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교차점, 새로운 문명의 문을 두드리다
천부경과 하도 낙서의 원리에서 비롯되어 마침내 꽃을 피운 현대 디지털 문명. 그 문명의 종착지가 과연 어디일지 통찰할 수 있었던 이병한 교수의 강연이 끝난 후, 객석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단순히 지식교류의 시간을 넘어, 인류가 마주한 거대한 전환기 앞에 선 지식인들의 고뇌와 희망이 교차하는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역사와 영성, 그리고 미래의 생존 전략을 넘나든 허심탄회한 문답을 지면에 옮긴다.
[질문 1] 중국의 국가 모델, 디지털 문명의 추진력인가 장애물인가?
질문자: 중국 현대사에도 밝으신 것으로 안다. 등소평 이후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이 경제적 성공을 견인했는데, 이 독특한 국가 모델이 향후 디지털 문명 발전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보나?
이병한 교수: 중국 체제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는 분명 유리한 면이 있다. 역설적으로 지금 미국 정치권이 보여주는 모습은 ‘미국의 중국화’라고 비유할 만큼 권위주의적 효율성을 쫓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경쟁에서 이긴다고 해서 중국식 체제가 20세기 미국처럼 전 세계적인 매력을 가질 수 있을까? 나는 부정적이다.
중국이 새로운 디지털 OS(운영체제)를 만들어낼 수는 있겠지만, 세계인들이 그것을 자발적으로 ‘다운로드’하여 자기 삶에 이식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바로 여기서 한국에 기회가 온다. 미국도 중국도 아닌, 한국이 제시하는 ‘새로운 질서’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시대는 이미 왔다. 다만 이를 실행할 젊은 리더십, 내가 ‘후생님’이라 부르는 다음 세대들을 찾는 것이 나의 과제이자 우리 시대의 숙제다.

[질문 2] 영성과 방법론, 텅 빈 100년의 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질문자: 문명 전환과 개벽을 이야기할 때 결국 인간의 영성 문제가 중요해 보인다. 이 교수가 구상하는 미래 3부작에서 언급된 ‘시천주 조화정’의 가치를 실현할 구체적인 방법론은 무엇인가?
이병한 교수: 내가 30대 중반에 교수직을 내려놓고 3년간 유라시아를 방랑한 것도 결국 이성 너머의 영성을 찾기 위함이었다. 일이 사라진 미래, 120세에서 150세를 살아야 하는 인류가 텅 빈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나는 그 답이 ‘영성 문화의 만개’에 있다고 본다. 나는 이를 ‘딥 엔터테인먼트(Deep Entertainment)’라 부른다.
일반적인 유흥은 금방 물리지만, 영성이 깊어지고 고양되는 과정은 100년 동안 해도 즐거운 ‘신선놀음’이 될 수 있다. 이를 전 인류가 참여하는 거대한 게임(MMORPG)처럼 설계하면 어떨까? 만인이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데이터로 확인하며 즐기는 ‘K-영성 플랫폼’이다. 신시와 화백, 풍류가 어우러지는 정기적인 포럼과 페스티벌이 그 구체적인 장(場)이 될 것이다.
[질문 3] 기후와 기술의 부정적 전망, 지옥을 넘어설 방법은 있는가?
질문자: 기후 위기와 AI의 폭발에 대해 많은 학자가 인류 멸종이나 지옥 같은 미래를 경고한다. 문명의 전환기마다 발생하는 전쟁과 질병 같은 부정적 변곡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병한 교수: 그 부정적인 전망들이 오히려 ‘객관적인 전망’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2~30년 동안 혁명과 전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현재의 국가 시스템 중 상당수는 사라질 것이다. 내가 ‘말세’라는 표현을 쓴 이유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나는 그 구멍이 한국에서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다.
나의 아들이 2150년의 세상을 보게 될 텐데, 그 아이에게 지옥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쉽지 않겠지만, 말세를 살아갈 21세기 세대들과 함께 새로운 ‘조화문명’의 창세를 열어가는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이 고단한 공부를 계속하는 이유다.
