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커피 물을 올리는 일. 오래된 만년필을 다시 꺼내보는 일. 손녀의 웃음을 바라보고, 반려견과 걷고, 이웃에게 작은 마음을 건네는 일. 이 책 『홀로 서는 법을 배우다』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작가가 일상 속에서 다시 자신을 세워가는 시간을 담은 수필집이다.
이 책에는 잔잔한 생활 가까이에 있는 마음들이 있다. 남편을 향한 그리움, 어머니와 시어머니를 뒤늦게 이해하는 마음, 자식과 며느리를 향한 조심스러운 애정, 오래된 친구가 건네는 따뜻한 배려가 차분한 문장 속에 스며 있다. 작가는 상실의 시간을 지나며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순간보다, 하루를 다시 살아내게 하는 작은 힘들을 바라본다.
홀로 선다는 것은 혼자 견디는 일이 아니라, 사랑받았던 기억을 품고 자기 삶의 자리로 돌아오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서툴렀던 사람, 부모의 마음을 늦게 알아차린 사람, 남은 시간을 조금 더 담담하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어준다.
<작가소개>
수필가 조선희
2018년 『계간문예』에 수필 「시어머니 그릇」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단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마음속 깊이 묻어둔 삶의 그릇들을 하나씩 꺼내 닦는 과정이었습니다. 늦깎이 작가의 서툰 고백이지만, 당신의 마음에도 작은 울림으로 가닿기를 소망합니다.
노년은 결코 인생의 쇠락기나
막다른 골목이 아니다.
오히려 젊은 시절
타인의 시선에 맞추느라
소홀했던 ‘진정한 나’와 마주하는 시간,
즉 인생의 완성기다.
- ‘비어가는 자리 완성으로 남는다’ 본문 글 中
<이 책의 목차>
추천사
작가의 말
제1부. 시어머니의 그릇
01. 아들의 온기, 인생의 일등석
02. 감사패
03. 남편의 커피
04. 아들의 옷차림
05. 시어머니의 그릇
06. 기억의 끝자락
07.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08. 조 ‧ 보리
09. 이제야 들리는 말
10. 내 노년의 작은 쉼표, 텃밭
11. 기억을 요리하다
제2부. 일상 속으로 들어온 시선
01. 커피잔에 고인 아침
02. 내가 꿈꾸는 가을 하늘
03. 꽃돌
04. 초과예약
05. 일상 속으로 들어온 시선
06. 아름다운 주말을 만든 기분 좋은 반전
07. 연금술사
08. 입꼬리를 올리는 시간
09. 만년필
10. 내 발끝의 숨은 이야기
11. 정자항의 추억과 생명의 식탁
제3부. 홀로 서는 법을 배우다
01. 친구 옥희
02. 정성의 맛, 마음의 맛
03. 자매의 시간
04. 이웃의 풍경
05. 홀로 서는 법을 배우다
06. 말하지 않아도 넉넉한 관계의 거리
07. 두근거리는 전화
08. 어떤 만남
제4부. 신의 저울
01. 해방클럽에서 잠시 멈추다
02. 설국에서 보낸 러브레터
03. 안개 속에 머문 십 년
04. 아날로그 감성
05. 신의 저울 - 집 앞 세차장을 바라보며
06. 바다의 안부를 묻는다
07. 인생 사용설명서
08. 말의 품격
09. 비어가는 자리 완성으로 남는다
<이 책 본문 中에서>
“요즘 사람들은 노후에 외롭지 않으려면 딸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들만 둔 어머니들의 서글픈 넋두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하지만 대합실 의자에 앉아, 그때 내 손을 꼭 잡아주던 작은아들의 온기를 가만히 되짚어 보는 지금, 나는 부러울 것이 없다.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떠랴. 자식의 따스한 마음을 온전히 품고 사는 나는, 이미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인생의 일등석에 앉아 있는 것을.”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요즘 젊은이들의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내 마음의 품을 조금 더 넓게 벌려보려 한다. 자식이 부모 집에 오면서까지 옷차림부터 신경 써야 한다면, 그곳은 더 이상 편안한 안식처가 아닐 테니 말이다. 낯설었던 것은 아들의 허름한 옷차림이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한 채 완고하게 굳어 있던 내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 가슴속 굳은살 같던 응어리는 이제 다 풀어지셨을까. 닿지 못하는 고향을 향해 서성이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떠올라 뒤늦은 후회가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속으로는 누구보다 여리고 외로웠을 사람. 그러나 자식들 앞에서는 단 한 번도 그 깊은 아픔을 내색하지 않은 채, 아름드리 거목처럼 든든하게 우리 곁을 지켜주다 떠나신 나의 어머니. 오늘 밤, 유난히 그 따스했던 품이 그립다.”
