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좁은 물길 위로 다시 불길이 번진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 피격을 불씨로 무너진 밤, 트럼프 대통령의 "아주 세게 때린다"는 예고가 현실이 된다. 반다르아바스와 차바하르에서 폭발음이 이어지고,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틀째 타격을 확인한다. 앙카라 NATO 정상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터진 이 사태는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세계 원유 시장과 걸프 주민의 일상을 뒤흔든다. 좁은 해협에 드리운 넓은 그림자를, 현장의 온도로 짚는다.
무너진 휴전, 다시 불붙은 밤
평화는 스무날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달 서명된 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MoU)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이 잇따라 공격받으면서 흔들린다. 미국은 이란이 해협을 지나던 마셜제도·사우디·라이베리아 선적 상선 세 척을 겨냥했다고 보고, 화요일 밤 80여 곳을 때린 데 이어 재차 대규모 타격에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앙카라 NATO 정상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란산 원유 제재를 되살리고 각서가 "끝났다"고 선언한다. 회담장의 악수가 채 식기도 전에, 걸프의 밤하늘이 다시 붉게 물든다.
CENTCOM의 이틀째 타격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를 위협하는 이란의 능력을 더 약화시키기 위해" 추가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힌다. 미국 당국자는 수요일 타격이 전날보다 규모가 크며 해안 레이더와 대함미사일 진지, 방공망을 겨냥했다고 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 수위로 때리는 것은 아니다. 다리는 아직 서 있고, 원한다면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다"고 위협한다. 그는 원유 송유관을 치지 말라고 군에 지시했으며, 하르그섬을 장악할 수 있다고도 언급한다. 살해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밝히며, 대이란 해상 봉쇄를 다시 시행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폭발음이 삼킨 남부 해안
밤이 깊어지자 이란 남부가 요동친다. 파르스·메흐르 통신은 반다르아바스와 시리크, 차바하르, 코나라크에서 폭발음이 이어졌다고 보도한다. 반다르아바스에서만 여덟 차례 폭발이 감지되고, 국영 IRNA는 차바하르 일부 지역의 전기가 끊겼다고 전한다. 국영방송 IRIB는 차바하르의 이맘 알리 병원이 파편에 맞았고, 부두와 해상 관제탑도 표적이 됐다고 알린다. 자유무역지구 당국은 창고의 차량 수백 대를 서둘러 빼내기 시작한다. 하늘에서도 긴장이 읽힌다. 항공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분석에서는 동지중해와 페르시아만 상공에 미군 공중급유기 KC-135R 등이 이례적으로 몰린 정황이 포착된다. 바레인과 쿠웨이트에서는 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이란 국회의장 갈리바프는 "때리면 맞을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는다.
좁은 해협, 넓은 그림자
호르무즈는 폭이 가장 좁은 곳이 34킬로미터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지나는 이 물길이 흔들리면, 그 파장은 지구 전체의 주유소와 식탁에 닿는다.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6퍼센트 뛰어 배럴당 78달러를 넘어선다. 한 발의 미사일과 한 번의 선언이 시장과 민심을 동시에 흔드는 시대다. 좁은 해협 위로 드리운 그림자가 어디까지 길어질지, 세계가 숨죽여 지켜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