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토 북쪽 주택가에 ‘고려미술관’이 있다. 이름부터 한국과 관련된 느낌인데, 한국의 도자기라든지 전통 회화를 볼 수 있는 미술관이다.
역사 여행 전 예술 여행을 다녔던 필자가 우연히 발견한 미술관으로, 교토에 가면 꼭 들리려 하는 미술관이다. 얼마 전 4.3이었고, 2018년 창립 30주년 특별 전시 안내지를 보고 생각나서 ‘고려미술관’을 여행자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김석범 작가의 ‘화산도’나 김시종 시인의 ‘조선과 일본에 살다’라는 책을 읽어 본 사람은 제주 출신 일본 이민자의 슬픈 역사와 일본에서 삶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안내지에 따르면, 이 미술관은 1918년생 정조문이라는 재일교포가 만들었다. 6살 때 조국을 떠나 일본에서 살았던 사람이다. 한국의 고미술품을 모아 ‘고려미술관’을 1998년 만들었다.
정조문이라는 분은 독립운동가 정진국 선생님의 아들이다. 정진국 선생님은 한단군사강습소에서 유학했고, 중국 상해에서 김구 선생 등과 함께 활동했던 독립운동가이다.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했으니 당연히 집안 형편은 어려웠고 어린 나이부터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또 일제강점기 말에는 강제징용으로 도쿄 군수물자 공장에서 일하다가 해방을 맞았다고 한다.
먼저 아버지가 조국으로 돌아간 후 형과 함께 아버지를 기다렸지만, 아버지는 대구 10.1 사건에 휘말려 사망했다고 한다. 대구 10. 1 사건은 굶주림에 시달리던 대구 사람들이 쌀을 달라고 요구하던 시위를 미군정 정부가 총을 발사하는 등 강경하게 진압하면서 일어났던 사건이다.
많은 조선인이 그렇듯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정조문은 구슬치기 사업으로 돈을 벌었다. 최근 애플 티비에서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가 방영되면서 당시 재일 조선인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조선백자 항아리를 구매했고, 이 때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할부로 구매했다고 한다. 이후 천7백여 점의 고미술을 수집하면서 미술관을 만들게 되었다. 일본에는 한국 도자기를 포함한 많은 고미술이 있다. 일제강점기 전부터 불법 반출이나 여러 가지 경로로 일본으로 갔고, 그 실체를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오사카 시립 동양 도자기박물관에 가면, 웬만한 우리나라 박물관보다 더 괜찮은 우리나라 도자기를 소장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이다. 탑처럼 개인 소유로 넘어간 문화재는 어디 있는지 파악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매에 나오지 않는 한 존재하는 지도 모르는 우리 문화재가 많이 숨어 있을 것이다. 이런 문화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많지만, 국가적 차원의 노력은 미비하다는 생각이 든다.
간송 전형필 선생님이 그나마 지켜 남아 있는 문화재와, 일본에 있지만 정조문 선생님이 모은 우리 고미술은 우리가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교토 여행을 가게 되고 우리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가볼 만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관광지와 떨어져 있어서 짧은 일정에 가기 힘들 수 있지만, 한국인으로 추천해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