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기기와 인공지능(AI) 비서가 일상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청소년들이 신체 변화나 성적 고민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찾는 대화 상대 역시 스마트폰 화면이 됐다. 언제 어디서든 즉각적으로 답변을 내놓고 이용자를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 AI는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창구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모바일 검색이나 대화형 서비스를 활용해 성과 관계, 신체 발달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제공할 수 있는 영역은 일방향적인 단편 정보에 국한된다. 상대방이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요구할 때 대처하는 거절 방식이나 이성에 대한 호감을 표현하는 실질적인 대화법 등 정형화된 정답은 제시할 수 있으나, 상대의 감정을 읽고 서로 다른 성향을 어떻게 인정하고 맞춰가야 하는지까지는 해결해주지 못한다.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아하!)가 기획한 학생 주도형 성교육 프로그램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출발했다.
아하! 센터는 지난달 삼정중학교 1학년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교실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움직이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했다. 기존의 일방통행식 강의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교구를 다루고 의견을 교환하는 놀이 및 토론 형태로 진행됐다. 프로그램은 크게 신체와 과학적 사실을 다루는 '성지식 퀴즈 게임'과 관계 중심의 '연애 가이드라인 구축' 두 가지 세션으로 나뉘어 사춘기 청소년이 자기 몸과 건강한 관계를 자연스럽게 탐색하도록 도왔다.
첫 번째 코너인 성지식 퀴즈에서는 성장 발달, 월경, 호르몬 작용, 배려와 존중 등 폭넓은 주제를 바탕으로 친구들과 팀을 이루어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인체 구조 모형과 여성용품 등 다채로운 교구를 직접 살펴보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평소 개인 검색창에 조용히 검색해 보던 의문들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냈다. "성장 속도는 왜 개인마다 다른가", "생리는 어떠한 원리로 발생하는가", "호르몬 변화가 기분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등의 질문이 스스럼없이 오갔다. 교실 안 소통을 거치며 편향되거나 잘못 알고 있던 상식을 바로잡고, 성을 삶의 일부로 통합하여 이해하는 계기를 가졌다.

이어진 관계 탐색 세션에서는 청소년들이 꿈꾸는 바람직한 교제와 인간관계의 기준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메시지 회신 속도부터 데이트 비용 분담, 질투라는 감정 다루기, 성적 동의, 갈등 중재 등 현실에서 겪는 고민들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아무리 바빠도 즉각 연락하는 편이 좋다"거나 "개인적인 사생활과 시간도 존중받아야 한다", "좋아할수록 상대의 의사를 먼저 물어봐야 한다" 등 다채로운 가치관이 격돌했다. 알고리즘이 매뉴얼을 제안할 수는 있어도, 복잡다단한 인간관계를 조율하는 훈련은 사람 간의 실제 접촉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참여자들은 자연스럽게 체감했다.
교육 이후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프로그램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8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얻었다. 단순한 지식 축적을 지양하고 쌍방향 소통과 놀이적 요소를 도입한 설계가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참여한 학생들은 친구들의 다양한 시각을 접해 유익했다거나 직접 체험하는 방식이라 몰입도가 높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일선 교사들 역시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의사 표현에 임했으며, 청소년기 눈높이에 맞춘 소통과 배려의 핵심을 스스로 깨닫게 만든 의미 있는 기획이었다고 평했다.
센터 관계자는 정보가 범람하는 디지털 시대일수록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본질은 지식 자체보다 관계 속에서 배우는 소통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또래와 부딪히며 공감하고 토론하는 훈련이 성적 자기결정권과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는 토대가 된다며, 향후 실천 중심의 맞춤형 교안을 지속해서 보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참여형 성교육 신청
· 대상: 학교 및 기관(초등 1학년~고등 3학년)
· 비용: 학급당 15만원(학교와 학생 특성별 맞춤형 구성 가능)
· 신청: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아하!) 홈페이지(https://ahacente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