학습 능력의 문제도 아니다. 디지털 경험의 누적 차이다. 농업 현장에는 여전히 아날로그적 경험을 기반으로 살아온 세대가 많다. 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는 도구가 아니라 장벽이다. AI는 그 장벽 위에 올라선 기술이다. 그래서 AI만 가르치면 된다는 접근은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AI교육의 순서를 바꾸지 않으면 반복되는 실패가 온다

 

지금의 AI 농업교육은 순서가 뒤집혀 있다. AI 활용법을 먼저 가르치고, 그다음에 “천천히 익숙해지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천천히’가 오지 않는다. 결과물을 만들어도 활용하지 못하면 교육 효과는 바로 사라진다.

 

AI교육 이전에 반드시 필요한 단계는 디지털 전환 교육이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파일 저장, 다운로드, 전송, 기본적인 편집, 스마트기기 조작 같은 최소한의 디지털 활용 능력이다. 이것이 갖춰지지 않으면 AI는 아무리 쉬워져도 어려운 기술로 남는다.

 

교육을 기획하는 쪽에서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각적인 결과물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는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그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방식은 오히려 현장의 좌절을 키운다.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과물을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AI가 만들어 준 문서보다, 그 문서를 저장하고 다시 열 수 있는 능력이 먼저다.

 

AI는 점점 더 발전할 것이다. 더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AI 격차는 더 커진다. 기술 발전이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다.


AI는 문제가 아니다, 순서가 문제다

지금 농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혼란은 AI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문제도 아니다. 순서의 문제다. AI를 가르치기 전에 디지털을 가르쳐야 한다는 단순한 원칙을 놓친 결과다.

 

AI를 잘 쓰는 대상과 쓰기 어려운 대상은 구분돼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AI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그 앞단에 놓인 디지털 문턱을 넘었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이 문턱을 낮추는 것이 농업 AI교육의 출발점이다.

 

2026년의 농업 AI교육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결과만 빠르게 보여주는 교육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현장이 실제로 쓸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교육으로 갈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AI는 이미 충분히 빠르다. 이제 교육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AI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없는 AI교육은 공허하다. 농업 현장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손에 쥘 수 있게 하는 단계적 교육이다.

 

농업 현장에 맞는 AI 이전 단계의 디지털 교육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교육을 기획하거나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AI부터”가 아니라 “디지털부터” 시작해 보자.
 

 

 

최병석 칼럼니스트 기자 gomsam@varagi.kr
작성 2026.01.24 11:09 수정 2026.01.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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