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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칼럼] 이번 중동 전쟁으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각각 잃어버릴 것들

승자 없는 전쟁: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전쟁터에 버리고 온 것들

유가 200달러와 도덕적 파산... 트럼프의 '2주 완성'이 남긴 참혹한 성적표

전쟁이 앗아간 것들 — 에픽 퓨리의 연기 너머, 각자가 잃어버린 것들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미사일의 궤적은 찬란하지만, 그것이 지상에 닿아 피워 올리는 불꽃은 잔인하다.

 

2026년 2월 27일 오후, 텍사스주 코퍼스크리스티로 향하던 에어 포스 원 기내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 개시 명령에 서명했다. 이튿날 새벽,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군사 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합동 공격을 단행했다. 이스라엘은 자국 작전을 '로어링 라이온(Operation Roaring Lion)'이라 명명했으며, 개전 첫 12시간 만에 900여 차례의 공습이 이란 전역을 강타했다. 정치가들은 연일 '정밀 타격'과 '궤멸'이라는 단어를 쏟아내며 승리를 장담하지만, 현장을 누비는 기자의 눈에 비친 전장은 승자 없는 거대한 도박장과 같다.

 

이번 전쟁은 단순히 영토나 자원을 둘러싼 다툼이 아니다. 그것은 각국의 자존심과 정치적 생명이 걸린 치명적인 게임이다. 하지만 포연이 걷힌 뒤 우리가 마주할 성적표에는 승패의 기록 대신, 각자가 소중히 여겼던 가치들이 어떻게 마모되고 사라졌는지에 대한 슬픈 목록이 적혀 있을 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 압도적 화력 뒤에 숨겨진 '도덕적 권위'의 침몰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정식 승인 없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8분짜리 영상을 올려 작전 개시를 선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연합군은 수주간의 작전에서 압도적 공세를 전개했다. 펜타곤은 이란의 군사 시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파괴되었는지 숫자로 증명했다. 그러나 이 정밀한 데이터들이 놓치고 있는 치명적인 손실이 있다. 바로 서구 사회가 그토록 강조해온 '자유민주주의의 도덕적 명분'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초기 미국의 이란 공격이 이란 지도부를 공격하려는 이스라엘의 의도 때문이었으며, 이것이 지역 내 미군을 위험에 빠뜨렸을 것이라고 공개했다. 그는 또한 이스라엘이 미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였다고 언급했으나, 트럼프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동맹의 내부에서조차 전쟁의 정당성을 둘러싼 균열이 노출된 것이다.

 

전쟁 과정에서 이란 내에는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학교, 병원, 문화유산 유적지 등이 피해를 입었다. 이란의 한 초등학교 건물은 미국의 미사일에 맞아 100명 이상의 초등학생과 다른 시민들이 사망했다. 

 

안보라는 명분 아래 민간 인프라가 타격당하는 장면은 국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더욱 뼈아픈 것은 백악관이 이란 공습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영상에서 저작권 도용 논란이 불거졌다는 사실이다. 승전을 자축하는 홍보물조차 정직하지 못했다는 것, 그것은 도덕적 자기 파괴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그들이 얻은 것이 파괴된 이란의 미사일 기지라면, 잃은 것은 국제 질서를 주도해 온 '정당성'이라는 무형의 자산이다. 다수의 동맹국이 함께했던 이전 중동 전쟁들과는 달리, 전쟁을 시작한 미국과 이스라엘 이외의 국가들은 이란 공습을 요격하는 등의 소극적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 나토 내의 분열과 국제 사회의 냉담한 반응은 미국이 이제 더 이상 세계의 도덕적 스승이 아님을 방증한다.

 

이란 - '전략적 인내'의 늪에서 상실한 미래와 민생

 

반면, 이란은 예상을 뛰어넘는 저항력으로 버티고 있다. 영국 정보기관 MI6의 전 국장 ‘알렉스 영거’는 "이란은 이미 지난해 6월부터 무기를 분산 배치하고 무기 사용 권한을 지역 책임자들에게 위임하는 등 현명한 결정을 내렸고, 이는 추가적인 회복력을 제공했다. 그들은 분쟁을 국제화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했다"라고 분석했다.

 

이란은 전쟁 발발 이후 500발 이상의 탄도·해상 미사일과 약 2,000대의 드론을 발사했으며, 이 가운데 약 40%는 이스라엘을, 약 60%는 지역 내 미국 목표물을 향해 발사되었다. 이란이 지키고자 했던 '전략적 인내'는 군사적으로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전략이 치르고 있는 대가 또한 처참하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여 하루 약 8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게 했으며, 페르시아만에는 약 1,900~2,500척의 선박이 발이 묶였다. 해협을 인질로 잡는 이 '에너지 전쟁'은 세계를 향한 강력한 카드이지만, 동시에 이란 스스로 국제적 고립이라는 감옥에 가두는 자해적 행위이기도 하다. 군사적 생존이 곧 국가의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래 세대의 희망을 담보로 잡은 생존은 결국 텅 빈 껍데기만 남은 영광일 뿐이다.

