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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1 치료를 넘어 생태계로: 한국형 통합 자폐 케어 로드맵

뇌와 면역이 대화할 때, 자폐 치료의 문이 열린다

자폐 치료, 왜 ‘통합적 생태계’가 필요한가

‘통합 케어 시스템’이 만드는 실제 변화

[놀이심리발달신문] 1대1 치료를 넘어 생태계로: 한국형 통합 자폐 케어 로드맵 Ⓒ 박혜진 기자 

 

“뇌와 면역이 대화할 때, 자폐 치료의 문이 열린다”

 

“자폐는 더 이상 신경의 고립이 아니라, 면역과의 대화가 막힌 상태일지도 모른다.” 이 문장은 최근 Nature Neuroscience(2024)에 실린 글로리아 최(MIT) 교수의 연구를 요약하는 표현이다. 지난 6월, 삼성호암상 의학상을 수상한 글로리아 최 교수는 “뇌와 면역체계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녀의 연구는 자폐를 뇌질환으로만 보던 기존 시각을 뒤흔들었다. 2017년, 그녀의 연구팀은 Nature에 발표한 논문 두 편에서 임신 중 바이러스 감염 → 면역세포 활성화 → 태아의 뇌 발달 이상 → 자폐 증상이라는 연결고리를 제시했다. 그리고 2020년에는 발열 상태에서 자폐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며, **‘면역 단백질이 뇌 신경 회로를 조정한다’**는 새로운 치료 단서를 제시했다. 이후 전 세계 신경과학계는 자폐를 ‘신경면역 상호작용(neuroimmune interaction)’의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약으로 조절하는 질환이 아니라, 신체 전체—면역, 장내 미생물, 환경, 사회—가 함께 맞물린 현상임을 보여준다.

 


자폐 치료, 왜 ‘통합적 생태계’가 필요한가

 

한국에서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등록 환아 수는 약 7만 명, 전체 인구 대비 진단 비율은 10만 명당 1506명으로, 세계 2위 수준이다. 문제는 치료의 한계다. 약물은 일시적 증상 조절에 머물고, 행동치료(ABA)는 개인·가정의 경제적 부담이 크며, 학교나 사회의 수용 체계는 여전히 미비하다. 이런 가운데 아스트로젠이 최근 대한소아청소년 행동발달증진학회와 MOU를 체결하며 ‘자폐 치료 생태계 구축’을 선언했다. 이 모델은 ▲의료(약물) ▲교육(훈련) ▲사회(돌봄)의 세 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한국형 통합 모델(K-Integrated Care Model)을 지향한다. 그들의 핵심 비전은 “약이 아닌 관계,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치료가 시작된다.” 이는 글로리아 최 교수가 말한 “면역과 뇌의 대화”를 사회적 수준으로 확장한 철학이기도 하다.

 


세계가 주목하는 신경면역·사회·교육의 삼각축

 

자폐 치료의 세계적 패러다임은 지금 ‘융합’으로 이동 중이다.

 

(1) 신경면역학적 접근: 뇌–면역의 소통 복원

MIT의 글로리아 최·허준렬 교수 부부 연구팀은 Science Immunology(2024)에서 “면역 단백질 IL-17a가 뇌의 전두엽 신경세포 수용체에 직접 작용해 사회적 행동을 바꾼다”고 발표했다. 이 발견은 자폐 치료제를 단순한 신경전달물질 조절제가 아닌, 면역 신호 조절제로 발전시킬 길을 열었다.

(2)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 장내 세균의 역할

Cell Reports(2023)에서는 특정 프로바이오틱스가 자폐형 행동을 완화시키는 실험 결과가 제시됐다. 이는 최 교수가 2017년 Nature 논문에서 제시한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자폐의 매개 요인”이라는 주장을 인간 임상으로 확장시킨 연구다.

(3) 교육·사회적 훈련의 결합: 신경회로를 다시 쓰는 경험

The Lancet Psychiatry(2024)은 “사회적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서 성장한 자폐 아동은 신경 연결망 회복률이 2.5배 높다”고 보고했다. 즉, 교육과 사회 경험은 신경 재구성(neural rewiring)을 촉진하는 생물학적 치료 행위다. 이 세 요소—신경면역, 마이크로바이옴, 사회훈련—이 맞물릴 때 비로소 자폐 치료는 생명과학에서 **‘사회적 회복의 과학’**으로 진화한다.


 

‘통합 케어 시스템’이 만드는 실제 변화

 

의료 단위의 치료를 넘어, 지역 단위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 방향의 성공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의료–학교–가족이 공동 관리하는 Neurodiversity Clinic 운영. 스탠퍼드 대학 신경발달센터: 약물, 인지행동치료, 가족 코칭, 직업 교육을 통합한 모델. 도쿄대 자폐센터: 지역 보건소와 병원이 연계된 ‘마이크로 커뮤니티 케어’ 모델. 이런 시스템의 결과, 통합 치료군은 단독 약물치료군보다 사회적 독립 가능성이 3.4배, 언어·인지 개선 속도는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JAMA Psychiatry, 2024). 한국형 모델도 가능하다. 아스트로젠의 스페라젠(Speragen) 같은 신약 연구, ‘스텔라스텝스(Stellar Steps)’ 같은 비약물적 프로그램, 그리고 정책적 지원이 삼박자를 이룬다면 한국은 “약물–면역–사회 회복을 결합한 세계 최초의 통합 자폐 치료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자폐 치료, 이제는 사회가 함께할 차례다

 

글로리아 최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과학은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을 만나고, 함께 연구할 때 진짜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 말은 자폐 치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폐 치료는 더 이상 ‘한 명의 환자’와 ‘한 명의 의사’ 사이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가족, 교사, 연구자, 기업, 그리고 지역사회 전체가 ‘하나의 팀’이 되는 과정이다. 한국의 자폐 치료는 지금 분기점에 서 있다. 약물에서 생태계로, 병원에서 사회로. 이제 통합적 케어 시스템은 선택이 아니라,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사회적 과제다.

작성 2025.10.12 09:55 수정 2025.10.1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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