[질문 4] ‘환단고기’와 야성, 그리고 미래를 향한 판타지
질문자: 강연 중에 동학이나 천부경 같은 텍스트를 언급하셨는데, 《환단고기》와 같은 텍스트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이병한 교수: 곧 출간될 내 책에도 그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의 혁신가 피터 틸은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에서 영감을 얻어 미래 기업(팔란티어 등)을 세운다.
나에게 《환단고기》는 단순한 사실 여부의 논쟁을 넘어, 미래에 대한 영감을 무진장 불러일으키는 위대한 텍스트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미래 문명을 열기 위해서는 영성만큼이나 ‘야성’이 중요하다.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면 영성도 부족하지만, 무엇보다 세상을 목숨 걸고 바꿔보겠다는 야성(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해 보인다. 낡은 386세대의 리더십이 여전한 것은 다음 세대의 야성이 거세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야성이 넘치는 친구들을 잘 길러내야 영성도 깊어질 수 있다.
사회자: 재밌는 답변 감사. 영성에 이어 야성까지 시각이 넓으신 거 같다. 저도 이제 아이들이 싸울 때는 말리지 않겠다. 야성을 키울 수 있게 내려 두겠다. (웃음)
[질문 5] 한국의 정신문화가 왜 세계적 대안이 되어야 하는가?
질문자: UN 기구들이 한국의 AI를 중심으로 허브를 만들려 하는 등 거버넌스의 변화가 감지된다. 일반 대중들이 왜 한국의 천부경이나 삼일신고 같은 정신문화에서 미래의 대안을 찾아야 하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달라.
이병한 교수: 미국의 엘리트들도 이제 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만으로는 인간의 영혼을 달래줄 수 없음을 깨닫고 기독교(신학)로 회귀하려 한다. 하지만
기존의 기축 종교(불교 기독교 유교)들은 대부분 농업문명 시대의 가르침이다. 산업문명의 이데올로기도 이미 수명이 다했다.
우리는 이제 모든 것의 기원으로 돌아가는 ‘원시반본(原始返本)’의 시대로 가고 있다. 종교 이전의 무교(巫敎)가 가진 생명력, 그것을 폄하된 무속이 아니라 현대적인 ‘딥 엔터테인먼트’나 게임의 형태로 되살려야 한다.
K-팝이 세계를 홀렸듯, K-영성도 흥미와 재미가 결합한 비즈니스로 진화해야 한다. 내 아들이 게임 이벤트 때문에 새벽 4시에 일어나듯, 영성을 추구하는 길도 그만큼 즐겁고 매혹적이어야 한다. 100년 동안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신선놀음’ 콘텐츠를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다시 태동하는 ‘디지털 신시’를 향하여
이병한 교수의 답변은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웠다. 말세의 위기 앞에서도 ‘후생님’들을 믿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그의 의지는, 결국 우리 민족이 간직해온 시원적 영성과 현대의 디지털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조화문명의 꽃이 피어날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노동중심 시대가 끝나고 신선놀음의 즐거움이 일상이 되는 시대, 한국이 제안하는 새로운 문명의 OS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얻어 ‘아사달’의 광명문화가 온 누리에 퍼질 그날을 기대해 본다.

※ 필자의 코멘트 :
현대적인 ‘딥 엔터테인먼트’나 게임 형태로 K-영성을 진화시키자는 이 교수의 고견은 매우 매력적인 대안이자, 시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통찰이라 생각된다. 동시에 우리는 동학에서 이른바 ‘3년 괴질’, ‘12제국 괴질운수’로 예견한 바 있는 머지않은 미래의 충격적 위기상황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단순한 단전호흡이나 명상 차원을 넘어 질병의 본질을 극복하는 고대 동방 한국의 전통 ‘치유 수행’이 선보이고 있다고 상생문화연구소에서 전한다. 현재 그 정수를 ‘동방신선학교’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체계적으로 전수되고 있다고 하니, 대전환의 시대를 준비하며 진정한 몸과 마음의 정화와 승화는 물론 치유를 갈구하는 독자 여러분께서는 참고 바란다.
- 디지털삼국지 <최종 편>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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