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과 미국 간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이란이 ‘자스크’ 지역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도 석유를 수출할 수 있는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걸프 지역 국가들은 이란에 비해 대체 수출 경로가 부족하여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임을 강조한다. 현재 미국의 봉쇄 정책이 한계에 부딪혔으며, 결국 군사적 충돌보다는 외교적 협상으로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된다. 지금 이란은 해상 통제권과 지하 터널 송유관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통해 국제 사회와의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
봉쇄를 비웃는 산맥 아래의 지하 파이프라인, 세계 에너지 안보의 지형이 바뀐다
세계 경제의 심장박동을 좌우하는 ‘목줄’이라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 이곳의 파도가 요동칠 때마다 지구촌은 유가 폭등과 공급망 마비라는 공포에 몸을 떤다. 오랜 세월 서방은 이 좁은 수로를 틀어막는 것만으로도 이란의 숨통을 조일 수 있다고 믿어 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알던 안보의 상식은 무너지고 있다. 거대한 바위산 아래 깊숙이 숨겨진 이란의 ‘전략적 우회로’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봉쇄라는 이름의 낡은 칼날은 무력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물류의 이동을 넘어, 중동의 권력 지도가 다시 그려지는 소리 없는 전쟁의 서막이다.
왜 호르무즈 봉쇄는 ‘종이호랑이’가 되었는가
트럼프 행정부를 비롯한 서방의 대이란 압박은 “이란의 유일한 돈줄인 호르무즈를 막으면 굴복할 것”이라는 단일한 가설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이 가설에는 치명적인 빈틈이 있었다. 이란은 수십 년 전부터 단일 병목지점의 위험을 간파하고 ‘물류적 중복성(Logistical Redundancy)’이라는 생존 방정식을 준비해 왔다.
이들은 해협 내부가 아닌, 오만해 연안의 ‘자스크(Jask)’를 새로운 전략적 요충지로 낙점했다. 단순히 항구를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외부의 어떠한 물리적 타격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전략적 심도(Strategic Depth)’를 구축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서방의 봉쇄망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근본적인 이유다.
산맥 밑으로 흐르는 검은 피와 전문가의 경고
에너지 안보 전문가들은 이란의 이 치밀한 설계를 ‘경화된 기반 시설’이라 정의한다. 이란은 1,000km가 넘는 파이프라인을 지상이 아닌 험준한 산악 터널 깊숙한 곳에 매설했다. 이는 인공위성의 눈과 미사일의 정밀 타격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지하의 동맥’이다. 현재 이란 석유 수송량의 약 20~30%는 이미 호르무즈를 거치지 않고 자스크를 통해 직접 세계로 흘러 나간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전략적 실책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이란은 이제 호르무즈라는 ‘공격적 카드’와 자스크 우회로라는 ‘방어적 카드’를 양손에 쥐고 미국의 정책 실효성을 비웃고 있다.
걸프 국가들의 취약성과 ‘비대칭적 위기’
반면, 이란과 맞닿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협력국들의 표정은 어둡다. 이란이 자국 루트를 지하화하여, 국제 관계와 경제 분야에서 특정 국가나 공급망으로부터 위험 요인을 분리하거나 독자적인 노선을 걷는 전략을 뜻하는 의미하는, 이른바, ‘전략적 디커플링(Strategic Decoupling)’에 성공한 것과 달리, 이들의 대안은 여전히 취약하다. 사우디의 ‘얀부(Yanbu)’ 라인이 유일한 희망으로 꼽히지만, 이는 이란의 정밀 타격권 안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존재하는 대안’과 ‘안전한 대안’ 사이의 틈새는 깊다. 이란은 자국의 숨통은 보호하면서 적국의 목줄은 언제든 끊을 수 있는 ‘위험의 비대칭성’을 확보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파고는 높지만, 진짜 승부는 그 파도 아래 숨겨진 보이지 않는 길에서 결정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