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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칼럼] 이란, 1979년 4월 1일, 그날의 투표함이 오늘에게 묻는 것

99%의 찬성, 그 후 47년: 테헤란의 투표함이 숨겨온 눈물겨운 진실

혁명의 이름으로 잊혀진 평범한 삶들: 4월 1일, 이란이 말하지 않는 것

피로 쓴 역사, 빵으로 읽는 현실: 2026년 중동 전쟁 속 이란의 자화상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1979년 4월 1일, 테헤란의 하늘은 희망과 불확실성이 묘하게 교차하는 빛깔이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백만의 인파는 손에 잉크를 묻히며 투표함 앞에 섰다. 2,500년 넘게 이어온 군주제의 마침표를 찍고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전대미문의 체제를 선택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그날 투표율은 98%를 웃돌았고, 찬성률은 99%에 달했다. 사람들은 그것이 진정한 자유를 향한 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47년이 흐른 2026년 오늘, 다시 돌아온 공화국 탄생 기념일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현재 중동은 거대한 화약고가 되어 요동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시작된 불길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을 거쳐 이제 이란 본토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그림자 전쟁'의 실체적 위협으로 번졌다. 이 혼돈의 한복판에서 이란은 여전히 4월 1일을 축제로 기념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의 눈빛에는 축제의 기쁨보다는 생존의 피로감과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 더 깊게 패어 있다.

 

1979년의 투표함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들이 꿈꿨던 '공화국'의 정의는 무엇이었는가?"라고 말이다. 당시 민중이 원했던 것은 서구화된 독재(팔레비 왕정)로부터의 탈피였지, 또 다른 형태의 억압이나 영원한 전시 상태가 아니었다. 당시 이란의 지식인들과 노동자들은 이슬람의 가치 위에 민주적 절차가 결합한 이상적인 공동체를 상상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란이 마주한 현실은 국제적 고립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그리고 대리전쟁의 후폭풍으로 점철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이란은 결코 단순한 나라가 아니다. 페르시아의 찬란한 유산을 품은, 이 땅은 철학, 수학, 천문학의 발상지였으며, 시와 예술을 사랑하는 민족성을 지녔다. 하지만 지금 그 에너지는 국가 안보라는 명목 아래 국방비와 무기 체계 개발로 쏟아지고 있다. 중동 전쟁의 파고 속에서 이란 정부는 자국을 '저항의 축'의 중심으로 설정하며 세를 과시하지만, 정작 국민의 삶은 '빵의 전쟁'에 직면해 있다. 이란의 한 노인은 투덜거린다. "내일은 폭탄이 떨어질까를 걱정하고, 오늘은 달걀값이 오를까를 걱정한다." 이것이 47년 전 그들이 꿈꿨던 공화국의 자화상일까.

 

더욱 뼈아픈 지점은 세대 간의 단절이다. 혁명을 경험했던 세대는 '반제국주의'와 '신정 체제'의 수호를 절대적 선으로 여기지만, 인터넷과 SNS로 세계와 연결된, 이른바 'Z세대' 이란인들은 '여성, 삶, 자유'를 외치며 다른 길을 묻는다. 1979년의 투표함이 던졌던 질문이 "누가 통치할 것인가"였다면, 지금의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바뀌었다. 이 틈새를 메우지 못하는 권력은 결국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불신이라는 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마련이다.

 

전쟁은 모든 것을 단순화시킨다. 아군과 적군, 승리와 패배라는 이분법만이 지배한다. 하지만 칼럼니스트로서 내가 목격한 전쟁의 이면은 언제나 복잡하고 인간적이다. 테헤란의 병원에서 다친 아이를 품에 안은 어머니의 눈물에는 이데올로기가 없다.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지하 방공호로 숨어든 노파의 기도문에도 정치적 선언은 담겨 있지 않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승리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저녁 식탁에 마주 앉아 평범한 내일을 이야기하는 소박한 평화다.

 

1979년 4월 1일, 누군가에게는 승리의 기록이고 누군가에게는 상실의 기점이었을 그날을 떠올려 본다. 역사라는 거대한 강물 속에서 우리는 종종 개인의 삶이라는 작은 물방울을 잊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혁명은 체제의 교체가 아니라, 한 인간이 존엄을 지키며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어야 한다.

 

나는 47년 전 투표함에 담겼던 그날의 수많은 이란 국민의 소망이 비록 퇴색되었을지언정 절대 사라지지는 않기를 바란다. 인간의 영혼은 억압보다 자유를 향할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법이다. 정치는 유한하지만 삶은 영원하며, 증오는 짧지만 사랑은 길다. 우리는 모두 결국 평화라는 이름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나그네들이 아닌가.

 

그날의 투표함은 여전히 이란 국민에 묻고 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이 선택한 그 가치만큼 행복한가?

작성 2026.04.04 14:02 수정 2026.04.0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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