 

중재자들의 실종과 협상의 좌초 - 대화의 창이 닫히다

 

이번 전쟁에서 뼈아픈 실패 중 하나는 외교적 가교의 실종이다. 이란이 카타르, 쿠웨이트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에까지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전통적 중재자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대화의 창구는 폭격 속에서 한 차례 한 차례 좁아졌다.

 

미국은 3월 24일 파키스탄을 통해 대화를 위한 30일 휴전을 포함한 15개 항목의 종전 협상안을 이란 측에 전달했다. 협상안에는 주요 핵시설 폐쇄, 우라늄 농축 중단, 기존 농축 우라늄의 IAEA 이관, 탄도미사일 제한, 중동 내 대리세력 지원 중단,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의 요구가 담겼다. 그러나 서로를 향한 불신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제안된 휴전은 평화를 위한 노력이 아니라, 다음 타격을 위한 전술적 재정비로 오독되기에 십상이었다. 이란 대통령 ‘페제시키안’은 미국의 무조건적인 항복 요구를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한편, 중국의 중동 특사 ‘자이준’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걸프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한 협력 의지를 강조하며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선점하는 전략적 행보에 나섰다. 미국이 군사 작전을 주도하는 동안, 중국이 외교 무대에서 조용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이 전쟁이 만들어낸 역설 중 하나다.

 

'승리'라는 이름의 허상 - 유가 폭등과 파괴된 인프라

 

트럼프 대통령이 갈구하는 '정치적 승리'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14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전쟁이 가져온 경제적 파급 효과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 서민들의 식탁을 위협한다.

 

더욱 충격적인 건 우리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의 주요국 파급 효과' 보고서에서, 전쟁이 조기에 종전되더라도 에너지 시설 피해 복구 지연으로 내년 4분기까지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쟁 이전 수준인 63달러 대비 약 43% 높은 수준이다. 더 나아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는 약 86% 상승한 배럴당 117달러에 이르고, 에너지 시설이 타격을 받는 최악의 상황에는 배럴당 174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됐다.

 

나프타 가격은 한 달 새 약 49% 급등했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70% 이상 상승하는 등 에너지 전반에서 가격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이란의 군사력을 궤멸시켰다는 승전보는 화려할지 모르나, 그 대가로 지불된 인류애적·경제적 비용은 계산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스피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급락하여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었고,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500원을 돌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의 주유소에서도, 이스탄불의 장바구니에서도, 뭄바이의 공장에서도 - 중동의 화염은 이미 우리 일상의 온도를 바꾸고 있다.

 

군사적 타격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전략적 의지'를 상대로 물리적 승리만을 좇는 것은 끝없는 소모전일 뿐이다. 이란이 보유한 미사일과 드론의 3분의 1만이 파괴된 것으로 분석되며 전쟁의 종착지는 여전히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전쟁의 먼지가 내려앉은 자리에 서서

 

밤마다 들려오는 폭격 소리는 단순히 건물을 부수는 소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꿈과 역사가 무너져 내리는 비명이다. 나는 지금도 폭격 소리가 끊이지 않은 저 중동 땅을 바라보며, 평화라는 것이 얼마나 연약한 유물인지 생각한다.

 

승리라는 단어는 얼마나 오만한가. 이란의 지하 벙커에 숨겨진 드론도, 미국의 항공모함에서 출격하는 최첨단 전투기도 결국 인간의 공포를 먹고 자란 괴물들이다. 내가 마주한 진실은 명쾌하다. 미국은 '세계의 수호자'라는 명예를 잃었고, 이스라엘은 '영원한 안보'라는 신화를 잃었으며, 이란은 '민생의 미래'를 잃었다.

 

‘아틀라스 국제문제연구소’가 지적했듯, 이 전쟁의 숨겨진 동인은 핵 위협 제거라는 표면적 명분 뒤에 가려진 헤게모니 강화와 지역 질서 재편이라는 전략적 야망이었다. 강대국들이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명분과 실제 추구하는 이익이 다를 수 있음을, 이 전쟁은 피로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이토록 처절하게 증오를 축적해 왔나

 

전장의 먼지가 내려앉은 자리에 남은 것은 승자의 깃발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물과 파괴된 대지뿐이다. 진정한 승리는 적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인간성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에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막의 어둠 속에서 떨고 있을 병사들과, 굶주린 이란의 아이들을 위해 우리는 분노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이 전쟁의 폐허 위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작성 2026.04.04 12:07 수정 2026.04.0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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