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세계 식량 가격이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요 농산물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향후 소비자 체감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4일 유엔 식량농업기구 자료를 인용해 올해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28.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125.5보다 2.4퍼센트 상승한 수치로, 지난해 9월 이후 약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9월 이후 올해 1월까지 다섯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왔으나, 올해 2월 반등한 뒤 3월에도 상승세를 지속하며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특히 이번 상승은 특정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곡류,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 등 주요 5개 품목군 전반에서 동반 상승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지목된다.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았고, 해상 운송 경로의 불확실성까지 확대되며 물류 비용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비용 상승이 농산물 생산과 유통 비용에 영향을 미치면서 식량 가격 전반에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품목별로는 설탕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3월 설탕 가격지수는 92.4로 전월 대비 7.2퍼센트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이 사탕수수를 설탕보다 바이오 연료용 에탄올 생산에 더 많이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데다, 물류 차질 우려가 겹치며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유지류 역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유지류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5.1퍼센트 오른 183.1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바이오 연료 수요 확대 기대와 함께 말레이시아의 생산 감소로 팜유 가격이 오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곡류 가격도 상승했다. 미국의 가뭄 등 주요 생산국의 기상 여건 악화가 반영되며 곡물 가격은 전월 대비 1.5퍼센트 상승했다. 이와 함께 유제품과 육류 가격지수도 각각 1.2퍼센트, 1.0퍼센트 오르며 전체 식량 가격 상승 흐름에 힘을 보탰다.
다만 국제 식량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월 국내 농축산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2퍼센트 하락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2.2퍼센트와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정부의 수급 관리 정책과 유통 안정 조치 등이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대외 변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 등 외부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으며, 국민의 물가 부담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제유가와 지정학적 상황이 식량 가격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와 물류 비용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다시 식량 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설탕과 유지류처럼 에너지 시장과 밀접한 품목은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식량 가격은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와 물류, 국제 정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시장 모두 국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