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모바일 금융 플랫폼 시장을 둘러싼 거인들의 패권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미묘한 견제 심리 속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오던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증권이 마침내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거침없는 확장세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토스(Toss)'의 단일 앱(원앱)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형제 기업 간의 장벽을 허물고 본격적인 트래픽 동맹에 나선 것이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와 체류시간이 가르는 플랫폼의 명암
디지털 금융 생태계에서 플랫폼의 권력은 곧 이용자가 머무는 '시간'에서 나온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토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262만 명을 돌파하며 1,876만 명에 머무른 카카오뱅크와의 격차를 387만 명까지 벌렸다. 불과 1년 전 두 플랫폼의 이용자 수 차이가 171만 명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토스의 성장세는 매섭다.
더욱 치명적인 지표는 '앱 체류시간'이다. 이용자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을 살펴보면 토스가 176.8분을 기록한 반면, 카카오뱅크는 26분에 불과했다. 무려 6.8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차이다. 이는 두 플랫폼의 근본적인 지향점 차이에서 기인한다. 토스는 송금부터 주식 투자, 부동산, 콘텐츠 소비까지 하나의 앱에서 모두 해결하는 완벽한 '슈퍼앱' 생태계를 구축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목적이 뚜렷한 은행 업무만을 빠르게 처리하고 이탈하는 이른바 '목적형' 소비 구조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543만 잠재 투자자, 카카오페이증권 WTS로 연결하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카카오뱅크가 빼든 칼은 바로 '투자 탭'의 고도화다. 카카오뱅크는 자사 애플리케이션 내에 카카오페이증권의 웹트레이딩시스템(WTS)을 직접 구동할 수 있는 '주식 홈' 서비스를 전격 도입했다. 별도의 증권 앱을 설치하거나 이동할 필요 없이, 은행 앱 안에서 자연스럽게 국내외 주식 시세를 확인하고 즉각적인 매매까지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이는 지난 4월 야심 차게 신설한 이후 단 3개월 만에 543만 명이라는 거대한 트래픽을 모아낸 '투자 탭'의 잠재력을 실제 거래 수수료 수익과 록인(Lockin) 효과로 치환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금융과 투자의 경계를 허물어 고객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고, 자사 생태계 내에서의 순환 구조를 완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어제의 경쟁자에서 오늘의 구원투수로
사실 카카오뱅크가 주식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초기부터 한국투자증권 등 외부 대형 증권사들과 손잡고 계좌 개설 및 연계 거래를 지원해 왔다. 그러나 정작 한 지붕 식구인 카카오페이증권과는 철저히 거리를 두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플랫폼 주도권을 둘러싼 계열사 간의 알력 다툼이 시너지 창출의 발목을 잡아왔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시장의 판도는 이들의 한가로운 자존심 싸움을 허락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토스증권이 무려 3,195억 원의 영업이익을 휩쓸며 631억 원에 그친 카카오페이증권을 5배 이상 압도하자,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반대로 은행 부문에서는 카카오뱅크가 3,280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토스뱅크(589억 원)를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양사가 각자의 압도적인 강점(카카오뱅크의 막대한 뱅킹 트래픽과 카카오페이증권의 투자 시스템)을 결합하는 것만이 토스의 독주를 견제할 유일한 해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번 카카오 금융 계열사 간의 시스템 결합은 단순한 서비스 추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핀테크 시장의 패러다임이 '기능의 편의성'에서 '생태계의 완결성'으로 넘어갔음을 시사한다. 뒤늦게 원앱 전략의 중요성을 깨닫고 융합의 닻을 올린 카카오가 선발주자인 토스의 견고한 성벽을 얼마나 빠르게 허물 수 있을지, 대한민국 금융 플랫폼 전쟁의 제2막이 이제 막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