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크림은 2025년 합산 매출 3975억 원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별도 기준 매출은 202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1% 증가했고, EBITDA는 48억 원으로 159% 늘었다. 영업손실은 81억 원으로 적자 상태는 이어졌지만 손실 폭은 전년보다 줄었다.
이번 실적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숫자가 커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크림은 더 이상 ‘스니커즈 거래 앱’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스니커즈 거래 비중은 2024년 약 50%에서 2025년 37%까지 낮아졌고, 대신 테크,럭셔리,라이프 등 비스니커즈 카테고리 비중은 63%까지 확대 됐다. 이는 크림이 한정판 운동화 중심 플랫폼에서 다양한 고가 거래를 다루는 종합 거래 플랫폼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뜻이다.
(사진= 크림)

특히 눈에 띄는 건 카테고리 확장 속도다. 크림은 올해 1월 금,은 거래 중개 서비스인 ‘크림 골드’를 출시하며 실물 자산 영역으로도 사업을 넓혔다. 환금성이 높은 금,은 거래의 특성상 진품 여부, 순도, 가격 정보 비대칭, 사기 위험이 큰데, 크림은 검수 시스템을 앞세워 이 시장에 진입했다. 이는 단순한 리셀 플랫폼을 넘어 ‘신뢰 기반의 프리미엄 실물 거래 인프라’로 확장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연결 자회사 일본 소다(SODA)의 성장도 이번 최대 실적의 핵심 축이다. 소다는 2025년 매출 190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7% 급증했다. 특히 일본 내 프리미엄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시장 1위를 차지했고, 거래액은 온라인 218%, 오프라인 1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스티커즈 리셀 시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성장세를, 일본 시장과 새로운 수집형 자산 카테고리가 뒷받침한 셈이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크림의 시야가 이미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체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크림은 일본 스니커덩크(SNKR DUNK), 태국 사솜(SASOM), 인도네시아 킥애비뉴(KICK AVENUE) 등 아시아 주요 플랫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전역까지 유통을 확장하는 통합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이 본격화되면 크림은 단순히 상품을 사고파는 앱이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수요와 공급, 검수와 물류, 거래 신뢰를 연결하는 허브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지점에서 크림의 최대 실적은 단순한 리셀 시장 회복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오히려 스니커즈, 스마트폰, 럭셔리, TCG, 금,은 같은 서로 다른 고가 거래 시장을 하나의 검수,신뢰 체계 안으로 묶어낸 결과에 가깝다. 과거에는 한정판 운동화를 되파는 플랫폼으로 보였다면, 이제는 희소성과 팬덤, 환금성을 가진 상품 전반을 다루는 프리미엄 거래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별도 기준 영업 손실은 아직 남아 있다. EBITDA 흑자와 손실 축소는 긍정적이지만, 카테고리 확장과 해외 네트워크 강화, 검수 인프라 고도화에는 계속 비용이 들어간다. 결국 크림의 다음 숙제는 “무엇을 더 거래하게 만들 것인가”보다 “확장된 거래 생태계 안에서 얼마나 안정적인 수익을 남길 수 있는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크림의 이번 실적은 소비 시장의 변화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희소성이 있고, 믿고 거래할 수 있으며, 필요하면 다시 되팔 수 있는 상품에는 지갑을 연다. 크림의 역대 최대 실적은 리셀의 부활이라기보다, 취향 소비와 자산 거래, 팬덤 경제가 결합한 새로운 플랫폼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더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