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거부권, 대북제재위원회 임기 연장 무산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거부권 행사로 대북제재 감시 체제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경제 협력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5년간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과 관련된 제재 위반 사례를 조사하고 보고해 온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안이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무산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체제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2009년 설립 이후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불법 무기 거래, 제재 회피 활동 등을 면밀히 추적하며 유엔 안보리에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해 왔습니다. 이 패널의 활동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제재 위반 실태를 파악하고 추가 대응 조치를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패널은 북한이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ship-to-ship transfer)을 통해 석유를 밀수입하거나, 위장 회사를 통해 무기를 수출하는 등의 정교한 제재 회피 수법을 상세히 문서화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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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이러한 감시와 보고 기능이 중단되면서,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여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는 데 더 많은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유엔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25년 한 해에만 총 11차례에 걸쳐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제재 위반 활동을 벌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국제 제재망을 우회하기 위해 복잡한 금융 네트워크와 해상 밀수 경로를 활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이 상당 부분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이러한 제재 위반 활동 중 상당수가 러시아 영토나 러시아 기업을 경유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은 러시아 항구를 이용해 석탄을 불법 수출하거나, 러시아 금융 시스템을 통해 자금을 이동시키는 등 양국 간 제재 회피 협력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심각한 탄약 부족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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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경제 제재로 자체 생산 능력이 제한된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포탄과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대량으로 공급받기 시작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정보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2023년 하반기부터 러시아에 122mm 및 152mm 포탄 수백만 발을 공급했으며,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제공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무기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실제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대가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유엔 제재로 인해 원유 수입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러시아는 이러한 북한의 취약점을 활용해 식량과 원유를 제공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는 정황입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한의 정찰위성 기술 개발을 지원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핵잠수함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같은 고도의 군사 기술이 이전될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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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경제 협력의 배경과 실체
이러한 북러 간 무기 거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2006년 이후 여러 차례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으며, 이 결의들은 북한으로의 무기 수출과 북한으로부터의 무기 수입을 모두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석유 제품 공급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과거 이러한 제재 결의에 찬성표를 던졌으나, 현재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만든 규칙을 위반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이러한 행동을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유엔 안보리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행위"라며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유엔의 노력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역시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을 감시하는 국제사회의 능력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 자신이 북한으로부터 불법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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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민간인을 살상하는 데 사용될 경우, 이는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생한 전쟁 범죄를 조사하고 있으며, 무기 공급국의 책임도 추궁할 수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ICC 회원국이 아니지만, 유엔 안보리가 상황을 ICC에 회부할 경우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실제 ICC 회부 가능성은 낮은 상황입니다. 전문가 패널의 활동 중단은 대북 제재 체제에 다층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북한의 제재 위반 활동에 대한 객관적이고 상세한 정보가 단절되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진척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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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패널이 제공하던 제재 이행 관련 기술적 조언과 권고가 사라지면서, 개별 국가들이 제재를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패널의 보고서는 국제사회가 제재 위반 행위자들을 특정하고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근거가 되어 왔는데, 이러한 기능이 상실되면서 제재의 실효성 자체가 약화될 우려가 큽니다.
북러 협력의 심화는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북한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군사 능력을 강화할 경우 안보 위기가 고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북한에 고도의 군사 기술을 이전할 경우, 북한의 미사일 정확도와 생존성이 향상되어 한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가 무력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일본 역시 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 내에 있어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으며, 북한의 능력 향상은 일본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킬 것입니다.
한국과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필요성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억제 전략을 강화하고, 미사일 방어 체계를 고도화하며, 정보 공유를 확대해 왔습니다. 북러 협력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은 동맹 차원의 대응 능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 일본, 호주 등 역내 우방국들과의 안보 협력도 강화하여 다층적인 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엔 제재 체제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새로운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전문가 패널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독립적인 감시 메커니즘을 유엔 외부에서 구축하거나, 미국과 동맹국들이 자체적으로 북한의 제재 위반 활동을 추적하고 공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독자 제재를 강화하여 북한의 제재 회피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를 국제 제재 체제로 다시 복귀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동시에 중국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중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 문제 해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와 제재 준수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와 그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 감시 체제의 약화는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경제 협력을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물론 유럽의 안보 환경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제재 체제를 보완하고, 새로운 감시 메커니즘을 구축하며, 동맹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특히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국가로서, 자체 방어 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제 협력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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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reuters.com
ap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