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의 한 여자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A양(13·가명)은 요즘 매일 아침 등굣길이 두렵다. 친구들의 눈빛, 속삭임, 피하는 몸짓 하나하나가 마음을 도려낸다. 손찌검도 없고, 욕설도 없다고 말하기엔 이젠 불가능하다. A양은 지금 ‘보이지 않는 폭력’과 ‘드러난 상처’ 속에서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
A양은 몇 달 전부터 같은 반 일부 학생들로부터 지속적인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모둠 활동에서 배제되거나 노골적인 불편한 시선을 받는 등 소극적인 배척이 이어졌다. 이어 말없이 자리를 피하거나 A양에 대한 뒷말을 퍼뜨리는 등의 행동이 반복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괴롭힘은 신체적 접촉을 동반한 폭력으로까지 번졌다. 우산을 던지거나 팔을 주먹으로 치는 등의 행동이 있었고, “쟤 왜 저래?”, “좀 꺼져줬으면 좋겠어” 등 노골적인 언어폭력도 계속됐다. 교실 내 분위기는 점점 더 냉랭해졌고, 무언의 폭력이 일상화되면서 A양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정서적·직접적 폭력은 겉으로 보기엔 증거가 뚜렷하지 않지만, 피해자에게는 일상의 모든 순간이 위협이다. A양은 결국 심각한 불면과 식욕 부진을 겪으며, 밤마다 울며 잠을 청했다. 부모는 아이의 이상 신호를 뒤늦게 알아차리고 병원을 찾았고, 진단 결과는 중등도 우울증과 불안 장애였다. 현재 A양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으며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무심한 접촉과 무시는 CCTV에도, 녹취기에도 남지 않는다. 폭력은 분명 존재하지만, 증거는 사라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친구 간의 갈등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심리상담사 김모 씨는 “최근의 학교폭력은 눈에 보이는 손찌검보다 눈빛, 말투, 배제 같은 정서적 공격과 결합된 형태로 나타난다”며 “여기에 언어적·신체적 폭력이 덧붙여질 경우, 피해자의 내면은 더욱 쉽게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는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피해자는 반복되는 괴롭힘 속에서 극심한 불안과 우울을 경험하게 된다”며 “이러한 복합적 폭력은 제도적으로 더 적극적인 개입과 예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침묵이다. A양의 주변에는 상황을 인지한 학생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괜히 나까지 미움받을까 봐요.” “어차피 애들 사이에 다 그러는 거 아닌가요?” 방관자들의 말은 교실 분위기가 왜곡될수록 더 당연해진다. 방관은 침묵 속에 괴롭힘을 정당화하고, 피해자는 점점 더 고립된다.
A양은 결국 용기를 내 학교폭력을 정식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신고 이후 교실의 공기는 더 무거워졌다. “너 이제 학교 어떻게 다니려고 하냐”, “괜히 일을 키운 거 아니냐”는 말이 A양의 귓가를 맴돌았고, 새로운 두려움이 시작됐다. 친구들의 시선은 마치 피해자인 A양에게 책임을 묻는 듯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명백한 2차 피해라고 규정하며, “학교 공동체 전체가 피해자 보호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서적 폭력은 때로 물리적 폭력보다 깊은 흉터를 남기고, 언어폭력과 신체 접촉이 결합될 경우 상처는 복합적이고 장기적이 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아이의 무표정한 얼굴, 등교 거부, 감정 기복, 성적 하락은 모두 위기의 신호다. 학교는 이제 ‘폭력이 있었는가’보다는 ‘왜 피해자는 여전히 불안한가’를 물어야 한다. 방관도 폭력이라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 자리 잡아야 하며, 말 한마디, 시선 하나, 장난처럼 툭 내뱉은 행동이 누군가의 삶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더 예민하게 알아차려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폭력이 교실의 공기처럼 퍼지고 있다. 그 공기를 외면하는 순간, 그 교실은 누군가에게 지옥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