“수필 한 줄을 마무리하며 나는 다시금 다짐한다. 조만간 다시 그 투박한 항구로 달려가,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바다 본연의 생명력을 다시 느끼고 싶다. 생을 지탱해 주는 저 푸른 심연과 그 속에서 건져 올린 은빛 성찬에 마음 깊이 고개 숙여 감사를 전한다. 오늘도 바다는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우리에게 생명을 나누어주고 있다. 그 깊고 넓은 품에 안겨, 오늘도 울산 정자항의 바다가 보낸 신선한 위로를 꿈꾼다.”
<추천사>
조선희 작가의 글은 편안하다. 삶을 크게 꾸미거나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오래 바라본 것들을 조심스럽게 문장으로 옮긴다. 커피 한 잔, 손녀의 웃음, 오래된 물건, 이웃과 나눈 짧은 인사 같은 평범한 장면들이 글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그 소소한 일상들은 작가가 지나온 시간을 비추는 작은 창이 되고, 독자에게도 자신의 기억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의 중심에는 상실 이후의 시간이 있다. 남편과 함께 마시던 커피, 그를 위해 배웠던 바리스타의 시간, 첫 번째 시음자가 되어주던 다정한 기억이 아침의 커피 향 속에서 되살아난다. “그윽한 커피 향을 따라, 나는 매일 당신에게로 가는 중이다”라는 문장은 이 책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작가에게 그리움은 오늘도 물을 끓이고 잔을 준비하게 하는 생활의 일부로 남아 있다.
가족에 관한 글들도 담담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서운함과 미안함, 고마움을 함께 바라본다. 젊은 날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어머니의 마음, 시어머니의 넓은 품, 자식과 며느리를 향한 조심스러운 애정이 글 곳곳에 배어 있다. 시간이 지나서야 들리는 말들이 있고, 늦게야 이해되는 사랑이 있다. 이 책은 그 뒤늦은 깨달음을 차분히 받아 적는다.
제목처럼 ‘홀로 서는 법’은 이 책의 중요한 흐름이다. 여기서 홀로 선다는 것은 혼자 버틴다는 뜻보다, 사랑받았던 시간과 누군가의 배려를 품고 다시 자기 삶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일에 가깝다. 오래된 친구의 따뜻한 손길, 가족의 조용한 응원, 이웃과 나누는 작은 마음들이 작가를 다시 걷게 한다. 그 과정이 과장 없이 그려져 있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홀로 서는 법을 배우다』는 상실을 겪은 사람에게만 머무는 책이 아니다. 부모의 마음을 늦게 알아차린 사람,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자주 서툴렀던 사람, 나이 들어가는 시간을 조금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싶은 사람에게도 닿는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삶을 붙들어 주는 힘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누군가의 전화, 함께 걸었던 길, 조용히 건네는 마음 하나가 사람을 다시 일으킨다.
조선희 작가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아 편안하고, 담백해서 오래 남는다. 이 책 『홀로 서는 법을 배우다』를 권하고 싶은 이유는 바로 그 담담한 진심에 있다. 삶의 한 계절을 지나온 사람이 조용히 건네는 이 이야기는, 읽는 이의 마음에도 작은 온기를 남긴다.
(조선희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208쪽 / 변형판형(130*200mm) / 값 14,000원)



















