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규제의 파편화와 국제적 도전
인공지능(AI)은 이미 다양한 산업과 개인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AI 기반 앱을 사용하고, 자율주행 차량 및 의료 진단에서도 AI 기술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광범위한 AI의 확산은 그만큼 윤리적, 법적, 사회적 도전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AI는 그 자체로 긍정적인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지만, 문제는 개발과 활용에 있어 이를 규제하고 책임을 묻는 체계가 국가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점입니다. AI 기술의 글로벌적 특성을 고려하면, 파편화된 규제는 기술 발전의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는 데도 큰 한계가 있습니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마리아나 마추카토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거버넌스의 글로벌 프레임워크 구축이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그녀는 핵 비확산 조약과 유사하게 법적 구속력이 있는 다자적 협력 체계를 통해 AI 오용을 방지하고, 공정한 개발을 지원하며,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미션 지향적' 접근법을 제안했습니다.
광고
마추카토 교수는 AI의 미래를 시장 경쟁이나 국가주의적 경쟁에만 맡기는 것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AI 개발과 배포가 단순히 위험 완화를 넘어 공공의 이익이라는 미션을 따라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이는 모든 국가가 직면한 공통 과제이기도 합니다.
마추카토 교수가 제안하는 '미션 지향적' 접근법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서는 개념입니다. 이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을 유도하는 전략적 프레임워크입니다. 예를 들어, AI 기술이 의료 접근성 향상, 기후 변화 대응, 교육 격차 해소와 같은 구체적인 사회적 미션을 달성하는 도구로 활용되도록 정책과 투자를 조율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기술 개발의 방향성을 시장의 단기적 수익성이 아닌 장기적 공공 가치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합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AI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인공지능법(AI Act)' 제정을 통해 책임 있는 AI 개발을 위한 표준을 마련하려 하고 있습니다.
광고
그러나 사라 핑크 박사가 런던정경대(LSE) 블로그에 기고한 내용을 보면, 이러한 국가별 혹은 특정 지역 중심의 규제는 글로벌 기술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핑크 박사는 최신 데이터와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현존하는 국가 및 지역별 AI 규제가 AI의 국경을 초월하는 특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녀는 서로 다른 관할권에 걸쳐 다양한 규칙을 적용하는 데 따르는 실제적인 어려움과 규제 차익거래의 가능성을 지적하며, 이것이 AI의 안전성과 윤리를 확보하는 데 심각한 장벽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핑크 박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가별 관할권의 차이가 실질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통일된 국제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합니다. 파편화된 규제의 문제는 단순히 이론적 우려가 아닙니다. 실제로 AI 기업들은 서로 다른 규제 환경 속에서 중복된 준수 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규제가 느슨한 지역으로 사업을 이전하는 '규제 쇼핑'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광고
이는 글로벌 AI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규제가 강한 지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규제가 약한 지역에서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핑크 박사의 데이터 기반 분석은 이러한 현상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음을 경험적으로 입증합니다.
글로벌 프레임워크 구축의 시급성
한편, 글로벌 협력의 필요성은 윤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 문제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AI 기술은 초국가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한 국가가 기술 경쟁에서 앞서나가면 다른 국가로부터 경제적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1,360억 달러로 평가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률로 확대되어 수천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시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과정에서 각국이 국내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 내 기술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도 있습니다.
한국 역시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광고
특히 AI 생태계 구축과 데이터 활용에서 글로벌 기준과 규제 프레임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경우, 국내 AI 기업과 기술이 국제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은 AI 기술 개발에 있어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규제 체계가 과연 글로벌 기준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및 음성 인식 AI 기술의 윤리적 책임과 데이터 보호 관련 규제는 대부분 국내 법에서만 다루어지며, 국외 기업들과의 데이터 협력 및 상호 책임성 부분은 불충분한 상태입니다.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법과 EU의 GDPR, 미국의 주별 프라이버시 법안들 사이의 조율 부족은 국경을 넘나드는 AI 서비스 제공에 실질적인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적 협력 기반이 취약하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존재합니다. 기술 혁신은 시장만을 위한다기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광고
마리아나 마추카토 교수는 이러한 점에서 '미션 지향적' 개발 방식을 제안하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책임 있는 기술 개발과 배포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는 단순히 기술 경쟁력 강화만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미션 중심적 관점에서 글로벌 AI 규제 프레임워크 형성에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국제 협력 수준의 규제가 없다면 기술 오용 문제가 커질 뿐만 아니라, 국내 기술 생태계의 신뢰성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마추카토 교수와 핑크 박사의 논지는 AI가 인류에게 미칠 긍정적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부정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과 통일된 원칙이 필수적이라는 공통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핵 비확산 조약이 핵무기의 확산을 막고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는 국제적 규범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AI 거버넌스 역시 다자적이고 법적 구속력 있는 프레임워크를 통해 기술의 오용을 방지하고 공정한 개발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AI 기술이 인류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도록 하는 전략적 접근입니다.
한국 시장과 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
물론 글로벌 협력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특히 대국 간 기술 경쟁은 협력보다는 규제 차별화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AI 기술 패권 경쟁은 이미 양국 간 데이터 공유와 기술 표준 협력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AI 기술 자체가 국경을 초월하는 만큼, 기술의 개발과 배포에도 국경을 초월한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UN 및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같은 기관이 중심이 되어 다자적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UN은 AI 윤리와 거버넌스에 대한 글로벌 대화의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으며, ISO는 기술 표준의 국제적 조율을 통해 상호 운용성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이러한 국제적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글로벌 기술 정책에 있어 주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한국은 중견국 외교의 경험과 기술 강국으로서의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 서방과 동방 사이에서 균형잡힌 시각을 제시할 수 있으며, 특히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기술 혁신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데 있어 실용적인 모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은 단순히 국제적 위상 제고를 넘어, 국내 AI 산업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적 이점을 제공합니다.
결론적으로, AI는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지만, 그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거버넌스 체계가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그 체계는 개별 국가의 노력 이상으로 국제적이고 협력적인 접근을 필요로 합니다.
마리아나 마추카토 교수와 사라 핑크 박사가 강조하는 것처럼, 파편화된 규제는 AI의 글로벌 특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으며, 법적 구속력 있는 다자적 협력 체계만이 AI의 오용을 방지하고 공정한 개발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에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해야 하며, 동시에 이를 통해 국내 AI 생태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기술의 미래는 협력과 조화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으며, 한국은 그 협력의 중심에 서야 합니다.
김도현 기자
광고
[참고자료]
project-syndicate.org
blogs.lse.ac.u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