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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인문학] 공헌, 왜 해야 할까?

코로나가 일상 안에 들어와 익숙해지던 22년 여름, 전 휴직을 했습니다. 수술만 하면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조직 검사 결과,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해서 사직서를 냈습니다. 


치료 후 처음 1년은 요양을 목적으로 제주도와 산골에서 살았기에 매일이 휴가였지만 집으로 돌아와 텅 빈 하루를 마주하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얼까 묻지 않을 수 없었지요. 다행히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 정예서 선생님이 손을 내밀어 주시어 좋아하는 인문학을 널리 알리는 일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지만 ‘무얼 하면 좋을까?’는 시간이 지나면서 ‘무얼 할 수 있을까?’로 바뀌었고 탐색의 시간은 끝나지 않아 보였습니다.


동네 도서관에서 ‘재능기부 강사’ 모집 광고를 봤습니다. 망설이는 동안, 예서 선생님의 꿈 수업이 떠올랐습니다. ‘진짜 꿈이란 사회에 공헌하는가를 물어보면 알 수 있다.’ 선생님은 또 말씀하셨지요. ‘탐구심으로 쌓은 지식을 혼자만 알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렇게 매주 원서 읽기 독서회를 열었고 이제 3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2 시간의 독서회를 위해 대여섯 시간 이상 준비해야 하지만 힘들게 만든 자료와 내용을 나누면 마음이 그렇게 흡족할 수가 없습니다. 수업하고 나면 제가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듭니다.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대기업 다니는 성실한 남편과 대학 졸업 후 취직한 자녀를 둔 부러운 것 없는 친구입니다. 그녀는 수년 전부터 오전에 수영, 필라테스, 오후엔 골프나 등산을 하고 주말에 캠핑을 가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팔자 좋은 그녀가 모든 게 공허하고 심드렁해졌다고 푸념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그녀에게 딱 한마디 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 


‘공헌’은 나를 희생하는 일이 아닙니다. 내 것을 대가 없이 나눠주는 일이지요. 그런데 신기하게 나눠주고 나면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공헌은 불교의 ‘보시’와 닮았습니다. ‘보시’는 해탈을 위한 여덟 가지 길인 팔정도엔 포함되지 않습니다. 보시를 한다고 곧바로 지혜를 얻고 깨달음에 이르는 건 아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수행하는 사람에게 보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덕목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것을 베푸느냐가 아니라 베푸는 마음이 얼마나 순수한가에 따라 베푸는 행위가 강력해지고 그런 행위가 습관처럼 일상화가 되면 마음이 번뇌에서 벗어나 청정해 지기 때문이지요.


‘공헌해라’고 하면 더러 굳이 왜 그래야 하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로 돌아가는 곳이고 보상 없는 일에 왜 귀중한 자신의 시간과 정력을 써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그런데 그렇게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 살다 보면 머지않아 회의감과 공허함이 찾아옵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소설가 E.M. 포스터가 말했듯이 ‘Only Connect!’, 우린 모두 이어져 있으니까요. 여러분이 선한 의도로 선한 행위를 하면 연쇄 반응이 일어납니다. 그 연쇄 반응 안에 나도 혜택을 받습니다.


M. 스캇 펙은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사랑은 자기 희생이 아닌 자기 확대이기에 자신을 위축시키기보다는 확대시키고 충만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공헌’도 ‘사랑’과 같은 변화를 일으킵니다. 나를 확장시켜 베풀고 나눌 때 내 존재가 존귀해지고 유의미해지는 경험을 '공헌'을 통해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K People Focus 차경숙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정예서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 수석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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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6.23 19:38 수정 2025.06.2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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