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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은 이동하고 있는가, 파주 야생신탁 땅이 던진 질문

토지 경계와 울타리 너머에서 확인된 ‘야생의 흐름’

시민 모니터링이 기록한 생명의 이동 흔적

종은 달라도 같은 방향의 고민, 이동이 끊긴 야생

▲ 야생신탁 시민모니터링단 1기 수료증. 사진=생명다양성재단

파주 조리읍 야생신탁 부지에서 진행 중인 생물상 조사와 시민 모니터링 활동이 ‘야생의 이동’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 울타리와 도로, 토지 경계로 나뉜 공간 속에서 야생동물들이 남긴 흔적은 보전의 단위가 종이 아니라 ‘흐름’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야생은 살아 있다. 그러나 이동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생명다양성재단이 추진하는 ‘야생신탁’은 시민 모금으로 토지를 매입한 뒤, 해당 공간을 자연의 회복 과정에 맡기는 보전 실험으로, 자연을 설계하거나 조성하기보다 불필요한 구조물과 인위적 압력을 제거한 뒤 변화를 관찰하는 “수동적 재야생화(Passive Rewilding)”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 야생신탁 지역에서 발견한 대표 출현종 사진(균류). 사진=생명다양성재단

야생신탁 부지에서는 2025년 한 해 동안 1차년도 생물상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대상은 균류, 식물, 곤충, 토양저서성무척추동물, 양서·파충류, 포유류 등 6개 분류군으로, 조사 결과 균류 111종, 관속식물 157종, 곤충 104종이 확인되며, 훼손 이후 초기 천이 단계에서 나타나는 생태적 특징이 수치로 드러났다.

 

불법 건축물 철거와 가건물 제거 이후 드러난 토양에는 냉이, 별꽃, 망초, 서양민들레 등 초기 식생이 빠르게 유입되어 인간의 개입이 줄어든 자리에 자연의 회복이 시작된 것으로 보였지만 동시에 조사 과정에서는 야생의 이동이 구조적으로 제한되는 장면도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야생신탁 시민 모니터링단은 무인센서카메라 관리와 포유류 흔적조사, 주변 지역 생물 기록을 통해 야생신탁 땅과 인근 숲, 농경지, 저수지를 오가며 생명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다양한 흔적과 기록은 야생이 단순히 ‘존재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 사이를 ‘이어갈 수 있는가’의 문제임을 드러낸다.

 

시민 모니터링 후기는 수치로 환원되지 않는 감각을 덧붙인다. 한 단원은 탐사 후기에 “야생신탁 땅을 다녀온 뒤 마음이 허전해졌다”고 적었고, 또 다른 기록에서는 비가 온 직후 발견한 맹꽁이 알과 버섯을 언급하며, ‘이 생명들이 다음 계절까지 무사히 이어질 수 있을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됐다고 전했다. 이는 야생을 ‘본다’는 행위가 아니라, 이동이 멈추는 지점을 인식하는 경험에 가깝다.

 

이 지점은 녹색연합의 곰 프로젝트가 제기했던 ‘이동이 차단된 야생’이라는 문제의식과 비교해 볼 수 있는 대목으로, 곰 프로젝트는 특정 종 보호를 넘어, 야생동물이 이동할 수 없는 사회 구조 자체를 문제로 제기했다. 야생신탁의 사례는 같은 질문을 다른 규모에서 다시 묻고 있는데, 그 이유는 종은 다르지만, 야생의 흐름이 어디에서 멈추는지를 현장에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생명다양성재단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정기 프로그램 ‘뒷동산 한바퀴’를 운영하고 있다. 야생신탁 땅과 그 주변을 함께 걸으며 땅과 야생, 사람이 어떻게 연결돼 왔는지를 살펴보는 현장형 프로그램으로, 과거 마을 뒤 언덕이 공동체의 생태 지식이 축적되던 공간이었던 것처럼, 가까운 야생을 다시 이해하는 장으로 삼겠다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야생신탁의 기록은 아직 결론이 아니다. 매달 축적되는 시민 모니터링 자료와 계절별 생물상 변화는 장기 관찰을 전제로 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작은 땅에서 시작된 기록이 야생 보전을 바라보는 시선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호해야 할 대상이 ‘존재’인지, 아니면 ‘이동’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한편 생명다양성재단은 이번 조사 결과를 담은 ‘야생신탁 생물상 조사 1차년도 최종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야생신탁 부지와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한 분류군별 조사 결과와 조사 방법, 향후 모니터링 방향 등이 수록돼 있다. 해당 보고서는 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누구나 열람 및 다운로드할 수 있다.

 

 

 

작성 2026.02.10 17:20 수정 2026.02.1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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