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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칼럼] 주민자치는 ‘회장 중심 조직’이 아니라 ‘주민이 움직이는 민주주의 학교’여야 한다

[사진=이해를 돕기 위한 AI생성 이미지]

 

주민자치회는 행정의 하부 조직이 아니다. 특정 회장이나 일부 임원이 마을 일을 결정하는 폐쇄적 모임도 아니다. 주민자치회는 말 그대로 주민이 마을의 주체가 되어 생활 속 문제를 발견하고, 함께 토론하며, 실천 가능한 해법을 만들어가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장 가까운 현장이다.

 

그러나 현실의 일부 주민자치회는 여전히 이름만 주민자치일 뿐, 운영 방식은 과거의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회의는 소수 임원 중심으로 진행되고, 중요한 안건은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먼저 정리된 뒤 형식적으로 공유되는 경우도 있다. 주민자치위원들은 회의에 참석해 보고를 듣고 의결하는 역할에 머무르고, 각 분과는 이름만 존재한 채 실질적인 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주민자치가 살아날 수 없다. 주민자치회가 폐쇄적으로 운영되거나 특정 분과, 특정 인물, 특히 회장 중심으로만 움직인다면 그것은 주민자치가 아니라 ‘대표자 중심의 관리 조직’에 가깝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권한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더 많은 주민에게 역할과 책임을 나누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그런 점에서 봉선2동 주민자치회의 최근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봉선2동 주민자치회는 김태양 회장이 강조해 온 “회장 한 사람이 이끄는 주민자치가 아니라 모두가 참여하는 주민자치”라는 방향에 따라, 정례회의를 시작으로 각 분과별 회의를 활성화하고 있다. 단순히 정례회의에서 보고를 듣는 수준을 넘어, 분과마다 마을 발전을 위한 의제를 논의하고 주민이 직접 실행 과제를 만들어가는 구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각 분과의 특성을 살린 활동이 마을공동체 활성화 공모사업 4개 분야의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이는 분과가 형식적 조직이 아니라 실제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단위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교육, 복지, 환경, 마을공동체 등 각 분야가 독립적으로 고민하고 협력할 때, 주민자치회는 비로소 살아 있는 조직이 된다.

 

주민자치의 핵심은 ‘참여의 확장’이다. 회장이 모든 일을 잘하는 조직이 좋은 주민자치회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주민자치회는 회장이 모든 일을 하지 않아도 각 분과와 위원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조직이다. 회장의 역할은 지시자가 아니라 촉진자여야 한다. 분과의 역할은 단순한 이름표가 아니라 마을 의제를 발굴하고 실행하는 현장 단위가 되어야 한다.

 

주민자치회 내부에서 특정 분과만 주목받거나 일부 인물만 사업을 주도하는 구조도 경계해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다양한 주민의 삶이 만나는 공간이다. 노인, 청년, 여성, 아동, 소상공인, 장애인, 1인 가구, 돌봄이 필요한 주민 등 마을을 구성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함께 반영되어야 한다. 특정 분야나 일부 사람의 관심사만 반복된다면 주민자치는 균형을 잃게 된다.

 

분과 활성화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분과는 주민자치회를 세분화하는 행정적 장치가 아니라, 주민 참여를 넓히는 민주적 통로다. 한 번의 전체회의에서 모든 주민 의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과별 회의가 활성화되면 각 주제에 관심 있는 위원들이 더 깊이 토론할 수 있고, 현장의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마을사업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바뀐다.

 

진정한 주민자치는 회의록에 남는 문장이 아니라 마을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실천이어야 한다. 주민자치회가 주민참여예산을 제안하고,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을 개선하며, 생활환경 문제를 발굴하고, 마을공동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은 모두 민주주의의 훈련이다. 주민이 직접 문제를 말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며, 예산과 자원을 고민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경험이 쌓일 때 풀뿌리 민주주의는 단단해진다.

물론 분과별 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어야 한다. 사업 계획, 예산, 공모 일정, 회의 결과가 일부에게만 전달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각 분과에 실질적인 권한과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 단순히 회의 참석 인원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분과가 직접 의제를 발굴하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회장은 각 분과를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주민자치회의 중심은 회장이 아니라 주민 전체라는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앞으로 주민자치회가 나아갈 방향은 분명하다. 폐쇄적 운영에서 개방적 운영으로, 회장 중심에서 분과 중심과 주민 중심으로, 보고 중심 회의에서 실행 중심 회의로 전환해야 한다. 주민자치회가 행정의 전달 통로에 머물지 않고, 주민이 직접 마을의 미래를 설계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봉선2동 주민자치회의 분과별 활동 활성화는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각 분과가 살아나면 주민의 생각이 살아난다. 주민의 생각이 모이면 마을 의제가 만들어진다. 마을 의제가 실행되면 주민은 더 이상 행정의 수혜자가 아니라 마을의 공동 설계자가 된다.

 

주민자치회는 소수의 대표자가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 다수의 주민이 함께 성장하는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이제 주민자치회는 이름뿐인 자치를 넘어 실질적 자치로 나아가야 한다. 그 출발점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각 분과의 작은 회의, 주민 한 사람의 발언, 그리고 함께 결정한 일을 끝까지 실천하는 과정이다.

 

주민자치가 살아야 마을이 살아난다. 마을이 살아야 지방자치가 깊어진다. 그리고 지방자치가 깊어질 때 민주주의는 제도 속 문장이 아니라 주민의 일상 속 힘이 된다. 봉선2동 주민자치회의 변화가 더 많은 지역 주민자치회에 확산되어,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가 더욱 단단해지기를 기대한다.

김유미 발행인 기자 yum1024@daum.net
작성 2026.04.25 21:07 수정 2026.04.26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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